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 아웃바운드의 시작은 장밋빛이었다. 2011년 3월 대지진 이후 줄곧 침체기에 빠져있던 일본은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를 타더니 대지진 이전 수준을 뛰어넘을 정도로 수요가 몰렸다. 그러나 7월부터 불거진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소식이 알려지면서 급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올해 일본 여행 시장의 추이를 돌아봤다. <편집자 주>

-8월까지 20만명 이상 유지…원전 문제 보도 이후 하락

 

상쾌한 출발을 했던 상반기

 

올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추이를 지진 이전인 2010년과 비교해보면 상승세를 실감할 수 있는데, 1월은 23만4,000명(+35.2%), 2월은 23만4,300명(+38.5%), 3월에는 20만6,000명(+37.4%)이 일본을 찾았다. 동북부 대지진 이후 천재지변에 대한 불안감에 오래도록 일본을 가지 않았던 수요가 폭발했던 것이다. 1월부터 6월까지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한번도 20만명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저력을 보였다. 엔화가 낮았던 지난 2007년에도 상반기 중 20만명을 넘은 달이 세 번에 불과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올해 일본시장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짐작할 수 있다.


대형여행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발표한 지난 5월 모객 동향 자료에 따르면 일본 여행객은 전년 동월대비 각각 91%, 1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방문객 증가의 가장 큰 이유는 엔저에 힘입어 일본을 여행하려는 이들이 크게 늘어난 것에 더해, LCC를 이용한 저가 일본여행 상품이 많아져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본 방문 수요가 높아진 것이 큰 몫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는 객실 부족 현상까지 나타났다. 일본인이 자국 관광을 많이 하는데다 외국인 관광객이 계속 늘어나는 것에 힘입어 호텔마다 원활한 객실공급이 어려워졌던 것이다. 평소 패키지나, 홈쇼핑 등을 통해 꾸준히 공급해온 랜드사도 객실수배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 노선 관계자들은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가격회복도 빠를 것으로 내다봤다. 대지진 이후 오랫동안 일본상품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었으나 여행객이 몰리면서 더 높은 요금을 내더라도 모객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반기, 방사능 공포에 추락

상반기의 호조세를 타고 여름시장에 대한 반응도 커졌다. 특히 ‘7말8초’기간의 판매속도가 빨라서 해당기간에는 항공좌석이 수요 대비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기도 했다. 7월4일부터는 제주항공이 인천-나리타 노선에 매일 2회 취항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도쿄를 가기 원하는 여행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오사카나 규슈는 상대적으로 여름에 덥기 때문에 폭발적인 반응을 기대하기 힘들었으나 LCC취항에 따른 낮은 단가의 장점에 수요가 움직이기도 했다.


그러나 7월부터 나온 방사능 보도는 일본 시장에 찬물을 뿌렸다. 지난 7월18일에는 후쿠시마 원자로에서 방사능으로 보이는 물질이 나왔다는 보도에 이어 22일에 도쿄전력이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는 것을 시인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일부 일본 상품 예약자들은 위약금을 물면서 예약을 취소하기도 했다. 당초 방사능 유출은 없다던 일본 정부의 발표와 다른 내용에 여행객은 혼란스러워 했고, 일본 정부의 발언을 불신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정부가 공개하는 방사능 수치조차도 신뢰할 수 없을 만큼 믿음의 근간이 무너지면서 각종 ‘설’이 양산됐으며 상황은 꼬여만 갔다.


인터넷에 떠도는 일본 방사능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 네티즌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 냈고 ‘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 되면서 시장은 위축됐다. 8월에는 전년 대비 성장률이 6%대에 머물렀고, 9월에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20만명 선이 무너진 16만명 방문에 그쳤으며 10월에는 올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여행사들은 11월까지 부진했던 시장이 12월부터는 조금씩 살아날 것으로 전망했다. 온천이 유명한 규슈, 남쪽의 오키나와 등의 수요가 늘고 있는데 추운 겨울이 되면서 일본 여행의 장점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방사능은 한 순간에 사라지지 않는 악재인 만큼 당분간 악영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명상 기자 terr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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