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가 타 업종에 비해 취약한 부분이 있다면 거래 투명성일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연달아 여행사의 편법 영업을 지목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원과 한국관광공사는 사상 처음으로 공동조사를 통해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의 실태를 점검했다. 조사 기준이 모호했으며, 그 결과도 신뢰하기 어렵다고 폄하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시도만큼은 의미 있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여행상품가 외에 감춰진 추가 비용이 많다는 것이 공론화됨으로써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패키지 여행상품의 특성상 공산품처럼 획일적인 가격 책정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고객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게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모니터 요원을 선별해 여행상품 광고를 집중 단속하고 나섰다. 집행된 여행 관련 광고 중 공정위의 광고 지침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모니터링 하는 것으로 소비자원과 관광공사의 조사와 맥이 닿아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소셜커머스와 최근 주요 여행사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유류할증료 문제도 그렇다. 그만큼 여행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피해 사례 및 불만 접수가 많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싼 것만 찾으면서 기대치가 높은 소비자가 문제라 하고, 몇몇 미꾸라지 여행사의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한두 여행사에서 발 벗고 나선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는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업계를 대표할 수 있는 한국여행업협회(KATA)의 역할에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다. 최근 KATA 양무승 회장은 여행사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KATA 비전 2020’을 수립하고 ‘KATA 연구기획센터’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보다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을 것이다.

가끔 여행업계 원로들을 만나‘좋았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단체 여행객 인솔자로 나가 월급의 몇 배나 되는 팁과 각종 수수료를 챙겨오던 시절, 전세기 운영을 성공해 한방에 일확천금을 긁어모았던 시절, 여권과 비자만 만들어주고도 엄청난 뒷돈을 챙기던 시절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흥미로운 이야기이지만 가급적 여행업계 종사자들은 빨리 그 시절을 잊는 게 좋을 것 같다. 여행산업이 발전할수록 투명성에 대한 요구는 더욱 높아질 것이고, FIT의 확장세 속에서도 패키지는 살아남겠지만 눈가리고 아웅식 영업으로는 똑똑한 소비자들을 더 이상 당해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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