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고등학교에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던 때의 일이다. 지방의 작은 소도시에 살았기 때문에 제주도로 가기 위해 인근에 위치한 지방 공항을 이용하게 됐다. 공항은 시내와는 많이 떨어진 외곽에 위치했고 학교에서는 따로 차를 빌리지 않아서 개별적으로 공항에 집합해야 했다. 가장 편한 방법은 부모님이 자동차로 데려다 주는 것이었지만 개인적 사정으로 버스를 이용했다.

공항은 상당히 멀었기 때문에 그 곳으로 향하는 버스도 적은 편이었다. 더구나 직행이 아니라 모든 정거장에 멈췄기 때문에 가는 길은 더욱더 길었다. 집합시간보다 두어 시간 전에 버스를 타야 안전하게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 안에서 몇몇은 운 좋게도 앉아갔지만 늦게 탄 아이들은 수 십 분을 서 있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던 날이었다.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한 오후 늦은 시간에는 버스가 다니지 않았던 것이다. 다행히 친구의 차를 얻어 타고 시내로 들어올 수 있었지만 한 밤의 공항에 남을 뻔 했던 날이었다. 만약 차가 없는 여행자라면 이 공항을 이용해서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대도시에 인접한 공항들은 수요가 많은 만큼 인프라도 탄탄하다. 공항버스, 지하철, 고속철 등 언제 출발해도 도착할 수 있고 한 밤 중에 공항에 내려도 시내로 돌아올 수 있다. 수학여행을 갔던 공항도 지금은 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더 많아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방의 중소형 공항들은 인프라가 부족한 곳이 많은 것 같다. 한 시간에 몇 번씩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항공 시간에 맞춰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 있기도 하지만, 하루에 단 한 편만 연결되는 지역이 있기도 하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 지역 공항도 수요를 맞춰줄 수 있는 대중교통이 부족했다고 한다.

여행 산업을 키워가고 싶다면 흐름을 원활하게 맞춰줄 수 있을 정도의 인프라 구축은 필수다. 신규 노선이 생기고 상품이 만들어진다 한들 과정이 삐거덕거리면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손실이 있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준비하는 것이 인프라다. 접근이 쉬워지면 그만큼 찾는 사람도 많아진다. 상품 기획도, 판매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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