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인지 서울시의 역할에 대한 관광업계의 기대치가 부쩍 높아진 것 같다. 문관부와 관광공사의 빈자리를 서울시가 채워주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서울시도 나름대로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을 쏟고 있다. 관광업계 현장과의 접점을 늘려온 게 대표적인 예다. 2012년 5월 관광업 청책토론회를 열어 여행사, 호텔, 관광식당, 가이드 등 각 부문의 다양한 의견을 들은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여행업에만 초점을 맞춘 2차 청책토론회를 열었다. 두 행사 모두 박원순 시장이 직접 참석한 것은 물론이다. 얼마 전에는 일본여행업협회(JATA) 대표단을 서울로 초청해 침체된 일본 인바운드 부문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FIT 등 업계 용어를 술술 구사하는 박원순 시장의 모습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이 정도만으로도 서울시의 관광행정에 대한 여행업계의 평가도 크게 좋아졌을 법한데, 그렇지가 않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알맹이 없는 전시성 행사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불신감을 표출했다. 청책토론회니 뭐니 호들갑만 떨었을 뿐 피부에 와 닿는 후속조치들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12월에 열렸던 여행업 청책토론회에서 박원순 시장이 여행사를 위한 원-스톱 상담전화 개설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라는 점을 대표적으로 꼬집었다. 여행업 종사자들이 참석한 공개석상에서 시장이 직접 지시한 사항조차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하물며 다른 건의사항들에 대해서는 더 말해 뭣하냐는 투였다. 서울시청 내에 여행업 전담팀을 신설해 여행업에 특화된 전문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해 달라는 의견도 많이 제기됐는데, 거기까지였다.
예산과 인적자원의 한계를 관광업계가 모를 리 없다. 모든 건의를 다 들어달라는 것도 아니다.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행에 옮기려고 노력하는 성의에 대한 아쉬움일 것이다. 그게 달라진 위상에 걸맞은 모습이기도 하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