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시즌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골프 성수기가 시작됐다. 각 여행사들은 앞다퉈 골프 상품 홍보를 시작했고 각종 골프대회를 개최하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여러 항공사들이 취항하면서 대격전지로 대두된 태국을 비롯해 후발주자인 카오슝, 다낭 등도 예년보다 공급이 많아졌다. 올해 골프시장의 기상도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골프시즌 본격 시작, 태국 공급·수요 많아
-필리핀 시장 축소로 일부 지역 반사이익
-무차별 공급보다 상품만족 고민해야 할 때

태국·카오슝 등 공급 늘어


골프 목적지 중 최근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곳은 단연 태국이다. 태국은 여러 목적지 중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지역으로 이미 검증된 목적지인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매년 골프시즌을 대비한 전세기가 운영됐고 올해도 어김없이 여러 항공사들이 투입됐다. 방콕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타이항공을 비롯해 대부분의 LCC들도 취항하고 있고 아시아애틀랜틱항공이 전세기를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취항 중인 치앙마이는 비즈니스에어, 오리엔트타이항공이 전세기 계획을 세웠다.


공급이 많은 만큼 모객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하나투어와 노랑풍선의 경우 방콕과 치앙마이의 예약률이 가장 높고 모두투어도 파타야, 치앙마이, 방콕이 각각 2, 3, 4위로 예약률 상위를 차지했다. 올해부터 골프 전문 브랜드를 출시한 내일투어도 파타야와 치앙마이가 각각 예약률 3위,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타이완 카오슝, 베트남 다낭 등도 전망이 밝다. 타이완 카오슝은 인천에서 아시아나 전세기가 투입되고 청주, 무안, 부산 등 국내 각지에서도 원동항공의 전세기가 운영되면서 작년보다 공급이 대폭 늘었다. 지난 겨울 호황을 맞았던 베트남 다낭도 마찬가지다. 하나투어의 예약률에 따르면 베트남 다낭은 전체 판매의 7%를 점유하며 예약순위 6위를 보이고 있다. 작년 부진 없이 겨울시장을 버티며 주목받은 다낭은 올해 아시아나가 12월 말부터 주 2회 증편을 예정했다. 오키나와도 아시아나, 진에어 정규편을 제외하고 티웨이항공이 12월23일부터 새롭게 투입된다.


그 밖에 베트남-캄보디아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태국, 필리핀 등 주요 국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여행자가 많지 않아 골프장을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이유다.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라오스, 미얀마 등도 조금씩 수요가 늘고 있는 지역으로 꼽혔다.

 

동북아·필리핀은 어려워


한편 태국과 함께 주요 골프목적지로 여겨지는 필리핀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요 여행사의 골프 여행 예약률 순위에서 여전히 상위권에 올라 있긴 하지만 전년 대비 하락세다. 노랑풍선에 따르면 필리핀 클락과 필리핀 마닐라는 전년대비 각각 -20%, -30% 하락했다.이에 대해 노랑풍선 측은 “필리핀 태풍과 지진의 악재로 특정 지역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라며 “필리핀 골프수요는 아직 그 인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골프 전문 여행사인 엑스포관광의 전우근 대표도 “필리핀 클락이 골프여행지로 인기가 높았는데 올해는 그만큼의 수요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동북아 지역에 대한 회의도 존재한다. 전반적으로 수요가 줄고 있는 일본은 오키나와를 제외하고는 하락세를 띠고 있다. 기존에는 일본 본토가 거리가 매우 가까울 뿐만 아니라 골프장 시설이 좋아 한국 골퍼들의 방문이 많았지만 올 하반기부터 일본 방사능 문제가 크게 대두되면서 인기가 떨어졌다. 일본 골프장들은 발빠르게 각종 프로모션을 홍보하며 한국인 유치에 나섰고 이런 영향으로 일부 날짜는 예약이 불가능하기도 하다. 하지만 전체 파이는 줄었다는 것이 전반적인 시각이다.
중국은 하이난, 주하이, 시아먼 등이 판매에 돌입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어필하는 곳도 있지만 여유법의 실시와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지의 골퍼들이 이 지역으로 몰리면서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다는 설명이다. 일부는 현지 여행사에서 한국인들이 원하는 일정을 채워주지 못해 중국 상품의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내놨다.

 

보편화된 골프, 기호 확실해져


올해 떠오르는 지역인 카오슝·다낭·오키나와의 공통점은 우리나라와 가깝고 야외 스포츠를 즐기기에 날씨가 좋다는 것이다. 점점 목적지가 다양해지고 경험있는 골퍼들이 많아지면서 골프 상품도 영향을 받고 있다. 골프라는 스포츠가 많이 보편화 된 만큼 여행자들이 비행시간, 공항에서의 이동거리, 숙소, 기후 등 다양한 기준으로 상품을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골프여행 전문 업체인 이벤트투어의 김홍무 대표이사는 “예전에는 골프만 할 수 있다면 어디든 갔지만 이제는 어떤 환경에서 골프를 하고 싶다는 기호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있는 지역을 살펴보면 거리가 가깝고, 날씨가 많이 덥지 않은 온화한 곳을 선호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불였다. 


더불어 누적된 경험을 통해 상품을 선별하기도 한다. 공급이 과잉 돼 골프장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없었던 지역은 그 다음 해 판매가 어려워진다. 여행자들이 만족도를 느끼지 못한 상품은 바로 이듬해 모객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벤트투어 김 대표는 “언제든 골프를 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가고, 없으면 안가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답했다. 공급 과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지 골프장 사정과 공급이 잘 맞지 않는 경우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올해 태국의 경우는 이미 “골프장 이용에 무리가 있을 것 같다”는 관계자의 걱정이 이어지는 형편이다. 노랑풍선은 “치앙마이의 경우 인천 공급석과 부산출발 공급석 등이 더해져 12월과 1월 현지 호텔 수급이 어렵다”며 “종전의 치앙마이 황제 골프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상품을 발굴하고 항공 공급과 현지 상황을 적절히 맞춰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엑스포관광의 전 대표는 “과거 지나친 공급으로 여행자들이 몰리면서 골프장 이용이 어려워지고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면서 상품 판매가 불가능했던 적이 있다”며 “새로운 지역을 찾아서 다양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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