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상반기 상승세를 타던 일본 아웃바운드 부문은 하반기 들어 방사능의 여파로 대혼란을 겪었다. 항공사나 여행사보다 영세한  랜드사는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었는데, 일부 업체는 문을 닫거나 잠정휴업에 들어갈 정도로 어려움이 컸다. 지난해 연말부터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앞으로도 갈 길은 먼 상황이다. 일본 전문 랜드사 관계자들과 함께 현안에 대해 이야기 하고 해법을 모색했다. <편주>
 
좌담회 참석자 : ANT 박상철 소장, 럭키투어 한연우 소장, 린카이 김재진 소장, 타이요플랜 황수남 소장, 이트래블재팬 이도상 이사  <무순>
좌담회 진행 :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 이번 좌담회는 여행신문의 일본 제휴사인 트래블저널과의  공동기획으로 지난 12월6일 진행됐다.  
 
 
-동남아 수요 증가에 한국 불안          
-태국 단체 받아서 대신 진행도     
-패키지 감소현상, FIT로 보완   
 
2013년도 곡절이 많았다. 어땠나?
 
황수남  
타이요플랜은 인센티브 행사가 주요 업무다. 봄까지는 괜찮았는데 방사능으로 후유증이 심하다. 여행사 쪽에서 기업에 견적을 넣을 때 일본은 아예 제외시켰다. 5월부터 9월초까지 예년 실적의 30~40%를 밑돌았는데 다행히 10월 이후 지난해의 85% 수준까지 회복됐다. 2014년 봄에는 그룹사 견적이 진행되고 있는데, 주변 국가 정세가 좋지 않다보니 다른 국가로 향했던 견적이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생보사의 경우 대부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코타키나발루 등으로 갔으나 일부는 후쿠오카로 견적을 요청하기도 했다. 점점 회복 중이라고 생각하며 환율도 많이 떨어져서 분위기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박상철
지금까지 회사를 운영하면서  2013년이 업무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가격이 너무 내려갔다는 것이 뼈아프다. 항공사가 요금을 낮추기도 했지만 지상비도 끝없이 내려가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 일반적인 패키지의 부진은 물론, 인센티브 역시 목적지에서 일본을 배제하고 있다. 설사 일본을 포함하더라도 다른 지역으로 결정되는 경우도 많았다. 겨울 스키는 예약자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요금을 낮춰야 하는지, 가격인하도 의미가 없으니 수익률을 지켜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김재진
우리 회사의 경우 2004년까지 패키지를 위주로 했다. 그러다 인센티브로 서서히 전환했다. 현재는 인센티브가 90%를 차지한다. 6월까지 괜찮았으나 방사능 오염수 문제가 그렇게 크게 타격을 줄지는 몰랐다. 8월부터 한꺼번에 행사가 취소됐고 한 달 이상 신규예약이 없었다. 9월말이 되어서야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지만 10~11월에 예약하려니 현지에 객실이 없었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일본 국내외 관광객은 많았다. 일이 들어와도 객실확보가 안되니 너무 힘들다. 그렇다고 비싼 방을 잡으면 가격 경쟁에서 밀린다. 따라서 기업들은 굳이 일본을 가려고 하지 않는다. 
 

저가상품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단 모객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초점이었는데….
 
이도상
우리 회사는 패키지 상품 비율이 70%를 차지한다. 최근 여행사가 요구하는 것은 저가다. 2013년에 일본 홈쇼핑을 15번 했다. 10월 달 홈쇼핑은 3번 진행했는데 결과가 모두 좋지 않았다. 요금도 20만원 대였는데도 그러니 그야말로 ‘멘탈붕괴’가 되더라. 그런데 가격을 낮추면 예약이 늘어나기는 한다. 이를 볼 때 방사능보다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러한 가격변동에 익숙해진 여행객은 이제 시간이 가면 가격은 내려간다고 생각한다. 5만원이라도 내려가면 예약이 들어오고, 괜찮나 싶어 다시 올리면 예약이 멈추는 상황이다.
 
박상철 가격을 낮춰도 해답은 없다. 방사능 오염수보다 전체적인 감정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일간 문제가 자꾸 언론에서 다뤄지는 것이 어려움의 한 원인이라고 본다. 

황수남
저가 패키지 때문에 생기는 폐해가 크다. 인센티브 문의에서도 저가 패키지 상품 가격에 맞춰달라고 한다. 실제로 모 카드업체의 경우 패키지 홈쇼핑에 나간 상품을 보고 같은 금액에 해달라고 하더라. 요구사항은 많고 수익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금액을 올리고 싶지만 우리만 올릴 수는 없지 않은가. 그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김재진
그렇다. 기업은 패키지 상품가에 맞춰 달라고 하는데 우리로서는 적자가 나니 손을 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질을 떨어뜨릴 수도 없다. 반면 회사에서 일본을 선택해도 직원들이 안가겠다는 경우도 있다.  젊은 층은 더욱 그렇다. 방사능 외에 정치적인 이유도 큰 것 같다. 공무원 연수 등에서 일본은 아예 제외하는 것이 한 예다. 한일관계가 더 좋아져야 일본시장이 살아날 것이다. 
 
