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에서 버스로 5시간, 이름도 생소한 판티엣(Phan Thiet)에 내렸다.
베트남 남부의 작은 해안 도시란 설명엔 ‘그게 뭐 특별하랴’ 싶다.
그러나 ‘무이네’란 지명이 붙자 두근두근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자유여행자들이 손꼽는 무이네, 그 답은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피싱빌리지에서는 해안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글·사진  차민경 기자

 

모래언덕을 마주하다
 

판티엣 시내에서 약 한 시간, 새벽 어스름을 깨고 달리는 버스 옆으로 간간이 불 밝힌 낮은 집들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하면 사막에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베트남에서 사막이라. 낯선 조합이었지만 해안 마을인 판티엣에서는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판티엣의 화이트샌듄(White Sand Dune)과 레드샌듄(Red Sand Dune)은 바닷바람이 만든 사구에서 시작된 것이다. 수백 년을 지나오면서 점점 커지고 커져 지금의 모습이 됐다.


거추장스러운 신발을 벗자 보드라운 모래가 발가락 사이를 파고 들었다. 약간 무거운 질감을 즐기며 언덕을 오르다보면 한쪽으로는 사막이 드넓게, 한쪽으로는 호수와 농작물이 자라는 밭이 푸르다. 묘한 풍경이다. 길고 반질반질한 판지를 끌고 다니는 소년이 다가와 손짓발짓으로 모래 썰매를 타지 않으려냐고 묻는다. 1만동(5달러)만 내면 몇 번이고 태워준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다. 씨익 웃는 것이 재미있다는 뜻일 테다. 손사레를 쳤지만 소년은 포기하지 않았고 ‘해보지 뭐’하는 기분에 일출 후에 부르겠다 약속을 한다.


화이트 샌듄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막보다는 크기가 작지만 너울진 모래언덕들은 상상해왔던 사막의 모습 그대로다. 몇몇 여행자들이 어두운 새벽의 공기를 깨고 사막을 오르고 있었다. 아름답다는 흰 사막의 일출 때문이다. 물론 해가 뜨고 나면 모래가 달아올라 사막을 즐길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막의 너울이 점점 선명해지는 듯하더니 일출이다. 듬성듬성 난 낮은 나무들 사이로 둥근 호가 그려지고 빛이 차올랐다. 새벽잠을 포기하고 달려온 보람이 있다. 모든 일출이 그렇듯, 지상을 빛으로 채우는 환희는 물론이거니와 낮고 메마른 땅 위에 빠르게 스며드는 따스함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소년은 이제 썰매를 탈 시간이라며 어깨너머로 언덕을 가리킨다. 썰매에 앉자 어깨를 무겁게 누르며 밀어준다. 모래를 가르며 내달리는데 환호성이 절로 터진다. 작은 썰매 하나 타는 데 너무 비싸단 생각이 들긴 하지만 5달러쯤 기꺼이 내어줄 만하다.


흰 사막에서 10분~20분 가량 걸리는 레드 샌듄은 말 그대로 사막의 색이 붉게 보이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다. 실제로는 약간 황토빛에 가깝다. 한 눈에 사막의 끝과 끝이 내다보이는 것이 흰 사막보다는 크기가 작고 굴곡도 완만한 편이다. 하지만 모래의 질감은 화이트 샌듄보다 더 부드러워 환상적이다. 솜털처럼 부드러워 자꾸 발을 꼼지락거리게 된다.


그들이 사는 방식

 

나무로 만든 동그란 바구니가 바다 위에 두둥실 떠있는 것이 듬성듬성 보이더니 곧 피싱 빌리지가 나타난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풍기는 짠 냄새는 적응하기 힘들 정도. 우리나라 항구에서 나는 짠 냄새와는 비교할 수 없다. 바다에서 잡아온 온갖 물고기와 해산물들이 한 곳에 모여서이기도 하지만 이곳 해변에서 바로 손질까지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새벽 6시부터 열리는 새벽시장에는 랍스터, 새우, 조개, 생선 등 없는 게 없다. 통에 담아 놓은 해산물들은 슬쩍 보아도 신선할 뿐만 아니라 통통하게 살집도 올라 먹음직스럽다. 현장에서 바로 조리도 해준다니 여유가 있다면 이 맛을 즐겨도 좋을 것. 시장은 새벽 6시부터 8시까지 약 두 시간 가량이 가장 활발하다.


아까 보았던 동그란 바구니는 베트남의 전통 낚시배인 ‘퉁’이다. 이곳 해변은 수심이 얕아 바로 해변까지 배가 들어오지 못한다. 때문에 발달한 것이 대나무로 만든 동그란 바구니인 퉁. 배가 먼 바다로 나가 잡아온 해산물들을 퉁으로 해변까지 옮겨오고 해변에선 이것들을 분류하고 손질해 각 지역으로 판다. 퉁이 물에 안전하게 떠있는 것은 쇠똥으로 마감을 해서 물이 새지 않기 때문. 요즘은 재료가 점점 다양해져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퉁도 있다고 한다.

