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발효된 한국-러시아 간 관광비자(사증) 면제 협정에 여행업계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10만원이 넘는 비자 발급 비용과 까다로운 발급 절차가 사라짐에 따라 러시아를 찾는 여행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이번 무비자 협정으로 인해 아웃바운드 시장에 예상되는 파급 효과를 정리해 봤다. <편집자 주>

-기존 러시아 비자 발급 비용·시간 절감돼
-여행사·항공사 ‘무비자 기념’ 프로모션 계획
-모노상품·러시아 경유 유럽여행객 증가 예상
 
 
러시아 여행조건 어떻게 바뀌었나
 
이번 무비자 협정 발효 전, 러시아 여행 조건은 꽤 까다로웠다. 비자를 발급받으려면 먼저 러시아 현지에서 초청장을 받아야 했는데 그 비용만 2만원이었다. 러시아대사관에 지불하는 비자 발급비 12만원을 합하면 최소 14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발급 소요 기간도 7~10일 정도로 짧지 않았다. 급행 서비스를 이용하면 2~3일만에 비자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 경우 발급 비용이 총 20만원에 달했다.

협정이 발효된 지금은 어떨까. 관광 목적이라면 비자 없이도 러시아에 입국할 수 있다. 따라서 최소 14만원에 달하는 여권발급 비용과 1주일 넘는 발급 기간, 여권을 맡기거나 대사관을 방문하는 수고로움이 덜어졌다. 무비자로 입국하면 한 번에 60일까지 체류할 수 있고, 6개월(180일) 기간 내 총 90일까지 체류가 가능하다. 60일 체류 후 잠시 다른 나라로 출국했다가 재입국하면 30일을 더 머물 수 있는 셈이다. 60일간 체류하고 출국한 뒤 120일이 지나면 첫 입국일로부터 180일이 지났기 때문에 또 다시 60일을 체류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을 방문하는 러시아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7일 이상 러시아에 머물 경우 기존과 같이 러시아 이민국에 거주등록 신고를 해야 한다. 호텔에 숙박하는 경우 여권을 맡기면 자동 등록되기 때문에 따로 신고할 필요가 없지만, 민박이나 일반 가정집에 묵을 경우엔 입국일로부터 7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한편, 관광 외에 취업, 영리활동(공연·취재 등 포함), 유학, 상주 등의 목적으로 러시아를 방문할 경우에는 여전히 비자가 필요하다. 관광 외 목적이지만 무비자로 입국해 적발되면 최고 5년 동안 러시아 입국이 금지될 수 있다. 
 
1월 패키지 모객↑…“심리적 거리 줄었다”
 
무비자 협정이 발효된 지 한 달도 채 안 됐지만 벌써부터 시장의 반응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모두투어 유럽사업부 러시아팀 담당자는 “최근 들어오는 러시아 상품 문의는 거의 다 ‘러시아가 무비자 지역이 됐다던데…’로 시작한다”며 “기존엔 러시아에 관심이 없었지만 무비자 뉴스를 접하고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도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전문 랜드인 바이칼투어 오석주 소장은 “작년 1월엔 인센티브 외에 모객성 패키지 수요가 아예 없었는데 올해는 여러 팀이 생겼다”고 밝혔다. 무비자 시행으로 러시아에 대한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졌고, 때마침 대한항공(KE)에서도 특가 요금을 내 놓은 덕에 비수기임에도 수요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높아진 관심을 실제 예약으로 이끌기 위해 각종 프로모션, 이벤트도 준비되고 있다. 모두투어 러시아팀 담당자는 “하계 항공요금이 확정되면 무비자 기념 선착순 할인, 선물 증정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지금도 거의 모든 러시아 상품명에 ‘한·러 무비자 기념’이라는 키워드가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모노상품 증가 기대…비싼 상품가 ‘한계’
 
기존 러시아 상품은 북유럽을 연계한 상품이 대부분이었다. 북유럽 여행 일정에 모스크바 1박, 상트페테르부르크 2박 정도만 끼워 넣는 일정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무비자 협정에 따라 이같은 연계 상품 외에 러시아 모노상품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칼투어 오 소장은 “유럽과 가까운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경우 전체 수요의 90%가 북유럽 연계 상품이었다”면서 “하지만 이 두 도시는 3~4일로는 아쉬울 정도로 볼거리가 많은 여행지이고 무비자 시행으로 관심도 높아진 만큼 올해부터는 러시아 모노상품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이 업체를 통해 러시아 일주 상품을 이용한 고객의 60%는 북유럽 연계 상품으로 러시아를 경험한 뒤 아쉬움을 느껴 다시 찾은 고객이었다는 설명이다.

블라디보스토크·하바롭스크 등 극동지역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2시간이면 도착할 만큼 가깝고, 페리를 이용한 여행도 가능해 무비자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페리를 타고 가 극동지역을 여행한 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그 밖에 러시아 지역을 여행하는 일정도 가능하다. 오 소장은 “극동 지역은 기존에도 72시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했던 지역이어서 이미 2년여 전부터 수요가 급증해 왔다”며 “이동거리가 짧기 때문에 연휴를 활용한 3~4일 정도 일정의 상품도 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아에로플로트항공(SU) 등을 이용해 유럽으로 가는 여행객들의 러시아 데이투어, 스톱오버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전엔 비행기 연착이 발생하더라도 러시아 비자가 없으면 공항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불편함이 사라짐에 따라 러시아를 경유하는 유럽 여행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인들이 러시아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에 비해 비싼 상품가격이 한계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지상비와 물가가 워낙 비싸고 쇼핑과 옵션도 거의 이뤄지지 않아 가격경쟁력이 낮다는 설명이다.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한·러 무비자 협정, 인바운드 의료관광 유치에 탄력

인바운드 시장 역시 한·러 비자면제협정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국에 입국하는 러시아 관광객은 이번 무비자 협정으로 8만원가량의 비자 발급비를 면제받게 된다. 특히 러시아 관광객은 우리나라 의료관광분야에서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4번째로 큰 시장인 만큼, 이 분야에 대한 투자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대전마케팅공사는 러시아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해 모스크바에 해외사무소를 개설했다. 지난해 3월엔 모스크바 국제관광박람회에서 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한국의료관광 홍보관을 운영했다. 또 아에로플로트항공 기내잡지에 의료관광 광고를 게재하는 등 지속적인 홍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한편, 처음으로 비자면제협정의 적용을 받은 러시아 관광객 240명이 속초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 이 중 6명은 의료관광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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