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에 놓인 ‘외국인전용관광기념품판매업’이 반격에 나섰다. 지난 7월17일 열린 관광진흥확대회의에서 중국 인바운드 저가 관광상품을 근절시키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외국인전용관광기념품판매업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공식적인 이의제기에 나섰다. 대다수 중국 인바운드 전문 여행사들도 이들 업체와 거래관계에 있기 때문에 향후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폐지하겠다는 정부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념품업계 간의 줄다리기는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사로 부상했다. <편집자주>



-관광진흥확대회의서 제도 폐지방침 발표
-자율정화 노력 수포… “받아들일 수 없다”

●저가관광 근절 위해 폐지 저울질

외국인전용관광기념품판매업 제도 폐지가 화두로 부상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중국 저가관광 개선 방안’의 하나로 외국인전용기념품판매업 제도에 대해서 폐지를 포함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높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고 판매액의 상당부분을 외래객을 안내해 준 해당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고객알선 수수료 명목으로 제공, 저가관광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는 게 문관부의 판단이었다.

당시만 해도 어디까지나 ‘폐지까지 포함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기념품판매업체들은 정부에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는 동시에 폐지를 막기 위한 자율정화 노력에 집중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산하 외국인전용기념품판매업위원회 차원의 대책회의를 갖고 자율정화 노력을 결의했다. 실제로 중국 및 동남아 전문 인바운드 여행사와 인삼제품 판매 쇼핑센터들은 올해 4월1일부터 판매가격과 여행사 대상 수수료율을 인하하기로 결정하는 등 실질적인 변화를 모색하며 정부의 의지에 호응했다.

물론 반발도 심했다. “일부의 사례를 전체로 인식하고 있으며, 100% 국산품만 판매하며 중소기업 경영에 일조하고 외화획득에 큰 역할을 해온 점은 깡그리 무시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방한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기념품업체들의 경우 “중국 인바운드 쪽의 문제에서 비롯됐는데, 안정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 일본 관광객 대상 쇼핑센터까지 피해를 입을 처지에 놓였다”며 “가뜩이나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해 경영이 어려운 상황인데 제도 폐지까지 운운하니 납득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가격인하 등 자구노력 허사로

기념품판매업체들이 펼친 노력은 7월17일 관광진흥확대회의에서 폐지 방침이 공식 발표됨에 따라 수포로 돌아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관광진흥확대회의 보고자료를 통해 ‘저가 여행상품으로 인한 여행사 손실을 기념품점 쇼핑수수료로 충당하는 왜곡된 저가관광 구조의 주원인으로 지목돼 온 외국인전용기념품판매업 제도를 폐지해 쇼핑수수료를 매개로 한 연쇄구조를 단절’하겠다고 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외국인전용기념품판매업체들은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여행업협회(KATA)가 먼저 나섰다. KATA는 지난 12일 특별회원사인 중국인 관광객 대상 5개 기념품판매업체 대표들과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KATA 양무승 회장은 “2012년 최초로 1,000만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관광기념품업체는 여행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주는 등 많은 공헌을 했다”고 강조했다. KATA에 따르면 이날 참석자들은 “연초 문관부와의 협의를 통해 업계 자정 결의를 하는 등 고품격관광 실현을 위한 자구노력을 진행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관광진흥확대회의에서 제도 폐지 방침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외국인관광객의 쇼핑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특정 제도 자체를 폐지한다면 더 큰 혼란과 외국인 관광객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면세점만 배불리는 결과 초래”

중국 인바운드 시장을 저가시장으로만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방식을 요구했다. 방한 중국인의 여행 소비액 측면에서 살펴보면 절대 저가관광 시장이 아니라는 논리다. 한국은행의 2013년 지역별 경상수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2년 방한 중국관광객은 284만명으로 방중 한국관광객 410만명보다 126만명 적었지만, 한-중 양국간의 여행수지 측면에서는 오히려 한국이 15억 달러 흑자를 기록한 것을 보면 중국 인바운드 시장을 저가시장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만큼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액이 크다는 얘기다. KATA는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총소비액이 아니라 중국에서 여행사에 지불한 여행대금만을 계산하면서 중국 인바운드 시장 전체를 저가로 오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정부 계획대로 현 제도를 폐지하고 ‘사후면세점’으로 전환시킬 경우 대기업 계열 면세점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동안 기념품판매점으로 향했던 외래객 쇼핑수요가 결국 시내면세점으로 옮겨갈 것이기 때문이다. KATA는 “정부가 골목상권 보호 등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의 독점을 심화시킬 수 있는 이번 정책은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는 성토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기존 인바운드 수익구조에도 영향

정부의 폐지 방침 발표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가 공식 대응에 나선 데는 약 200개에 이르는 외국인전용관광기념품판매업 등록업체들의 생사가 달린 것은 물론 이들과의 거래를 통해 형성된 인바운드 업계의 기존 유통구조에도 상당한 여파를 미치기 때문이다. 또 제도 폐지까지는 그 법적 근거를 담고 있는 관광진흥법시행령 개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예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우선 중국 관광객 대상 업체들을 중심으로 의견을 수렴해 이를 정부에 전달하고, 향후에는 일본 관광객 대상 관광기념품판매업체들도 가세해 제도 폐지 저지 활동을 전개할 전망이다.
KATA는 “이날 대책회의 참석자 모두 그동안 고품격관광을 위한 업계의 자정노력과 정부에 대한 의견개진이 부족했다고 평가했으며, 앞으로 KATA와 함께 실효성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고 기념품업계의 권익보호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취하기로 했다”며 이와 같은 의견을 관련 정부부처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국인전용관광기념품판매업은?
지난 1982년 ‘관광기념품판매업’이 폐지된 후 1987년 신설된 업종이다. 판매물품과 주차시설 등의 조건을 갖추고 소재지 지자체에 등록한 후 외국인을 대상으로 국산품만을 판매할 수 있다. 부가세 면세혜택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단체 외래관광객의 주요 쇼핑장소로 입지를 다져왔다. 하지만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지급하는 쇼핑수수료가 저가관광상품 양산의 주요 고리가 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 관광사업체 통계상 2013년 3월말 현재 서울 105개, 제주 40개, 부산 20개 등 전국적으로 205개사가 등록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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