 

화이트 샌듄이 아침 일찍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의 발길로 채워지고 있다


베트남항공 타고 판티엣&껀저를 여행하자

 

사이공 크루즈
오후에 시간이 남는다면 사이공 강을 누벼보는 건 어떨까? 베트남 사이공 강에는 다양한 유람선들이 운행되고 있다. 4~5층의 초대형 크루즈부터 1~2층의 작은 크루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한 시간 가량에 걸쳐 사이공 강을 왕복한다. 저녁시간에는 특히 호치민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크루즈 안에서 각종 공연이 열리기도 하며 디너를 선택할 수도 있다.
주소 189/71B Bach Dang Street, Ward 2, Tan Binh Dist, HCM City 문의 08 3895 743 홈페이지 www.indochinajunk.com.vn

 

미니그랜드캐년이라는 요점의 샘. 물길이 2Km나 이어진다

 

어디서도 볼 수 없어, 요정의 샘

뽀얀 물에 발을 담그자 미지근함과 함께 발 밑으로 쓸려내려가는 모래가 느껴졌다. 발목까지 채 닿지 않는 얕은 개울은 약 2km나 이어진다. 붉은색, 노란색, 흰색, 검은색, 회색 등 자세히 살펴보면 갖가지 색의 모래들이 반짝거린다.


요정의 샘은 그 유래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구로 만들어진 지형이 수 세기에 걸쳐 침식되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큰 웅덩이에서 만들어진 물길이 얕은 개울을 만들고 이 개울은 일년 내내 이 수심 그대로, 마르는 적이 없이 흐른다고 한다. 요정의 샘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마를 법도 한데 마르지 않는 특징 때문이라고.


약간 미지근한 온도에 촉촉한 질감의 모래는 걸음을 걸을 때마다 기분 좋은 안온함을 안겨준다. 수심은 발목을 넘지 않지만 때때로 움푹 파인 곳이 있으니 걸음을 유의해야 한다. 물길 옆으로 조그맣게 길이 난 곳도 있지만 대부분 물길 위로 다녀야 하기 때문에 쪼리와 같이 물에서도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물이 튀는 것이 싫다면 발에 밀착되는 신발이 더 좋을 것.


요정의 샘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물길을 따라 이어진 절벽도 한 몫 한다. 기이하게 깎여나간 양 옆의 절벽은 이곳 주민들에게 ‘미니 그랜드캐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실제로 그만큼 거대하고 웅장한 형태는 아니지만 이리저리 깎여 예측할 수 없는 형태를 그린 모습은 기대 이상이다. 인가도 없고 여행자들이 많은 곳이 아니라 더욱 조용히 절벽을 감상할 수 있다.


물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일반적으로 끝이라고 여겨지는 큰 웅덩이를 마주하게 된다. 커피와 간단한 음식을 파는 가게도 있어 더위에 지친 몸에 한 숨 휴식을 줄 수도 있다.


지프여행

판티엣 무이네를 여행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이동수단. 우리나라처럼 대중교통이 잘 갖춰진 곳이 아닌 만큼 버스만으로 이동하기 쉽지 않다. 이럴 땐 ‘지프투어’를 이용하자. 3시간에 25달러, 4시간에 30달러 정도다. 운전수가 함께 다니기 때문에 목적지만 말하면 이곳저곳 쉽게 이동이 가능하다. 특히 함께 이동하는 일행이 없는 자유여행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고.

 

●껀저

호치민에서 남쪽으로 두 시간, 배를 타고 10분. 껀저 유일의 리조트까지 다시 한 시간. 껀저는 힘들었던 여정의 기억과 함께 슬픈 베트남의 역사로 새겨진다.

 


맹그로브 숲의 비밀

우거진 맹그로브 나무와 까만 뻘, 밑이 보이지 않는 탁한 강. 맑은 날임에도 맹그로브 숲에는 으슥함이 가라앉아 있었다. 분위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맹그로브 숲은 뼈아픈 베트남전쟁의 기억이 생생한 곳. 껀저의 맹그로브 숲에는 전쟁 당시 베트콩의 총사령부가 있던 곳이었다. 맹그로브 나무가 우거져 자연적인 미로가 됐을 뿐만 아니라 이곳 강에 살던 악어 때문에 미군의 접근이 더욱 어려웠다고. 물론 베트콩에게도 악어는 지뢰나 다름없었지만 승리를 위해 악어가 살던 강 속에 호흡을 도와주는 대롱만을 입에 문 채 숨어있었다고 한다.


