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드디어’ 국제선 기내식을 유료화했다. 비행시간이 6시간에 달해도 물 한잔 주지 않는 외국계 LCC와 비교하면 황송한 서비스를 제공하던 제주항공의 결정에 다른 국내 LCC들도 영향을 받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지난 4~5일 CAPA 컨퍼런스에 모인 아시아 태평양 지역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한국에는 진정한 의미의 LCC가 없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했다. 그러니까 ‘최대한 운임을 낮추고, 부가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것’을 기본 개념으로 하는 LCC 모델에서 한국 LCC들은 한참 멀다는 것이다. 기내식, 이불, 수화물 등 고객의 피부로 느끼는 부가 서비스 문제만이 아니다. LCC들은 온라인을 통한 직접 판매를 극대화하고 여행사, GDS 등 유통 비용이 발생하는 채널은 보조 판매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제주항공만 해도 국제선 항공권의 30%만이 직판이라 한다.

물론 한국 LCC들이 다소 기형적인 모습으로 발전한 데는 서비스 기대치가 높은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이 반영됐을 것이고, 이제 국제선 취항 5년째를 맞은 만큼 걸음마를 뗀 것으로 이해해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한국형 LCC 모델’이 계속 유효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비용 절감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외국계 LCC들과의 경쟁에서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까닭이다. 약속이나 한 듯 CAPA 회의에서 한국 LCC 대표들이‘서비스 경쟁보다는 비용 절감이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토교통부는 국내 LCC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해주고 있다 하는데, 자칫 온실 속에 LCC들을 가두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국토부, 공정위, 소비자원이 공동으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항공 관행을 개선해나가는 작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비자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한국 국적기 보호, 외항사 때리기’가 노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세계 항공업계 흐름에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소비자들이 LCC의 특성을 감안해가며 항공권을 구매할 이유는 없다. 가격을 낮추면서 서비스 질까지 떨어뜨릴 필요는 없다”소비자원 담당자와의 통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조금 비약하자면 “LCC들이 저렴한 요금으로도 대한항공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 그가 한국 LCC들의 현실을 알았다면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한국 LCC들이 반드시 에어아시아나 제트스타를 좇아가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들과 싸우려면 어떤 변화를 택해야 할지는 자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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