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행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꽃보다 누나>에서 여배우들이 자그레브성당을 보고 눈물 흘리는 모습에 충격 받았어요. 제가 그곳에 갔을 땐 아무런 감흥을 못 느꼈거든요.” 그러자 그 앞에 앉은, 역시 업계에서 수년간 일해 온 다른 분이 거들었다. “맞아요. 솔직히 피렌체 두오모나 로마 성 베드로 성당에 비하면 그렇게까지 감동받을 정도는 아닌데. 그분들이 여행을 많이 안 다녀봤나 봐요.”

꽃보다 누나를 애청하며 크로아티아 여행을 가슴 깊이 품었던 기자는 그들의 대화에 적잖이 놀랐다. 그런데 조금 더 이야기를 들으니 이해가 가면서 왠지 서글퍼졌다. ‘아름답고 멋진 것을 (출장으로) 너무 많이 보다 보니 웬만큼 좋은 것에는 감동받지 못하게 됐다’는 거다. 그들도 처음 여행업계에 들어왔을 땐 하나하나에 감탄하고 감동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여행을 업(業)으로 삼다보니 여행지를 보면서도 시장성, 마케팅 방법부터 고민하게 되고, 그런 와중에 어느새 순수하게 여행을 즐기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물론 많은 경력과 지식, 능숙함과 노련함을 얻었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능숙함과 노련함만으로 고객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기자의 3년 후를 상상해 본다. 많은 여행지를 출장 다녀온 뒤 더 이상 웬만한 것에 스스로 감동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면, 독자를 감동시킬만한 글을 쓸 자신이 없다. 그래서 여행기자는 3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마음 한 켠에 순수함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행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진관광 대리점 점주 중에는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칼팍 상품을 불티나게 판매하는 이가 있다고 한다. 엄청난 경력을 지닌 사람을 상상했는데, 재미있게도 여행업계 경력이 전무한, 어떤 기업의 비서 출신이라는 것이다. 그의 매출 비결은 손님에게 상품 가격을 이야기하지 않고 리조트의 역사부터 여행지의 매력까지 정성을 다 해 설명하는 것이란다. 이처럼 때로는 순수한 마음으로 느낀 감동을 전달하는 것이 더 강력한 마케팅도구가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순수한 마음을 지켜가는 것은 여행업을 즐기고,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니 여행인이여, 순수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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