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내기 관행으로 공정위에 123억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은 남양유업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기업 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해 버렸다. 예전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대체 얼마나 많은 비용과 노력이 소모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외부에 이처럼 ‘갑질’에 대한 징벌의 태풍이 몰아치고 있지만 이에 비하면 여행업계는 아직도 인식의 전환이 느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분명 변화는 일어나는 중이다. 얼마 전 만난 A랜드사 소장은 얼마 전 항공사 연합 회식에서 있었던 일을 토로했다. 랜드사가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관행이라지만 돈 낼 사람 어디 갔냐는 식으로 불러대고, 몇몇 여행사 팀장은 잘 먹었다는 인사 한 마디 없이 ‘2차는 룸싸롱’식의 요구를 한다고 했다. 여행사로서는 원활한 비즈니스를 위한 투자 아니냐고 묻겠지만 ‘원해서 하느냐, 억지로 하느냐’는 엄연히 다른 문제다. 해당 소장은 이러한 ‘여행사의 폭력’에 더는 굴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랜드사의 위상이 달라졌다. 남양유업이 외부의 포화 속에 허리를 굽혔다면, 여행업계는 내부 포지션의 이동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 지금의 랜드사는 FIT 시장에 진출하거나, 우리나라를 경유점으로 삼아 해외 수요를 다른 해외로 송출하기도 한다. 랜드사가 따로 발표하지 않아서 그렇지 규모면에서 웬만한 여행사를 능가하는 곳도 많을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우량 여행사 한 곳이 다른 업체 열 곳보다 더 많은 매출을 담당한다. 입맛에 맞지 않으면 굳이 모두를 상대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여행사가 경쟁력 갖춘 랜드사와 파트너가 되려면 큰소리 칠만한 모객력을 갖거나 접대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바야흐로 랜드사가 여행사를 취사선택하는 시대다.

그래서 안쓰럽다. 회사 간판 믿고 접대를 하라는 시대착오적인 여행사 담당자가 그렇다. 지급할 미수금은 은행에 넣어두고 지상비를 깎으라며 랜드사를 위협하는 업체도 그렇다. 이제는 훌쩍 커버린 거인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대는 모습이, 제 발등을 찍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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