방일 한국인 수가 줄었으니 객실이 남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일본 내국인 수요와 동남아 관광객이 늘면서 객실난이 심해졌다고 들었다.
 
김재진
거래하는 도쿄와 오사카 현지랜드에서는 한국 단체가 워낙 없다보니 중국, 태국, 타이완 팀을 직접 받아 행사를 한다. 우리처럼 덤핑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한국 요금보다 더 좋다고 하더라. 20년 전 우리가 일본으로 여행갈 때처럼 요금도 높고, 그만큼 대우도 받는다고 들었다. 이렇게 일본 현지는 붐비니 호텔이나 버스 요금이 점점 올라가는 상황이다. 한국 시장이 위축되니 좋은 요금을 받는 것도 힘들다. 
 
이도상
최근 홋카이도에서 관광버스 3대를 샀다. 그런데 우리나라 여행객은 없고 타이완 수요가 많아서 그쪽으로 돌리고 있다. 그만큼 동남아 관광객이 늘었다. 현재 태국 단체를 우리가 받아서 일본 행사를 진행 중에 있다. 태국 관광객이 우리나라 손님에게 제공하는 가격으로 일본에 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태국에 영업을 4번 갔는데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다음으로 일본을 많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전에는 태국 여행사가 JTB, 한큐 등과 거래해서 지상비가 높았다. 우리는 수익을 충분히 반영해 견적을 줬는데도 태국 측 반응이 좋았다. 
 
박상철
우리도 태국 단체를 한 달에 1,500명 정도 소화하고 있다. 운영은 한국에서 한다. 지금은 우리나라 여행객이 줄어 뒷받침이 안 된다. 해외 수요를 우리가 가진 경쟁력 있는 요금으로 받아 진행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황수남
동남아에서 오는 일본 방문객이 늘면서 한국에 치중됐던 지원금을 줄여서 동남아 쪽으로 집중하겠다는 계획도 들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입지가 자꾸 좁아지는 것 같다. 일본의 각 현들 중에는 싱가포르에 지사를 설립해서 동남아 총괄지사로 만들려는 곳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 
 
 
랜드사 강점 살려 FIT 대응 … 일본 측 노력도 절실
 
 
랜드사도 FIT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한연우
예술의 섬 나오시마가 좋은 예다. 기존에는 단체에만 집중했다면 2013년은 FIT로 전략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1명부터 지원금을 주고, 예술제가 열리는 기간 중 모든 작품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5,000엔 상당의 패스포트도 무료 제공했다. 공항-호텔 간 셔틀버스도 무료로 운영했다. 올해는 단체가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완전히 FIT 집중정책으로 돌아선 것이다. 예전에는 현 관계자가 여행사에 와서 상품판매를 요청했지만 지금은 대학이나 기업에 가서 홍보하고 있으며 예술, 디자인, 건축하는 학생이 많이 방문하기도 했다. 다카마츠 현의 올해 FIT관광객이 사상 최대라고 들었다. 다녀온 이들이 블로그에 정보를 많이 올리면서 인지도 역시 크게 올랐다. 불경기라고 하지만 공항가면 손님이 많지 않나. 랜드도 FIT에 대응해야 하는 시대다. 항공은 손님이 직접 잡고, 료칸까지 한국어로 정보가 제공된다. 일본어만 지원되더라도 구글번역기를 통해 개인이 직접 예약할 수 있다. 
 
박상철
알펜루트의 경우 단체상품만 있었는데 봄부터 2명부터 출발을 보장했다. 대중교통이 전혀 없다는 문제는 현지 기업에서 협조 받아 해결했다. 결과만 보면 기대보다는 좋지 않았지만 단체 위주에서 FIT로 전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겨울은 나가노올림픽 등으로 유명하지만 여름의 매력을 알리려면 패키지보다는 FIT로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우리 회사는 홈페이지가 2개다. 재팬루트의 경우 G마켓을 통해 항공과 묶어서 자유여행을 판매한다. 저렴하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큰 여행사는 대형항공사 눈치를 보기 마련이다. 그래서 LCC는 랜드 쪽에서 함께 하기 좋다. 일부 좌석을 받고 있고, 연휴에 미리 좌석을 구매해 진행하는 만큼 LCC와 상생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FIT는 겨울이 성수기에 해당한다. 도쿄는 아직 방사능 문제로 어렵지만 오사카, 규슈, 홋카이도, 오키나와는 이번 겨울에 좋을 것이다.
 
김재진
2013년 오키나와 FIT가 크게 늘었다. 진에어 취항 이후 항공요금도 10만원 대가 나오고 있다. 렌트카도 쉽게 빌리고 저렴하기에 요즘 오키나와는 렌트카를 끼워야 잘 되는 추세다.
 
