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취재] 화산이 준 천혜의 자원, 시마바라 반도"
"[현지취재] 화산이 준 천혜의 자원, 시마바라 반도"
  • 여행신문
  • 승인 2013.10.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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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슈 중서부, 나가사키현의 시마바라 반도는 일본 최초의 ‘세계지오파크’이다. 시마바라 반도의 한 가운데 위치한 운젠은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100년 전 운젠은 이미 서양인들의 온천휴양지로 명성을 얻었다. 1300년 전에는 영산으로 불리며 아예 여인의 출입을 금기시했다. 1792년에는 후겐타케산의 분화와 마유야마산의 붕괴로 1만 명이 희생됐다. 시마바라의 온 천지가 흙과 돌로 가득 차고, 주변 마을은 쓰나미로 쓸려 갔다. 시마바라의 거대한 지각변동이었다. 결국 시마바라 반도의 독특하고 역동적인 경관은 화산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운젠의 온천은 시마바라 대지의 온기다. 시마바라에 오면 지구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낀다. 화산의 활동은 재난 속에서도 시마바라 반도에 천혜의 관광자원을 선사했다. 시마바라 사람들은 화산으로 인한 재난과 함께 화산이 준 혜택을 누리며 산다. 시마바라 반도에서 인간과 화산은 공생한다. 시마바라 반도의 전 지역이 그야말로 자연의 대박물관이다. 산과 바다, 온천과 트래킹을 모두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시마바라 반도다.

운젠 글·사진=박준 travie writer envoyage@daum.net
취재협조=진에어www.jinair.com 리치여행클럽 1544-6510

■온천 휴양지, 운젠지옥

유황냄새가 강렬하다. 슉슉 소리를 내며 고온의 증기가 피어오르고, 여기저기서 온천수가 솟구쳐 뿜어 나온다. 증기의 최고 온도는 120도 정도.
산간의 고요한 온천 휴양지, 운젠은 시마바라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80년 전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풍광이 독특하다. 여름에는 30도를 넘지 않을 정도로 선선하고, 겨울에는 눈이 귀한 큐슈에서 구름과 안개가 냉각된 채 나뭇가지에 부딪혀 산 전체가 은빛으로 반짝인다.

‘운젠지옥’으로 불리는 운젠지역의 온천수는 다치마나만(灣)의 해저 마그마 웅덩이에서 비롯된다. 마그마에서 발생한 고온, 고압의 가스가 암반의 갈라진 틈을 통해 상승하며 고온의 물로 바뀐다. 하지만 이게 곧 온천수는 아니다. 운젠은 해발 700미터의 산 속에 있다. 그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는 건 물의 비등으로 생긴 가스뿐이다. 가스는 세차게 분출되는 수증기 형태로 나타난다. 운젠온천은 가스와 지하수가 섞여 만들어진다. 운젠온천을 다니다 보면 하얀 흙에 덮인 암석이 눈길을 끄는데, 증기와 온천의 열, 산성수의 영향으로 암석이 하얗게 탈색됐기 때문이다. 운젠의 증기는 화산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토석류 피해가옥 보존공원’은 화산재해로 인한 피해, 화쇄류가 밀려온 흔적을 공원으로 만든 곳이다. 일본에서 유일한 ‘화산체험 박물관’도 운젠에 있다.

운젠에는 ‘대규환지옥’이란 무시무시한 이름의 온천이 있다. 하얀 암석 사이에서 하얗게 증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본 사람들은 운젠온천을 ‘지옥’이라 불렀다. 운젠을 찾은 관광객들들은 온천을 산책하며 지옥순례, 지옥유람을 한다. 실제 운젠이 지옥 같은 장소일 때도 있었다. 운젠지옥이란 이름에는 크리스천 탄압이라는 슬픈 역사가 배어있다. 350년 전 온천의 열탕은 고문이나 처형을 하기 위한 장소였다. 에도시기 초기, 개종을 거부한 천주교 신자 30명이 펄펄 끓는 지옥온천에서 희생됐다. 순교자들을 기리는 기념비가 있고, 매년 5월 순교기념제가 열리는 이유다. 운젠은 크리스천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순례 코스다.

운젠지옥을 찾은 이른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산행은 다 글렀다. 운젠에서 최고 높은 해발 1483m의 헤이세이신잔 산을 오르지 않고 이곳을 떠난다는 게 아쉽다. 헤이세이신잔 산은 1990년 198년 만에 분화한 기록을 갖고 있다. 비를 맞으며 한적한 운젠 거리를 산책한다. 값비싼 온천여관뿐만 아니라 작은 민박집도 눈에 띈다. 여관이건 민박집이건 모두 지붕만은 한결같이 빨간 색이다. 가만히 걷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온천여관에 묶어야만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운젠에는 목욕탕 같은 대중온천도 있다. 유노사토 대중온천의 입장료는 단돈 100엔이니 누구라도 운젠온천을 즐길 수 있다. 유노사토 외에도 신유(입장료 역시 100엔), 고지고쿠(400엔) 대중온천이 있다. 운젠에서 산 밑으로 내려가는 도로 양편에는 편백나무가 빼곡히 늘어서 청량감을 더한다.

