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태풍을 맞은 필리핀은 쓰러진 집들과 수많은 사상자들, 생필품조차 없어 약탈에 나서는 사람들 등으로 대혼란을 겪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태풍으로 인한 필리핀의 피해규모를 최고 수준인 ‘3급 재해’로 분류했다고 한다. 2004년 인도양 쓰나미 사태, 2010년 아이티 대지진과 같은 수준이라고 하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연일 매스컴에 등장하는 현지 상황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수준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지난 10월 지진으로 보홀 일대가 엉망이 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다시금 재해가 덮치면서 필리핀 여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행자의 마음이 돌아서면 업계는 꼼짝없이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에 금전을 따져서는 안되겠지만 여파가 길어지면 여행사도 ‘죽고 사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22만 명의 사상자가 났던 지난 인도양 쓰나미 사건 때는 거의 반년 이상 태국 수요가 줄었다. 당시 푸켓 등 여행지가 쓰나미를 정면으로 맞아 피해가 상당했고 때문에 피해 수습 기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냄새가 난다더라’, ‘시신이 어떻다더라’ 하는 이야기들이 한동안 입에서 입으로 떠다녔던 것도 문제였다. 일본은 아직까지도 재난의 기억이 남았다. 원전사고로 방사능이 유출돼 사고 난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은 방사능 꼬리표를 언제 뗄 수 있을 지 기약조차 없다.

대형 사건들이 터지면 여행심리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그 지역 상품을 업으로 삼고 있는 중소규모 여행사들은 특히 타격이 크다. 다른 지역 판매로 손실을 메꿀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쓰나미 사태로, 방사능 사태로 영향을 받았던 여행사도 많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업계는 이번 필리핀 사태의 여파가 길어지지 않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비록 당장의 예약률은 평균을 밑돌고 있지만 폐쇄됐던 공항이 정상화 된 이후부터 상품도 정상적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큰 불행이 계속되고 있으니 착잡한 마음이지만 그 와중에 한 시름을 덜어냈다. 더불어 필리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여행업계에서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한 따뜻한 손길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