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관광기업 리더들로 구성된 WTTC(World Travel & Tourism Council)의 첫 한국 나들이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세계 여행산업의 핵심, 아시아’를 주제로 9월10일과 11일 이틀 동안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이번 ‘WTTC 아시아 총회(The Asia Summit)’의 주요 발표 내용 중 LCC와 온라인 여행업과 관련된 파트를 정리했다.




●Powering Global Travel & Tourism
LCC, 아시아 관광의 지형을 바꾸다

관광업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다면, 저비용항공(LCC)과 온라인여행사의 대두일 것이다. 특히 저비용항공사는 이미 동남아시아 항공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했고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에서는 도약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풀서비스항공사(FSC)와 전통 여행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참가자
피터 하비슨(Peter Jarbison) CAPA 회장
존 슬로사(John Slosar) 캐세이패시픽 최고경영자
마사루 오니시 일본항공 회장

아태 지역 항공산업을 연구하는 기업인 CAPA에 따르면, 지난해 동남아시아에서는 전체 항공시장에서 LCC 시장 점유율이 57.4%인 데 반해, 한국, 일본, 중국, 타이완 등이 있는 동북아에서의 국제선 점유율은 9.2%에 머물렀다. 한국의 5개 LCC의 2013년 상반기 국제선 점유율이 9.3%였으니 평균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항공사들의 도입 예정 항공기 수만 봐도 동남아 항공사들이 파죽지세다. 인도네시아의 라이온에어가 554기,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가 353기, 인도의 인디고가 198기, 호주의 제트스타가 139기를 주문한 상태다.

에어아시아, 제트스타, 타이거항공 등 선도적인 LCC가 많은 동남아시아와 달리 동북아 지역에서는 LCC의 태동 자체가 한 발 늦었다고 할 수 있으며,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CAPA는 여전히 동북아 국가들이 항공시장의 진입장벽이 필요 이상으로 높으며, 자연스레 경쟁력 약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CAPA 피터 하비슨(Peter Jarbison·아래 사진 왼쪽) 회장은 “저비용항공사가 여행객의 여행 패턴 자체를 바꾸고 있음에도 동북아는 대응이 늦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북아시아에서는 입김이 강한 기존의 풀서비스항공사들이 LCC 시장의 성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CAPA 피터 하비슨 회장은 동북아시아의 대표 항공사인 캐세이패시픽과 일본항공의 대표를 초청해 의견을 나눴다. 두 항공사는 LCC의 성장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LCC는 ‘프리미엄’ 시장을 넘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세이패시픽 존 슬로사(John Slosar·사진 가운데) 최고경영자는 LCC와의 경쟁에서 적극적으로 맞불을 놓는 전략을 취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캐세이패시픽도 자회사로 LCC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슬로사 CEO는 “새로운 항공사를 만들기 전에 판매하지 못하고 있는 20%의 기존 좌석을 소진하는 게 우리에게 중요하다”며 “LCC에게 배울 부분은 배우면서 적극적으로 경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확장되고 있는 중국시장이 키를 쥐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여행객들이 점차 프리미엄 여행, 개별여행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캐세이패시픽도 중국 항공사들과 무조건 경쟁하기보다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달라지는 시장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항공은 제트스타재팬이라는 저가항공을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FSC로서 일본항공의 브랜드를 철저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LCC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부분은 사실이지만 시장이 다변화되는 양상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일본항공 마사루 오니시 회장<사진 오른쪽>은 “LCC를 이용하는 고객은 기존에 항공여행을 많이 하지 않았던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일본항공은 고품질을 추구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타깃 마케팅, 기업 고객 대상 영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사들은 여행업의 격변기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세계적인 GDS 업체인 아마데우스의 데이빗 브렛(David Brett) 아태지역 사장은 “인터넷이 생겼을 때, 여행사는 다 망한다고 우려했지만 여행사 영업은 지속되고 있다. 인터넷은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라며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간파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해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자연재해, 국가간 외교 마찰, 환율, 경제 등 유독 외부 요인에 취약한 여행사의 특성상 최근 몇 년간의 변화 속도는 더욱 빠르게만 느껴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일본의 JTB 히로미 타가와 사장은 “위기는 늘상 있는 것이기에 위기가 싫다면 이 업을 떠나는 게 낫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또 “아시아는 전세계 관광업의 주류가 되는 것은 맞지만 질적 문제를 개선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며 “여행사의 경우, 지역의 소재를 개발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하며, 이 부분에서 주민들, 정부, 지자체와 이해를 함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Trending Now and Tomorrow
기술과 서비스는 불가분의 관계