운젠에서 14킬로미터 거리에 또 다른 온천이 있다. 오바마 온천이다. 오바마? 맞다. 바로 그 오바마다. 지난 2008년 미대통령선거에서 오바마 미대통령과 이름이 같아 화제가 된 오바마시가 운젠에서 가깝다. 언제나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온천증기는 오바마 해변의 트레이드마크다. 오바마 온천 해변가에는 일본에서 가장 길다는 ‘족욕온천’이 있다. 바다 위로 떨어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족욕을 할 수 있다. 족욕온천탕 바로 옆에선 운젠의 천연수로 만들었다는 레모네이드와 함께 온천수에 삶은 달걀을 먹는다. 유황천인 운젠온천이나 나트륨천인 오바마온천 모두 미용, 미백효과가 뛰어나 미용온천, 미백온천으로 불린다.



■청류(淸流)의 고장, 시마바라

시마바라 반도의 동쪽에는 시마바라시(市)가 있다. 1627년 시마바라의 새 영주로 부임한 마쓰쿠라 시게무사는 크리스천 신자들을 혹독하게 박해했다. 그는 시마바라 사람을 전부 한 곳에 모아놓고 이렇게 말한다.

“밟고 지나라. 거부하는 자는 펄펄 끓는 온천물에 던지겠다.”
사람들 발밑에는 예수와 성모마리아 그림이 있었다. 영주의 요구를 거부한 교인들은 작열하게 끓어오르는 분화구 열탕에 던져졌다. 지옥과 다를 바가 없었다. 많은 교인이 이렇게 순교했다. 이 같은 박해는 1637년 농민들에 의한 시마바라 봉기로 이어진다. 시마바라 반도 인구의 60%인 2만4천여 명이 봉기에 참여했다. 농민봉기의 외형적인 이유는 가혹한 징세이었지만 사실은 크리스천의 봉기였다. 겨우 열여섯의 크리스천인 아마쿠사시로가 농민봉기의 지도자였다. 농민군은 12만의 에도 막부군과 용감히 맞섰으나 수적 열세로 패할 수밖에 없었다.

시마바라성 천수각의 전시관에선 크리스천 박해와 관련된 유물들이 눈길을 끈다. 그런데 불상의 형태가 아무래도 이상하다. 가만히 살펴보니 불상의 형상을 했지만 실은 마리아상이다. 박해를 피하고자 마리아상을 불상처럼 만들었다. 시마바라 반도의 천주교 관련 유산은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등재가 추진 중이다.

밖으로 나와 화려한 자태를 가진 시마바라 성을 바라본다. 기실 시마바라성의 역사는 기실 파란만장하다. 시마바라 봉기가 일어났을 때는 농민군의 맹공을 받았고, 1792년 시마바라 대지각변동 등 계속되는 지진과 쓰나미를 맞아 꿋꿋이 견뎠다. 하지만 결국 메이지 유신으로 민간에 매각되고 헐리게 되는 비운을 겪는다. 그 후 오랜 세월동안 간신히 살아남은 돌담과 무성한 수풀이 자리를 차지한 해자만이 시마바라성 자리를 지켰다.

1964년 시마바라 시민들의 염원이 모아져 천수각이 복원됐다. 천수각 5층 전망대에 오르면 시마바라 시내는 물론 바다 건너 구마모토의 아소산까지 보인다. 시마바라에서 페리를 타고 구마모토로 넘어갈 수도 있다.

시마바라 성 주변에는 부케야시키라는 무사 거주지가 남아 있다. 정취가 넘치는 돌담 사이 수로가 아주 예쁘다. 수로의 길이는 남북방향으로 400미터에 달한다. 맑고 깨끗한 수로에선 유유히 노니는 붉은색, 황금색 비단잉어를 볼 수 있다. 시마바라를 ‘청류(淸流)의 고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시마바라 성 주변을 걷다가 한 무리의 여학생과 마주쳤다. 치마가 치렁치렁하다. 영락없이 중학생들이라고 생각했지만 틀렸다. 도쿄 여고생들과 다르게 루즈삭스도 신지 않고, 교복 치마도 짧지 않은 시마바라 여고생들이다. 사진을 찍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어느 학생은 수줍게 웃으며 우산으로 얼굴을 가린다. 나가사키 공항에서 시마바라까지는 고작 한 시간 반밖에 안 걸리지만, 시마바라의 평화로운 정취는 도시 공기와 완전히 다르다.



▶운항정보
진에어는 인천-나가사키 구간을 주 3회 운항한다. 인천 출발은 수금 오전 8시30분/일 오후 5시10분, 나가사키 출발은 수금 오전 10시50분/일요일 오후 7시30분이다. 1시간20분이 소요된다.

▶운젠, 시마바라 가는 법
나가사키 공항에서 버스로 1시간 50분이 소요된다. 요금은 1910엔. 이사하야에서 환승, 오바마를 경유한다. 나가사키 시내에선 하루에 세 번 버스가 운행되는데 운젠까지 1시간 40분이 걸린다. 요금은 1900엔.
나가사키 공항에서 시마바라까지는 버스로 1시간 45분, 시마바라에서 운젠까지는 버스로 30분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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