피흘린 역사가 몸소 느껴졌던 것은 숲의 어두운 분위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숲 가운데 그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베트콩 총사령부의 영향이 더 컸다. 뻘 위에 나무로 만들어진 사령부에는 베트콩의 물건들과 무기들이 전시돼 있었다. 낡고 부식된 무기들은 이제 쓸모가 없어졌지만 잔혹하기 이를 데 없던 베트남전쟁의 어느 순간을 만들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으스스 소름도 돋는다. 베트남 사람들은 유일하게 미국을 이겼던 전쟁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베트콩 총사령부까지는 맹그로브 숲 생태공원 입구에서 8명까지 탈 수 있는 작은 보트를 타고 강을 따라 이동한다. 좁아졌다 넓어졌다 하는 강을 속도감있게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숲의 곳곳을 보여준다. 폭이 2미터도 채 되지 않는 곳을 지나다 강으로 나오면 탁 트인 시야에 진녹색 강과 맹그로브 숲의 풍경이 펼쳐진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다보니 원시림 그대로를 볼 수 있다. 더불어 운이 좋다면 이곳의 터주대감인 원숭이들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도 있다.


혹 운이 나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이 찾아오는 맹그로브 공원에는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먹기 위해 많은 원숭이들이 상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원관리인들이 생고구마를 던져주면 원숭이들이 사방팔방에서 튀어나온다. 직접 먹이를 줄 수도 있지만 원숭이들이 달려들 수도 있기 때문에 오래 들고 있지 말고 빨리 던져주는 것이 좋다. 모자나 안경, 카메라 등 원숭이들이 채갈 수 있는 물건들은 들고 오지 않는 것도 하나의 팁.


공원 한 쪽에는 악어보호구역도 마련되어 있다. 미군이 숨어있는 베트콩을 색출하기 위해 오렌지에이전트라 불리는 고엽제를 숲에 뿌리고 나서는 강에 살던 악어들이 멸종했다. 이곳에서는 원래의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도록 다른 지역에서 악어를 옮겨와 기르고 있다. 2만동을 내면 악어에게 먹이를 직접 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The Cliff Resort & Residences

클리프 리조트는 무이네의 길목에 자리해 있어 여러 목적지로의 접근이 쉽다. 모던하고 산뜻한 디자인이 특징이고 대부분의 객실에서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풀빌라로 만들어진 독채뿐만 아니라 호텔식 객실도 마련되어 있다. 아줄 주니어 씨 뷰 3,16만8,000동, 비치 프론트 방갈로 831만6,000동(약 41만 원대).
주소 Zone 5, Phu Hai Ward, Phan Thiet City, Binh Thuan, Vietnam 문의 (84) 62 371 9111 홈페이지 www.thecliffresort.com.vn

 

Sea Links Golf & Country Club

골프장, 호텔이 하나의 큰 단지를 이루고 있는 이곳은 골프장을 이용하기 위해 찾는 여행자들도 많다. 18홀의 골프장에서 여유롭게 골프를 즐기고 다이닝 서비스도 즐길 수 있다. ‘와인캐슬’이라 불리는 대규모의 와인저장고도 이곳의 자랑이다. 수페리어 풀 뷰 440만동(약 22만 원대)
주소 Km 9, Phu Hai, Phan Thiet, Binh Thuan, Viet Nam 문의 (84) 62-3741-666 www.sealinksvietnam.com

 

Ocean Dune Golf Club

바다 바로 옆에 위치한 오션듄골프클럽은 18홀로 이루어진 골프장으로 판티엣 시내와 바로 연결되어 있어 접근성이 좋은 곳이다. 바다를 볼 수 있는 탁 트인 풍경이 특징. 골프장과 연결된 두팍판티엣 리조트에서 숙박할 경우 비용이 할인된다. 투숙객 기준 평일 156만2,000동(약 7만8,000원), 주말 18홀 189만2,000동(약 9만5,000원대).
주소 1 Ton Duc Thang Street, Phan Thiet, Binh Thuan, Vietnam 문의 (84) 62-823-366 홈페이지 www.vietnamgolfresorts.com

 

Can Gio Resort

껀저에 유일하게 있는 껀저리조트는 두 채씩 짝을 이루고 있는 독채로 이뤄져 있다. 유명한 여행지가 아닌만큼 세련된 인테리어는 기대할 수 없지만 나무와 타일로 정갈하게 꾸며져 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수페리어 룸 더블 기준 62만동(약 3만 원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동일 룸 74만동(약 3만원대).
주소 Thanh Thoi Str, Long Hoa Village, Can Gio Dis, HCMC, Vietnam 문의 (84-8) 3874 3335 홈페이지 www.cangioresort.com.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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