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취재부 워크숍을 다녀왔다. 장소는 양평군 지평면. 가장 좋았던 건 개인적으로 막걸리계의 원톱으로 꼽는 ‘지평막걸리’를 그 본고장인 지평에서 마셨다는 것. 두 번째로 좋았던 건 회의 시간이었다. 농담이 아니다.

우리는 지평막걸리를 고이 모셔둔 채 장장 4시간에 걸쳐 조금 특별한 유형의 회의를 했다. 이름하야 ‘오픈 스페이스(열린 공간)’. 설명하자면 이렇다. 우선 진행자가 하나의 대주제를 제시한다. 그러면 회의 참가자들은 각자 그 대주제와 관련한 소주제를 3~4개씩 적어 낸다. 소주제가 적힌 종이를 벽에 붙이면, 참가자들은 이야기해보고 싶은 주제에 스티커를 붙여 투표한다. 그렇게 정해진 몇 개의 소주제가 공간의 이쪽저쪽에 배치된다. 이때부터 회의가 시작된다. 참가자들은 각자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두 명이 모이면 둘이서, 세 명이 모이면 셋이서 해당 주제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 어떤 주제는 아예 버려진다. 회의에 참가하지 않고 어슬렁거려도 괜찮고, 이야기 중간에 언제든 다른 주제로 옮겨가도 된다.

정해진 주제에 대해 싫든 좋든 앉아서 무언가 말해야만 하는 기존의 회의 방식을 깬 신선한 시도였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주제를 직접 제시하고,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뿐만 아니라, 원치 않을 경우 참가하지 않아도 되는, 말 그대로 ‘열린 회의’였다. 이번 회의를 통해 우리는 마음속에 있던 사소한 불편함 또는 불만들을 부담 없이 꺼내놓을 수 있었다. 그에 대한 속 시원한 해결책과 개선책을 도출해냈음은 물론이다. 워크숍을 다녀온 지 2주도 안 되었는데 몇 가지 문제들은 이미 해결됐다.

이곳저곳에서 소통이 화두가 된지 오래다. 정치계에선 국민과의 소통, 여행업계에선 고객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아우성이다. 고객과의 소통만큼 중요한 것이 조직 내부의 소통이다. 월초마다 좁은 회의실에 전 직원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하는 회의 말고, 퇴근 시간 다 되어 회의실에 모아 가둬놓는 회의 말고, 진정으로 ‘열린 회의’를 해 보기를 추천하는 바다. 효과는 기자가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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