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6개국 방문자가 한국의 1.4배 … 각종 지원금도 동남아와 공유

일본 관광의 제 1시장 한국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대신 동남아가 새로운 일본 여행시장의 동력원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일본을 찾은 한국인 여행객은 194만명이지만, 타이완·홍콩·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베트남 등  주요 동남아 6개국의 누적 일본 방문객은 총 275만명으로 한국의 1.4배에 달한다.

한국시장의 흐름은 딱히 나쁘지 않으나 최근 감소세가 큰 것이 일본의 고민이다. 7월 방일 한국인은 24만명(+28.6%)이었으나 8월은 21만명(+6.9%), 9월에는 16만명(+12.9%)으로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월 이후 방사능 오염 문제가 크게 보도된 영향에 따른 것이다.

반면 올해 9월까지 누적 일본 방문객은 타이완 166만명(+52.3%), 홍콩 54만명(+49.5%), 태국 28만명(+59.2%), 싱가포르 11만명(+28.2%), 말레이시아 10만명(+20.5%), 베트남 6만명(+49.8%) 등으로 모두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러한 한국 여행객 감소, 동남아 여행객 증가 및 일본 정부의 지원정책이 겹치면서 현지 시장의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 호텔의 경우 한국인 관광객을 위해 내주던 객실을 축소하거나 판매 의사를 묻고 이른 회수를 하는 상태다. 1개월 이전부터 여행사에 전화해 객실 사용여부를 묻고서 예약이 없으면 동남아 여행객들에게 주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행객의 빈자리를 동남아 여행객이 채워주는 모양새인데 여행사는 곤란할 수밖에 없다. 예약문의가 출발일 직전에도 들어올 만큼 짧은 우리나라 여행객 특성상 객실을 오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유리하다. 또한 오랜 거래와 물량을 무기로 단가를 상당히 낮춘 한국과 달리, 신규거래에 가까운 동남아 국가들은 우리나라보다 객실료가 높아 호텔 입장에서는 장점이 크다.

동남아 여행객의 일본 방문이 계속 늘면서 지난 여름 홋카이도에서 벌어진 버스 부족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급기야 한국에 주어지던 지원금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에 배정했던 지원금 예산을 동남아 국가에도 나눠주기 때문이다. A여행사 관계자는 “얼마 전 규슈에 출장을 갔는데 관계자들이 모두 타이완, 싱가포르 등으로 출장을 가서 만나지 못했다”며 “얼마나 현지에서 동남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는데 우리에게만 줬던 지원금마저 동남아 국가에 쪼개서 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물론 일본이 제1시장인 한국을 한 번에 놓아버릴 리는 만무하다. 다만 여행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예전과 같은 객실 블록이나 단가를 요구할 수 없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B여행사 관계자는 “지원금은 줄고, 동남아 여행객이 많아져 현지 호텔이나 버스회사 등은 굳이 한국에 객실이나 버스를 싸게 공급할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방사능 문제로 수요가 줄어든 우리나라에서 일본 상품가가 인상된다면 주변 국가 대비 경쟁력을 잃게 되는 만큼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동남아 수요 성장의 주요 원인은 비자 면제 및 완화에 있기에 일시적이 아니며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본은 지난 7월, ASEAN(동남아시아 국가 연합) 5개국을 대상으로 비자를 면제하거나 발급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는데 그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관광청은 “올해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 6개국의 방일 여행객 수를 100만명으로 예상하고, 오는 2016년까지 이들 국가 방문자를 총 200만명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명상 기자 terr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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