"-대중화 멀었지만 고객 성향, 행동 분석이 미래 경쟁력
-빅데이터 전단계인 CRM만으로도 창의적 마케팅 가능

빅데이터(Big Data)가 화두다. 모바일 기기와 IT, SNS의 발달로, 시장의 트렌드를 더욱 예리하게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온라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여행업계의 현실은 어떠할까? 아직까지 빅데이터란 ‘남의 나라 이야기’에 가깝다. 그나마 기존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한 CMR조차 도입 단계인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는 일. 스마트한 소비자들을 따라잡을 최신의 경영 기법에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편집자주>




■질병센터보다 감기 예측 빨랐던 구글

빅데이터란 크고 많은 양의 데이터를 의미할 뿐 아니라 그 데이터로부터 시장의 트렌드를 읽어내고 이를 기술적으로 활용하는 것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기업들이 내부에 축적해둔 ‘정돈된 자료’뿐 아니라 외부의 데이터들, 가령 포털 사이트나 SNS, 혹은 통신사에 퍼져 있는 ‘산발적이고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연스럽게 빅데이터라는 이슈를 주도하고 있는 것도 IT, 금융, 유통, 전자기기 업체들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표 사례로는 구글이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보다 효과적인 감기 예방 서비스를 발빠르게 제공한 것이 교과서처럼 언급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정부기관이나 지자체에서도 공익을 목적으로 빅데이터를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여행업계에서는 아직까지 빅데이터에 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당분간 관찰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려면 수집 창구인 플랫폼을 갖추는 게 관건이다. 여행사들이 전화나 이메일 등을 통해 고객의 정보, 여행에 대한 반응을 수집하는 수준이 아니라 고객이 여행을 하는 도중에도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집해 이에 대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까지 필요한 것이다. 한 IT 업계 임원은 “고객의 행동을 면밀하게 모니터할 수 있는 서비스와 플랫폼이 갖춰질 때에야 빅데이터를 논할 수 있다”며 “오프라인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여행사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면 결국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이해와 투자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CRM 기반한 타깃 마케팅은 활발

여행사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획기적인 방식으로 수집해가며 시장 동향을 파악하기에 앞서 기존에 보유한 고객 데이터라도 제대로 활용하자는 입장이다. 빅데이터를 논하기 전에 ‘스몰데이터’라도 제대로 다뤄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견급 패키지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웹사이트 로그 분석이 가능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분석해 영업, 마케팅으로 연결해서 활용하지는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규모 있는 여행사들은 CRM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기술적인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만 의미 있는 데이터 산출과 이를 통해 타깃 마케팅을 펼쳐 재방문객 유입을 노릴 수 있는 것이다.

‘고객 관계 관리 기법’을 일컫는 CRM은 업계에서 약 10년 전부터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언급돼 왔으며 ▲뉴스레터, 문자메시지 발송 ▲여행후기 수집 ▲포인트, 마일리지 제공 ▲고객 대상 문화 이벤트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표면적으로 보이는 활동 외에도 수집된 고객 정보와 구매 동향을 바탕으로 시장을 전망하고, 타깃 마케팅을 펼쳐 재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CTI를 활용해 전화 상담과정부터 고객에게 가장 어울릴 만한 여행상품을 추천해주고, 여행 후 해피콜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것이 대표적으로 최근 대부분의 패키지 여행사들이 활용 중이다.

온라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CRM은 더욱 진화하고 있다. 웹사이트에서 상품과 페이지에 따른 로그와 클릭률 등을 분석해 이를 근거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상품 배치를 다양화하는 방식이다. 자체 마일리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하나투어의 경우, 고객이 적립금으로 여행상품뿐 아니라 문화활동, 생활용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그만큼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해 나가고 있다.

■여행상품 특성상 빅데이터 효용성 의문

모바일 기기의 보급, SNS의 발달로 CRM이 진화한다면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갈 수 있는 단초도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여행업계는 아직까지 보수적인 입장을 띄고 있다. 차별화가 쉽지 않은 여행상품의 특성상 다른 업종과 같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 분석과 마케팅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가령 삼성전자가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해 SNS와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고객 반응을 살필 수 있다면, 여행사들은 방콕, 상하이, 유럽 여행 등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의미 있는 분석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여행상품의 특성상 빅데이터보다는 기존 고객, 홈페이지 회원 등을 대상으로 고객 관계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현 단계에서는 효과적”이라며 “CRM도 외부 컨설팅을 받으면서 활용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여행업계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례들이 나오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CRM의 확장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세계적인 GDS인 아마데우스(Amadeus)는 최근 여행업계의 빅데이터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힐튼호텔, 영국항공 등의 사례를 들었다. 고객 로열티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들의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해 VIP 고객들에게 맞는 효과적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여행업계에서 상용화할 수 있는 빅데이터란‘기존 고객의 데이터’를 기술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뉴미디어·SNS 활용이 한계 극복의 핵심

빅데이터의 의미를 조금 확장해보자면 여행업계에서도 이미 활용단계에 접어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여행 후기를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단순히 여행상품에 대한 고객 반응을 접수해 개선책을 마련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를 마케팅 용도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는 고객들의 누적된 이용 후기가 호텔 선택의 절대적인 척도가 된다. 호텔패스의 경우, 누적된 4만건 이상의 호텔 후기를 통해 고객들이 호텔 선택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용 후기가 ‘고객 상담’을 대신해주며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는 효과까지 보고 있는 것이다.

해외 온라인 여행사들은 더욱 진일보한 고객 데이터 분석과 이를 활용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부킹닷컴(Booking.com)의 경우, 고객이 보고 있는 A호텔을 확인한 기존 고객들이 검색한 또 다른 B, C, D 호텔을 추천해주고, 해당 호텔들의 최근 예약, 당일 예약 건수까지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축적된 고객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예시다. 외국계 여행사들은 이외에도 고객의 사이트 내 활동을 파악해 고객을 따라가며 광고를 하는 크리테오(Criteo), GDN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호텔패스, 노랑풍선, 인터파크투어 등에서도 이 광고를 활용하고 있다.

결국 한국 여행업계의 현실에서는 내부에 축적한 고객 데이터에 더해 카드사 등의 제휴를 통한 획기적인 고객 DB 확장, SNS와 뉴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을 연계하는 것이 가장 발전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같은 마케팅 기법은 기존의 신문이나 TV 광고, 돈만 세는 키워드광고보다 더 실질적이고 집요한 방식으로 고객을 찾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노랑풍선 진민수 미디어홍보팀장은 “내부에 축적한 고객 데이터뿐 아니라 외부의 잠재 고객까지 공략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을 활용한 마케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카카오톡, 유튜브, 블로그 등 성격이 다든 매체를 연동해서 활용한 결과 기존보다 더욱 방대하고 효과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승표 기자 hope@traveltimes.co.kr

▶빅데이터(Big Data)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일컫는다. 생성 주기가 짧고, 수치뿐 아니라 문자와 영상을 포함하는 대규모 데이터로, 위치정보와 SNS를 통해 사람들의 행동은 물론 생각과 의견까지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다.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기업이 고객과 관계를 맺으며 관리하기 위한 방법론을 가리킨다. 고객에 대한 정보 자료를 정리, 분석해 고객의 구매 관련 행동을 지수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고객 중심의 경영 기법이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