WTTC 세션7에서는 기술 발전이 여행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먼저 익스피디아의 디런 폰세카(Dhiren Fonseca) CCO가 익스피디아의 현황과 발전 방향을 주제로 사회자와 문답을 나눈 뒤, 나머지 패널들과 합류해 대화를 이어갔다. 특정 기술이 아시아 소비자들의 의사 결정 및 상품 소비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놓고 토론이 펼쳐졌다.고서령 기자

▶참가자
션림(Sean Lim) 아리랑TV 아나운서
디런 폰세카(Dhiren Fonseca) 익스피디아 CCO
전계성 홍콩 폴리텍대학교 호텔관광학과 교수
로버트 베일리(Robert Bailey) 애바카스 사장
판민 씨트립(Ctrip) CEO
박주흠 다비오 대표
야마모토 타카노부 라쿠텐트래블 사장

익스피디아 디런 폰세카 CCO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기술이 발전하면서 익스피디아의 정보 제공 채널이 확대됐고 소비자들의 선택 폭도 훨씬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트리바고는 전세계 70만개 호텔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서비스 언어를 다양화하고 있다. 폰세카 CCO는 익스피디아를 여행업체라기보다 여행·관광 분야를 서비스하는 IT기업에 가깝게 본다고 했다.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갖고 있었던 창업 멤버들이 여행 분야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한 것이 익스피디아의 탄생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익스피디아를 통한 호텔 예약 중 상당 부분이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익스피디아는 현재 안드로이드·iOS·윈도우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기 위해 150개 이상의 어플리케이션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플랫폼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기술 진보-인간적 가치 균형 맞춰야

이어 합류한 토론 패널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이 여행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애바카스 로버트 베일리(Robert Bailey) 사장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여행이 매우 간편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행 도중에 스마트폰으로 렌터카를 예약하고 호텔 리셉션 방문 없이 스마트폰을 열쇠로 활용해 객실에 들어가는 등 이미 현존하는 기술이 좀 더 정제되면 여행자들의 시간을 크게 절약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기술 환경에 맞춰 새로 개발된 프로그램이 소개되기도 했다. 다비오 박주흠 대표는 여행자들이 해외 데이터로밍 사용료에 부담을 느낀다는 점을 인식, 국내에서 지도를 다운받아 출발하면 해외에서 데이터 연결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여행 앱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앱은 세계 각국의 지도와 함께 테마에 따른 추천 일정과 여행 정보를 제공한다.

라쿠텐트래블 야마모토 타카노부 사장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비기술적인 부분이 중요해진다”며 “호텔 담당자가 여행업체를 통하지 않고 여행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여행자들은 호텔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고, 호텔은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폴리텍대학교 전계성 교수도 기술의 진보와 인간적인 가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전 교수는 “호텔이 고객에게 기술을 제공할 때는 고객의 편안함을 최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기술도 중요하지만 손님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경청하고 그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술 발전이 호텔 업계에는 장애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익스피디아 디런 폰세카 CCO는 “여행 한 달여 전에 호텔 예약을 하던 과거에는 호텔에서 객실 운용, 직원 배치 등에 대해 계획을 짤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모바일 예약의 95%는 48시간 이내에 이뤄지고 있다”면서 “호텔들이 이틀 전에도 객실이 전부 찰 것인지 차지 않을 것인지를 예측하기 힘들게 됐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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