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사 대표들은 스스로를‘마지막 세대’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꿈과 비전이 없는 랜드 사업에 누가 뛰어들겠냐는 자조 섞인 푸념이다. 자본의 힘, 인터넷의 득세에 떠밀려 결국 랜드사는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고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혹자의 말처럼 여행업은 비상사태가 아닌 적이 없었다지만 최근 랜드업계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팽배하다.필요성을 의심받고 있는 사업 환경의 변화, 그 안에서도 생존의 길을 모색하는 랜드사를 조명해‘마지막 랜드 세대’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줄어드는 패키지 수요, 좁아지는 랜드사 입지
-여행사 직수배 강화…토종 랜드 설 자리 줄어
-사업 환경 악화일로…‘핸드폰 랜드’ 기하급수



■패키지의 고전, 명운 함께하는 랜드사

지난해 아웃바운드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랜드사는 더 배고파졌다. 약 1,370만명에 이르는 해외 출국자는 손 안에 움켜쥔 모래처럼 잡을 수 없는 허수일 뿐이다. 다루고 있는 지역에 관계없이 단체 수요를 유치하는 랜드사들은 모두 사업 환경이 악화됐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여행시장의 규모는 확대되고 있지만 랜드사의 주된 먹을거리였던 패키지 시장이 날로 축소되고 있음을 체감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국민해외여행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에 이미 우리나라 해외여행객의 57.2%는 FIT 여행객이었으며 나머지 42.8%의 패키지 고객 중에서도 에어텔 등 부분 패키지 유형이 7.4%였다. <표 참조>여행객 중 10명당 6.5명이 여행사의 기획 상품 보다 자유여행을 선택한 것이다. 반면 여행사가 전 일정을 조율하는 전체 패키지 비율은 35.4%에 불과했다. 조사 시점에서 5년이 지난 지금, 지역마다 편차는 있지만 FIT의 비중이 70~80%에 이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인 점을 감안하면 패키지 타깃층은 35%에서 20~30%로 감소했다고 추정된다.

특히 대양주 시장은 패키지에서 FIT로 시장의 중심축이 이동하는 가운데 흔들리고 있는 랜드사 현실의 표본이라 볼 수 있다. 단체 수요의 급감으로 새로운 시장을 물색하던 호·뉴 랜드사들이 항공 공급이 몰리는 하와이, 몰디브, 아프리카 등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미주 지역 랜드사들은‘미주연합랜드’를 발족하는 등 시장 방어에 나서며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변화된 시장 환경에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업체들은 이 고통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끝까지 버티는 게 살아남는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랜드사 숫자가 줄어들기만 바라고 있는 것이다. 한 랜드사 소장은“단체를 전문으로 하던 업체가 갑자기 FIT로 전환한다고 해서 수익을 보전하기는 힘들다”면서“단체 수요가 아무리 준다고 해도 없어지지는 않을 시장이기 때문에 버티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에게는 무더운 여름철도 싸늘한 한 겨울 같기만 하다.

■ ‘큰손’ 잡으려 안간힘, 랜드도 쏠림현상

위기에 몰린 랜드사들이 수배 지역을 넓히며 돌파구를 찾는다 해도 시장 상황은 여의치 않다. 전체 패키지 물량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대형여행사로의 쏠림 현상이 지속되면서 랜드사가 거래할 수 있는 여행사의 수도 감소했다. 한 미주 랜드사 소장은“2~3년 전보다 거래처 수가 10%정도 줄었다”면서“단독 상품을 출발시킬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여행사가 7~8개 수준이었다면 현재는 절반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일본 랜드사 소장은“최근 일본 시장이 회복세에 있다고는 하지만 대다수 물량이 소수 대형여행사를 통해 나오고 또 그 여행사는 지역별로 3~4군데의 랜드사 만을 쓰기 때문에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한 곳은 한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규모 있는 곳과 거래하고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여행사들이 현지 지사를 설립하거나 현지 호텔 및 어트랙션 업체와 직거래를 늘리면서 유통단계를 줄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원가를 줄이기 위해 여행사와 현지 랜드사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던 한국 랜드사를 건너뛰고 현지 랜드사와의 직계약, 현지 지사를 통한 직수배 등을 강화하고 있다. 한 일본 랜드사 소장은“요즘에는 호텔도 총판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데가 적고 여행사마다 받는 가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현지 지사가 있다는 점이 큰 차별점이 된다”면서“현지 지사를 운영할 수 있을 만큼 자금력이 있는 랜드사로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 밝혔다.

이밖에도 지역 전문가를 자임했던 랜드사들은 온라인 상의 블로그, 여행사이트 등과도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 해외여행 경험자가 많아지고 또 인터넷에 그 여행 및 가격 정보가 노출되면서 랜드사만의 전문 영역이 점점 줄고 있는 탓이다. 유럽 랜드사 소장은“10년 전만해도 타 랜드사를 라이벌로 생각했다면 지금은 포털 여행 카페, 파워 블로거, OTA 등 모두를 랜드사의 경쟁자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보라 기자 bora@traveltimes.co.kr




▶ 랜드사, 얼마만큼 늘었나?
사업 환경 나빠도‘1인 랜드’ 우후죽순

-등록 여행사 꾸준히 증가…1만5천개

랜드사를 둘러싼 사업 환경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랜드사의 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여행업에 등록하지 않은 랜드사가 많기 때문에 정확한 수는 누구도 파악하기 어렵다. 단지 각 지역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그 수를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현재 일본과 중국은 20~30개, 유럽은 30여개, 동남아는 30~40개, 미주는 20여개, 대양주는 10여개 등의 업체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화 한 대를 놓고 영업하는 1인 랜드사, 일명‘핸드폰 랜드’까지 합치면 랜드사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한 랜드사 소장은“지방의 1인 랜드사까지 포함하면 업체수는 1,000여개를 훨씬 웃돌 것”이라며“사실 랜드 업무는 거래처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쉽게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랜드사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통계 자료로도 유추할 수 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공개하는‘전국 관광사업체 현황’을 보면 2009년 12월31일 기준으로 전체 여행사업체 수는 8,907개였으며 그중 국외여행업 수는 4,780개에 불과했으나 가장 최근 자료인 2013년 1사분기 통계상 전국 등록여행사수는 1만4,397개로 늘어났으며 국외여행업 역시 7,483개로 증가했다. 약 3년 만에 2,700여개 업체가 새로 국외여행업을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여행사와 랜드사가 함께 복합돼 있다고 봤을 때, 여행시장 불경기에도 랜드사의 수가 꾸준히 증가해왔다는고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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