이도상
우리도 패키지 비중이 높지만 FIT를 준비 중이다. 처음 여행박사가 생겼을 때 여행사도 아니고 랜드도 아니라서 뭔가 싶었는데 지금은 여박 시스템으로 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FIT를 만들어 여행사에 주고 팔아달라고 하면 수익이 없어서 답이 안 나온다. 한 지역부터 차근히 해나갈 것이다. 대형여행사는 버스를 사고 정류장을 만들어서 소규모라도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가도록 하고 있다. 일본 규슈의 경우 괌이나 하와이 같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차량이 10대 정도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투자비도 높고 위험도가 크지만 분명히 필요한 시장인 것 같다. 
 
박상철
또한 랜드의 가장 큰 강점은 현지호텔 수배라고 본다. 다만 랜드사는 B2B를 안하고 B2C로 바로 갈 수가 없다. 예전에 도쿄와 후쿠오카에 직영사무소를 설립했을 때 버스가 4대 있었다. FIT로 돌렸는데 힘에 겨워서 1년 하고 접었다. 도로비용, 차량 감가상각을 생각하면 어렵더라. 시장가격보다 싸게 해야 하는데 2명부터 출발을 보장하니 힘들었다. 얼마만큼 참고 인내하느냐가 관건이다. 
 

일본 지자체의 지원금도 중요한데 만족스러운가?
 
황수남
우리는 크루즈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다. 단체로 보낼 수 있으면서 호텔이나 항공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크루즈뿐이다. 배 1대가 전세기 10대 수준의 송객을 한다.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하모니크루즈를 1년간 진행했는데 탑승객이 2만4,000명에 달했다. 그 중에서도 기항지 관광은 80% 이상이 했다. 일본 HIS에서 코스타크루즈 한 곳을 통한 일본-중국 간 여행객이 연간 14만명에 달한다. 일본을 안 가봐서가 아니라 크루즈 때문에 가는 새로운 활로가 생길 것으로 본다. 아쉬운 것은 지원금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크루즈는 항공이 아니고, 호텔도 쓰지 않으니 받지 못하는 것이다.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주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김재진
지원금은 탑승률이 저조할 때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목적 자체가 항공을 타고 와서 숙박을 하고 돈을 쓰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루즈는 다른 지원금 자체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 
 
이도상 지원금 산정 방식은 단순하다. 지난번에는 우리나라 사람이 시즈오카에 가서 버스, 점심 등 다 계산해서 평균 3,000엔을 썼기에 그래서 지원금을 4,000엔을 주겠다고 하더라. 어찌보면 일본 지자체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박상철 일본 지자체들의 지원금 제도도 조금씩 바뀌는 중이다. 인원 관계없이 조건에만 맞으면 FIT도 지원금을 주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니가타 현도 100명 한정 1만엔을 지급하기도 했다. 

2014년 일본 측에서 개선했으면 하는 사항은 무엇인가?
 
한연우
입국 심사는 개선이 필요하다. 사진 찍고 지문 찍는 과정이 너무 길다. 시찰을 가는 단체가 많은데 워낙 입국 심사가 늦다 보니 곤란한 점이 많다. 일본인 창구는 3개인데 외국인 창구는 1개 열고 줄서라고 한다. 패키지와 달리 인센티브는 가는 날부터 시간이 잡혀 있다. 지원금 사용도 문제다. 모 컨벤션뷰로에서 한 여행사에 몰아주다시피 했었다. 덕분에 일반인 대상으로 있을 수 없는 가격이 나왔다. 주는 쪽에서야 당장 실적이 필요하니 그렇겠지만 지원금을 몇몇 특정 업체에만 주는 것은 좋지 않다. 불경기일수록 모든 업체에 기회를 균등하게 주는 것이 필요하다. 
 
황수남
일본 관광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가 만연해 있는데 일본은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 광고를 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 관광객은 일본을 잊어버린 상태다. 한국 내에서 이미지를 올려야 한다. 일본은 편하게 갈 수 있는 목적지라는 방향으로 JNTO 등이 TV나 신문 등에 대대적인 광고를 해서 분위기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도상
우리 업계도 변화해야 한다. 랜드 입장에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서 공급하려고 여러 번 시도했다. 그런데 업계 사람들이 변화를 싫어하더라. 이 상품을 냈을 때 다른 업체는 기존 상품을 잘 파는데 나만 못 팔면 뒤쳐진다는 생각 때문에 불안한 것이다. 예를 들어서 태국 상품은 방콕-파타야가 있는데 이게 1988년부터 유행했다.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팔린다. 후쿠오카에서는 후쿠오카, 아소, 벳부가 아니면 안 팔린다고만 생각한다. 그래서 새로운 상품을 냈다가 거절당한 적도 많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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