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지난 주 청송 취재를 가서 거듭 받았던 질문이다. 국내 유일의 산촌형 슬로시티인데다가 청송 사과, 송소고택, 주산지도 유명한데 어쩐지 청송, 제 이름 하나로는 맹맹한 곳. 중범죄자들이 수감되어 언론에 자주 등장했던 청송교도소(지금은 경북북부교도소)나 ‘오지’를 떠올리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란다. 

이런 청송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었던 한동수 군수. 몇해 전 그를 만난 자리에서 남이섬 강우현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더이상 조상 팔아서 먹고 살지 말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한다’고. 관광자원개발이라면 지역 명승·고적, 지역 출신의 명사들부터 찾고 보는 다른 지자체들의 관행을 답습하지 말자는 것. 실제로 비슷비슷한 지역축제와 걷기 열풍은 이제 관광복제처럼 여겨지고 과거로만 향하는 명승·고적은 재방문객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 충언이 받아들여진 결과물이 지난해 12월27일 청송 월외리의 폐교를 개조해 출범한 청송장난끼공화국이다. 예부터 기가 셋다는 청송 주왕산의 ‘기’를 ‘끼’로 승화하겠다는 발상은 생뚱맞은 만큼이나 새롭다. 

이야기는 청송에서 멈추지 않는다. 장난끼공화국은 지난해 4월 출범한 사단법인 상상나라연합의 하나일 뿐이다. 나머지 11개 나라들도 작명 센스가 만만치 않다. 동화나라공화국(서울 광진구), 아름다운공화국(서울 강남구), 역발상공화국(인천 서구), 고구마공화국(경기 여주시), 나미나라공화국(남이섬)까지…. 참가한 지자체들의 사정은 비슷하다. 남이섬을 제외하면 관광적으로 낙후된 곳이다. 하지만 이 연합의 꿈은 크다. 지역의 생활자원을 찾아내고 독특한 상상으로 문화예술을 더해 ‘상상나라의 상상관광’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로 ‘한국 대표관광지’가 되겠다는 것. 

예술과 과학이 융합하고, 문화와 관광이 결합하는 창조관광지라니, 남이섬의 혁신을 일군 강우현 대표이기에 기대를 해보지 않을 수 없다. 관광‘업’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능력을 ‘관광력’이라고 불러본다면 이제 당신의 관광력은 상상력에 달려 있다. 없었던 능력이 아니다. 우리가 언제 따분한 민족이었던 시절이 있는가. 힘든 밭일을 하면서도 노래로 기운을 북돋웠고, 절기마다 한판 흐드러지게 놀이마당을 펼쳤었다. 선조들의 풍류도 잉여로운 창의였으니, 어찌 상상하지 못한다 할까. 
 
천소현 기자 imstor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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