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류세 인상, 실제 유가 인상의 4배
징수하는 여행사엔 보상 없이 채찍만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여행사를 방문해 유류할증료 조작여부에 대해 집중조사를 실시했다. 보통 방문 하루 전날 통보했고, 일부 여행사는 유류할증료 관련 오류가 적발됐다. 임의조작으로 유류할증료를 통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여행사 입장에서는 아무 이익도 없는 징수대행을 하면서 처벌까지 받는 것은 아무래도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유류할증료와 관련된 여행사의 불만과 대안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 주>

-수입없는 여행사, 조작 유혹 커
-항공사만 배부른 제도개선 필요




■조작 논란 커진 유류할증료

지난 6월,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는 해외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일부 여행사가 유류할증료를 최대 75%까지 뻥튀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나온 이 보도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국민이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기 때문에 사안의 심각성이 컸다. 이후 지난 7월에는 공정위의 여행사 실태조사까지 이뤄지는 등 후폭풍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실태조사에 따른 행정처분 수위는 11월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지난 2006년 공정위는 ‘여행상품광고 관련 사업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상품가 외에 별도로 징수하는 유류할증료, 관광진흥기금, 공항세 등의 추가비용을 실제 금액보다 과다하게 기재하는 행위는‘부당표시광고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법위반 사업자에 대하여 엄중 시정 조치할 것”이라 경고하고 직권조사를 실시했었는데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서 다시 칼을 빼든 것이다.

■여행사는 보상없는 노력봉사

유류할증료와 관련해 적발된 여행사의 사례는 다양하다.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여행사의 경우 직원들이 일일이 수기로 유류할증료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또한 잘 판매가 되지 않아 관리가 소홀한 상품의 경우 실제 유류할증료와 차이가 있는 상태에서 판매되기도 했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임의조작이다. 일부 여행사의 경우 몇 만원 단위의 비교적 큰 금액을 유류할증료에 추가한 정황이 적발된 것이다. 이는 회사 차원에서 진행시키거나, 상품 담당자가 수익을 남기기 위해 스스로 더한 경우도 있었다.

공정위 실태조사에서는 주로‘고의성 여부’에 집중했기 때문에 일부 상품에 국한되거나 작은 금액의 오류 등은 정상참작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항공사의 수익보전을 위해 만들어진 유류할증료 문제로 조사받고 신경 쓰는 것 자체가 소모적이라는 것이 여행사의 공통된 반응이다. 현재 여행사는 유류할증료 징수에 따른 책임을 과대하게 지는 것, 관련 업무로 인한 인력 소모와 비용의 위험이 증가하는데 반해 아무런 보상이 없다는 것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여행사 “운임에 유류세 통합해야”

여행사는 유류할증료 징수대행 수수료를 지급하거나, 항공운임에 유류할증료를 더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제로컴 시대에 항공사가 징수대행 수수료 지급을 위해 적극 나설 이유가 없다. 따라서 운임과 유류세의 통합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2008년 6월30일부로 유류할증료를 여행상품가에 포함시켜 표기하는 ‘총액표시제’로 관련 운영규정을 변경했다. 우리나라도 현재 유류할증료 및 TAX를 항공료에 포함하는 총액운임표시제를 자율 시행 중에 있으나 아직까지 항공법 개정이 완료되지 않아 의무화 단계는 아니다.

문제는 총액운임표시제에서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은 제외된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숙박, 육상교통, 입장료 등을 포함한 여행상품(패키지) 상의 항공운임에는 유류할증료, 공항세 등을 포함하는 총액운임표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따라서 항공사가 항공운임에 유류할증료를 더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여행사는 유류할증료를 불포함 사항으로 분리해야 하고, 임의적인 조작문제는 계속 불거질 수 있다. 특히 2010년 1월 이후 시행된 발권수수료 폐지의 여파로 마땅한 수입원이 사라진 여행사로서는 상품가격이나 취급수수료(TASF) 대신 저항감이 적은 유류할증료를 건드리는 편이 쉽다.

따라서 단속이라도 확실히 해야 여행객의 피해가 방지되겠지만 정부 부처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쁜 형편이다. 유류할증료를 주관하는 국토교통부의 관할대상은 항공사다. 때문에 여행사의 부당행위가 있을 경우에는 관광진흥법을 주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단속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광부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항공사는 항공협정에 따라 부과되는 유류할증료를 국토교통부에 인가받거나 신고하는 만큼 국토부가 책임지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이처럼 관계부처가 서로 엇박자를 내면서 무방비적인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문제의 원천봉쇄를 위해 ‘항공운임에 유류할증료를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유류할증료에는 경쟁도 없다

일부 항공사는 유류할증료가 유가 인상분의 전부가 아닌 일부만 보전한다며 수익의 일부라는 주장을 일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행사는 그렇기에 더욱 유류할증료를 항공운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A사 관계자는 “항공운임에 유가 인상분을 포함시키고 요금을 높게 받든 적게 받든 알아서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항공사는 유가 인상분의 일부가 아닌 전부를 반영시킬 수 있어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사 역시 유류할증료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항공사 입장에서 유류할증료는 일종의 버팀목이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유류할증료는 한 번 확정되면 한 달 동안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운임의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움직이지만 유류할증료는 경쟁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무풍지대인 것이다.

■유류할증료 “항공사 이익 극대화”

또한 요금에 비해 저항이 적고 여행객은 인하 요구를 하지 않는다. 항공사로서는 이보다 더 안전할 수가 없다. 아울러 항공운임의 경우 물가와 연결되므로 인상 정도에 따라 정부의 규제를 받을 수 있고, 유류할증료가 통합되면 요금 자체가 높아져 여행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뿐만 아니라 여행사에 지급할 볼륨인센티브(VI)가 커지는 것도 항공사에게는 부담이다. 전체 지급액에 맞춰 요율을 하향조정하면 되지만 그룹항공권의 경우 이미 0.5~1% 수준의 낮은 요율을 적용하고 있기에 그 이하로 낮추면 반발이 심할 것이 우려된다. 항공사가 유류할증료를 운임에 포함시키기 어려운 이유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지난 3월 “김포-제주구간의 경우 2010년 12월부터 2011년 12월까지의 유가는 103.53달러에서 122.87달러로 18.7% 증가했으나 유류할증료는 6,600원에서 1만2,100원으로 83%나 증가해 실제 인상 수준보다 4배 이상 높았다”며 “유류할증료가 항공사의 손실 보전이 아닌 영업이익 극대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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