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최고 인기 스포츠로 떠오른 ‘야구’, 여기에 류현진, 추신수 두 선수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메이저리그를 테마로 한 여행상품이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줄곧 스포츠는 여행 상품의 좋은 소재로 여겨졌지만 스포츠 이벤트의 지속가능성, 대중성 등이 여행상품으로 만들어지는 데 한계점으로 지적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년간 시행착오를 겪었던 여행사들이 스포츠투어리즘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축적했고 그들의 기획력을 살린 상품을 출시하고 있어 여행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편집자 주>

-적극적인 팬층 증가… 경기 관람 수요↑
-선수 후원 계약, 구단 접촉 등 준비작업
-상품의 대중화·지속가능성은 해결 과제



●시애틀을 뒤 흔든 ‘이치로’의 힘

스포츠와 여행은 하나의 사회 현상이다. 이 두 가지를 결합한 ‘스포츠 투어리즘’은 때로 엄청난 파급 효과를 낳는다. 지난해 개최된 런던 올림픽은 99억 파운드(약 17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낳았다고 분석되며 2014년 열릴 브라질월드컵 관광객 수는 360만명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스포츠 이벤트를 직접 즐기고 싶은 수요층의 확대로 스포츠와 여행산업 간의 관계도 한층 긴밀해지는 추세다.

특히 ‘메이저리그’는 여행시장에서 뜨거운 관심거리 중 하나다. 일본 시장의 경우 미국 시애틀 제 1목적은 스즈키 이치로 선수가 등장하는 야구 경기 관람이었다.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시애틀 매리너스의 선수로 활약한 이치로를 보기위해 수많은 일본인 관광객이 시애틀에 몰리면서 일본은 시애틀의 아웃바운드 제 1시장으로 떠올랐고 2011년 한 해동안 6만5,000여명의 일본인 관광객이 시애틀을 찾았다. 이치로가 뉴욕 양키즈로 이적하면서 시애틀 상품을 예약한 일본인 관광객의 잇단 취소 사태가 이어지고 백화점, 식당 등도 영업 위축을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반면 10여년 전부터 ‘이치로’라는 관광상품이 히트를 쳤던 일본 시장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스포츠 테마 상품’은 걸음마 수준이었다. 2002년 월드컵 개최 이후 독일 월드컵 상품이 출시됐었고 김연아 선수 원정 응원 상품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이벤트성에 그치고 말았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스포츠 관련 상품은 ‘마니아’를 타깃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패키지 상품처럼 매스(mass)상품으로 만들기 어렵다”면서 “또 스포츠 이벤트의 지속력이 떨어져 안정적으로 운용되기 어렵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을 지원받지 않는 이상 여행사가 나서서 상품을 만들 동인을 찾기 힘들다”고 한계점을 지적했다.

●발 빠른 여행사들 상품 판매 착수

최근 야구관람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를 모으고 있고 또 류현진, 추신수 두 선수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한국 시장의 ‘스포츠 투어리즘’도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실제 야구 관련 인터넷 동호회 상에는 ‘류현진, 추신수 선수의 경기를 직접 보러 가고 싶다’며 방법을 묻는 글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한편 여행사에도 경기를 관람하면서 여행도 즐기고 싶다는 문의가 지속되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올림픽, 월드컵 등 메가 스포츠 이벤트와 달리 장기적인 시즌으로 운영되고 있고 특히 류현진 선수가 미국 서부 여행의 중심지인 LA를 연고지로 하는 LA다저스와 5년간의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여행사로서는 ‘장기적인 계획’이 가능하다. 이에 하나투어는 류현진 선수와의 후원 계약 체결을 서두르는 한편, 내년부터는 메이저리그 경기 관람이 가능한 FIT 상품을 출시할 계획에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다저스 구단의 메인 스타디움 투어를 실시해 오고 있었지만 본격적인 경기 관람 상품으로 운영하지는 못했다”면서 “올해 준비를 거쳐 내년부터는 패키지, FIT 상품 등 다양하게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한편 이미 몇몇 여행사는 발 빠르게 스팟성 상품을 출시하고 시장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는 곳도 있다. 전미주투어의 경우 대중성 있는 메이저리그 원정 응원 상품으로 모객에 도전한다. ‘신인왕(Rookie of the year) 기원’으로 이름 붙은 이 상품은 아시아나항공의 LA, 시카고 노선을 활용하면서 한국 선수의 메이저리그 경기 관람과 샌디에이고, 시카고 지역까지 여행하도록 구성됐다. 우선 9월21일, 9월23일 두 차례 출발하며 여행사와 야구 동호회를 중심으로 판매에 들어간다. 전미주투어 주홍민 사장은 “2003년 홍명보 선수가 LA갤럭시에 입단하면서 관련 상품을 출시한 바 있지만 그 당시에는 스포츠 경기나 스타를 보러 미국까지 가려는 수요가 많지 않았다”면서 “최근에는 브라운관 앞에서 벗어나 직접 경기를 보고 싶어 하는 열망이 크고 관련 문의가 많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상품이 충분한 모객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미주투어는 경기 관람자들의 구미에 맞게 FIT와 패키지를 적절히 섞은 세미팩으로 상품을 구성했으며 이번 상품이 원활히 진행될 경우 향후 월드 시리즈 상품 출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상품 성공 여부 기획력이 좌우

맞춤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소규모 전문 여행사인 투어랩의 경우에는 보다 전문적으로 ‘야구통’을 위한 상품을 기획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코치를 역임하고 현재 우석대학교 레저스포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박노준 교수를 섭외해 메이저리그 역사와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한 것이다. 시카고를 중심으로 밀워키, 미시간호 등 지금까지 쉽게 둘러볼 수 없었던 미국 중부 지역 관광을 곁들이면서 차별화를 꾀하는 것도 특징이다. 참가자 전원에게 류현진, 추신수 선수 사인볼과 유니폼과 모자 등 관련 기념품을 선물로 증정하는 등 배려도 엿보인다. 1인당 455만원이라는 가격에 출시됐지만 소규모 그룹을 중심으로 꾸준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투어랩 김준엽 대표는 “FIT 고객들이 개별적으로 경기 티켓을 구입하고 숙박, 교통을 모두 기획하는 일을 부담스러워한다”면서 “여행사의 기획력이 발휘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해 메이저리그 관람 상품화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또 경기가 열리지 않는 시기에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특색있는 경기장을 돌아보는 ‘메이저리그 순례’ 상품을 기획해 내년에 3차례 진행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메이저리그와 각 구단은 로고 이미지, 선수 이름 등이 상품에 노출되는 데 까다로운 기준을 갖고 있어 저작권을 협의하는 것도 상품 출시의 중요한 프로세스였다”면서 사인회, 팬미팅 등 상품의 차별성을 키우기 위한 요소들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규 수요 창출 미지수

그러나 이들 상품이 이제 막 출시됐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성공화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관계자들은 일본 시장에서 이치로 상품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할 수 있었던 데 대해 이치로가 국민 영웅으로서 좋은 성적을 꾸준히 유지했던 점, FIT 여행이 가능하고 관광 거리가 충분했던 시애틀을 기반으로 했던 상품이라는 점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년간 스포츠 테마 상품을 운영해 온 여행사의 노하우 또한 간과될 수 없는 부분이다. 한 미주 랜드사 대표는 “메이저리그 상품은 꾸준히 물망에 올랐지만 정규적인 수요가 창출될 지 미지수고 또 한국 선수가 경기에 등장하지 않을 수 있어 리스크가 크다”면서 “야구 마니아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까지 야구를 테마로 한 여행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데는 더 큰 경쟁력이 필요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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