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이스라엘 등도 영향 불가피
-여행경보 안내 등한시 “어쩔 수 없었다”
 
지난 16일(현지시각) 이집트 시나이반도의 이스라엘 접경도시 타바에서 발생한 버스 폭탄 테러로 한국인 3명을 포함한 4명이 숨졌다. 사고 소식이 한국에 알려지자 국내 성지순례 전문 여행사들에는 일정 변경과 취소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이집트·이스라엘·요르단 등지에 성지순례를 진행 중인 팀이 있었던 여행사들은 급히 일정을 수정하느라 진땀을 뺐다. 사고 당시 이집트 카이로에서 20명 단체 1팀을 진행 중이었던 A여행사는 시나이반도를 거쳐 육로로 이스라엘에 들어가려던 일정을 항공 이동으로 바꿨고, 이스라엘과 요르단에 진행 중인 팀이 있었던 여행사들은 이집트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시나이반도는 외교부가 지난 2011년부터 여행경보 3단계인 ‘여행 제한’발령을 유지해 온 위험 지역이다. 하지만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시나이산’ 등 매우 중요한 성지가 위치해 있고, 이스라엘로 육로 이동을 하기 위해선 거칠 수밖에 없는 지역이어서 성지순례 일정에서 뺄 수 없었다는 것이 업체들의 설명이다. 한 성지순례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시나이산을 들르지 않으면 성지순례를 가는 의미가 없을 정도”라며 “카이로에서 시나이산으로 이동할 때 이집트 경찰이 호위를 해주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판단했었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여행 제한’ 경보는 긴급한 용무가 아닌 한 즉시 귀국하고 현지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가급적 취소·연기하라는 의미다. 이번 사고로 여행사들이 여행객들에게 여행경보 단계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며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성지순례 전문 B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들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안이하게 대처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성지순례 상품만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여행사 입장에서 손님들이 가겠다고 하는 것을 ‘위험하니까 가지 말라’고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성지순례 상품은 일반 패키지로 진행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대부분 인센티브로 진행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교회 측에서 여행사에 원하는 일정을 요구해 오는 일이 많아, 일정에 대한 책임이 100% 여행사에만 있다고 할 수도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하나투어 홍보팀 관계자는 “여행사는 외교부 지침도 따라야 하고 고객의 요구도 맞춰줘야 해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관광객 대상 테러 최근 8년 새 처음
 
이집트에서는 지난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진 이후 크고 작은 테러와 시위들이 계속 이어져 왔지만, 이번처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크리스찬 해피투어 김용규 대표는 “유대인이나 경찰, 군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기존에도 많았지만 관광객 대상 테러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테러를 계기로 이집트에서 외국인 관광객과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다시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지순례 전문 여행사들은 앞길이 막막한 상황이다. 당장 출발 예정이었던 팀의 취소·환불도 문제지만, 앞으로 한동안은 성지순례 시장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집트를 일정에서 뺀다고 해도 여행객들이 이스라엘, 요르단 등 다른 성지순례지까지 위험지역으로 인식하고 성지순례 자체를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외교부는 예방 조치 차원에서 이집트와 그 주변 4개국(이스라엘·요르단·터키·사우디)에서 여행 중인 우리 국민의 로밍 전화로 철수 권고 문자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갈릴리여행사 원용국 대표는 “여행자 본인이 성지순례를  가고 싶어 하더라도 그 가족들이 위험하다고 말려 갈 수 없을 것이고, 교회 목사님들도 위험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성지순례를 추진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지난 16일부터 이집트 시나이반도와 아카바만 연안 지역에 대해 기존 여행경보(3단계 여행제한)와 별도로 특별여행경보를 발령했다. 특별여행경보단계가 발령된 지역에는 우리 국민이 출입해서는 안 되며 현재 체류 중인 국민은 즉각 철수해야 한다.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성지순례 수요, 그리스·터키로 몰릴 듯
이집트 속한 출애굽 기피 예상
 
우리나라에서 성지순례를 떠나는 일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이집트·이스라엘·요르단을 돌아보는 ‘출애굽 여정’과 그리스·터키(일부 상품 이탈리아 포함)의 성지를 여행하는 ‘사도바울 여정’이다. 이번에 폭탄 테러 사고 피해를 입은 성지순례 팀은 일반적인 출애굽 여정을 따라가던 중이었다. 이번 사고로 전체적인 성지순례 수요가 급감하겠지만, 그럼에도 성지순례를 가고자 하는 경우 그리스·터키 일정으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테러 사고 이틀 뒤인 18일 A여행사에는 성지순례 출발 예정 단체들의 일정 변경 문의가 줄을 이었다. 대부분이 이집트 일정을 빼 달라는 요구였고, 요르단 지역의 일정까지 빼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터키·그리스 일정의 성지순례 상품의 경우 단 한 건의 취소·변경 문의도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B여행사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집트를 포함한 일정을 예약한 팀들은 취소 또는 일정 변경을 요청해 왔지만, 그리스·터키 일정을 예약한 팀의 문의는 거의 없었다. B여행사 관계자는 “이집트 연계 지역 성지순례는 급감하겠지만 터키·그리스 지역 성지순례는 반사효과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성지순례는 보통 25~30명이 함께 48인승 버스를 타고 하는 단체관광 형태로 진행된다. 최고 성수기는 학생들의 방학과 교회 일정이 한가한 시기가 겹치고 현지 날씨가 가장 좋은 1~2월이다.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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