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것은 리비아에서 피랍사건이 일어난 지 약 나흘 후인 1월24일 경, 우리나라에서도 일종의 피랍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태국인 관광객과 가이드 13명이 한국인 남성 2명에게 납치돼 감금됐다가 하루 만에 풀려났다. 범인들은 태국인의 여권과 신분증을 빼앗고 1인당 200만원의 몸값을 요구하다가 경찰이 출동하자 줄행랑을 쳤다. ‘납치·감금’이라는 범죄에 대한 분노는 물론이요, 그 대상이 외국인 관광객이었다는 점에서 황당함을 감출 수 없다. 내전을 겪고 있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국가에서만 일어나는 줄 알았던 외국인 납치사건이 한국에서 일어난 것이다. 여행하기에 지극히 안전하다 자신만만했던 우리나라. 그 자신감에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이 일이 태국 내에서 어떤 반향을 일으키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잠잠하게 끝난다면 우리로서야 다행이지만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이슈가 된다면 국가 이미지와 인바운드에 타격을 입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한 번 만들어진 이미지는 다시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안 좋은 이미지로 알려진 몇 곳의 나라들을 떠올려보자. 그들이 아무리 좋은 이미지로 홍보를 하고 아니라고 부정한다 한들,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이유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이다.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를 좋은 인상으로 기억하게 하고, 다시금 찾게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한국방문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환대실천캠페인’이 중요한 이유를 절감하는 순간이다. 이제는 나아가 왜 그래야 하는가에 대한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설파할 필요성도 느낀다. 우리나라에서 단신으로 조그맣게 보도되는 납치 사건이 해당 국가에서 만들어낼 나비효과를 생각해 본다면.
차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