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는 국내선과 국제선에서 신규 LCC 취항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LCC의 등장에 따라 항공사 간 경쟁이 더욱 격화되고, 경쟁에서 밀린 업체는 존재감마저 희미해지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변화는 향후 우리나라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항공시장의 변화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 주>
 
 
-나리타-인천 8,000엔 등 가격파괴
-동남아 항공사도 연이어 취항개시
-기존 항공사, 여행사와 협업강화 등
 
 
바닐라에어, 내년 3월 인천 취항

지난 10월26일 운항을 종료한 에어아시아재팬의 뒤를 잇는 바닐라에어가 오는 20일부터  일본 나리타공항을 거점으로 오키나와(나하), 타이베이(타오위안)을 연결한다. 내년 1월29일에는 삿포로(신치토세), 3월1일에는 인천 노선을 개설할 예정이다. 레저·관광 노선에 특화시켜 2015년도 흑자를 낸다는 목표이며 순차적으로 항공기를 수령해 내년 3월말까지 5기 체제를 만들 계획이다. 

11월1일부터 판매를 개시한 항공권 가격은 나리타-신치토세 편도가 최저 5,500엔, 오키나와 7,500엔, 서울 8,000엔, 타이베이 1만엔 수준이며, 지난달 1일부터 3일까지는 4개 노선에 대해 편도 1,000엔이라는 파격적인 이벤트 운임으로 판매했다. 

바닐라에어는 저가는 물론 웹사이트 쇄신을 통한 편리한 이용, 전화 대응 창구의 예약 센터 신설 등을 표방하고 있는데 바닐라에어의 이시이 토모노리 사장은 “웹사이트는 젊은 사람뿐 아니라 가족단위나 장년층 등, 어느 연령이라도 사용하기 쉽도록 했으며 괌이나 사이판 등 취항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동남아에서도 LCC 연쇄취항 

홍콩 최초의 LCC ‘홍콩 익스프레스’는 홍콩-하네다 항공편의 운항을 11월7일부터 시작했다. 매일 1편 운항하고 기재는 A320으로 좌석 수는 174석, 요금은 편도 1만2,700엔부터다. 티켓 판매는 온라인이 아닌 여행사 등을 통하고, 좌석 지정은 불가하다. 좌석 간격이 넓은 ‘스위트시트’는 모두 9석으로 2,000엔이 추가되지만 공항 카운터에서 당일 선착순으로 이뤄진다. 

스케줄은 오전 1시30분에 하네다를 출발해 홍콩에 새벽 5시25분 도착이며, 홍콩 출발은 오후 7시5분, 하네다 도착은 오전 0시30 분이다. 따라서 금요일 밤 퇴근길에 홍콩에 13시간 체류 후 숙박하지 않고 토요일 심야에 하네다로 돌아가는 강행군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11월21일부터는 홍콩-오사카 간사이 항공편도 매일 운항하며, 12월7일부터 심야편을 주4회(월·목·금·일요일) 늘려 주11회 운항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향후 하네다와 간사이공항 외 다른 일본지역 2~3 곳 취항도 고려 중에 있는데 같은 구간을 운행하는 피치항공도 11월부터 하루 2회 왕복편을 운항하는 등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필리핀의 세부퍼시픽항공은 내년 3월30일부터 마닐라-도쿄(나리타) 노선을, 또한 같은 날짜부터 마닐라-나고야(중부) 노선을 주4회(화·목·토·일요일)로 운항한다고 밝혔다. 나리타·중부-마닐라를 운항하는 저가항공사는 세부퍼시픽항공이 처음이다. 

에어아시아X는 내년 3월17일부터 쿠알라룸푸르-나고야(중부국제공항)을 주4회 운항한다고 지난달 18일 발표했다. 이는 에어아시아X에 있어 도쿄(하네다)와 오사카(간사이)에 이은 일본 내 세 번째 취항지가 된다. 이를 기념해 에어아시아X는 지난달 19일부터 24일에 특가 캠페인을 실시했다. 3월17일부터 8월5일까지의 티켓이 대상이었고, 가격은 이코노미 199링깃(약6만5,000원) 프리미엄이 699링깃(약 23만원)이었다. 

 기존 항공사, LCC 주의보

신규 및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LCC의 득세는 기존 일본에서 운항하던 항공사에게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한 예로 일본의 중형항공사 스카이마크는 저렴한 운임을 무기로 일본항공과 ANA와 같은 대형항공사의 아성에 도전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새롭게 떠오르는 LCC에 밀리고 있는 형편이다. 

한 예로 스카이마크의 올해(2014년 3월기) 영업이익은 23억엔으로 전 분기 46억엔에서 반 토막 날 전망이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연료비 등 비용 증대 외에 LCC와의 경쟁 심화에 있다. 스카이마크가 간사이공항에 진출한 것은 2012년 3월이었는데 피치항공도 같은 시기에 운항을 시작했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피치항공의 출현에 스카이마크는 요금 상한액을 1만엔으로 설정하기도 했으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스카이마크의 탑승률은 일시에 30%대로 하락했고 적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채 1년 만에 간사이공항에서 철수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후 스카이마크는 기존 노선에서도 LCC 공세에 밀렸는데, 제트스타와 에어아시아와의 경쟁이 치열한 나리타에서도 올해 7월부터 감편을 결정했다. 또한 하루 3회 왕복하던 나리타-후쿠오카 노선은 2회 왕복으로, 나리타 -신치토세 노선은 4회 왕복에서 2회 왕복으로 줄이기도 했다. 
 
 FSC, 시장 방어에 고심

LCC로 인해 벌어진 항공전쟁은 더욱 가속되고 있으며 기존 대형 항공사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황금알을 낳던’ 한·일 구간의 명성은 오간데 없고 수익은 점점 더 떨어지는 형편이라 변화는 필수적이라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다. 

일본항공 본사는 새로운 좌석을 장착한 국제선용 B767 기종 ‘스카이스위트 767’을 지난 1일부터 나리타-밴쿠버 노선에, 내년 1월부터는 나리타-쿠알라룸푸르 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해당 기종의 특징은 비즈니스 클래스에 180도 침대형 좌석인 풀 플랫 시트(full-flat seat)를 적용한 것인데, 장거리가 아닌 중거리 노선용 B767 항공기에 풀 플랫 시트를 사용하는 항공사는 드물기에 출장이 잦은 상용수요의 호응을 기대하고 있다. 이코노미 클래스에서는 좌석 간격을 기존보다 5~7cm 늘렸는데 LCC와 차별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국적항공사의 경우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도 LCC와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점차적으로 장거리 노선으로 비중을 옮기고, 서비스 차별화 등으로 주도권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근거리 노선을 포기할 수 없는 만큼 수요 이탈 방지를 위한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한 국적항공사 관계자는 “짧은 거리 노선에서는 가격을 이길 방도가 없다”며 “내부에서는 VI 조건 업그레이드, 발권수수료에 준하는 혜택 제공으로 여행사와 연결고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김명상 기자 terry@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