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열렸던 타이완 등불축제 현장은 아름다웠다. 사방을 가득 채운 크고작은 등불들 덕분에 눈요기를 실컷 했다. 갖가지 모양으로 만들어진 등불들은 수백, 수천개나 됐고 주최 측에서 준비한 것만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출품한 작품들도 여럿이었다. 어두운 밤, 등불이 주는 안온한 느낌 덕분에 축제 현장은 더 아름다웠다. 

하지만 수많은 등불들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람들이었다. 각 도시에서 모인 사람들은 여자이기도, 남자이기도 했고, 어리거나 젊기도 했다. 그리고 아주 늙었거나, 몸이 불편하기도 했다.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 젊은 사람들이 양쪽에서 나이 지긋한 어르신을 부축해가며 전시를 둘러보는 것이, 동물들과 산책하듯이 나온 것이 사실 처음에는 낯설었다. 우리나라의 여러 축제들을 보면 보통은 젊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지 않던가. 스펙트럼이 넓어봐야 청년층과 장년층에 그쳐 있을 뿐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부축해가며 나오는 사람들을 떠올려봤지만 쉽사리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등불축제 현장에서 내가 보았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적은 것이 확실하다. 어르신들은 어르신들만의 축제를 찾아갔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사실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타이완의 등불축제 현장에서는 그야말로 ‘남녀노소’가 모두 한 자리에 나와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그 현장을 보고 나니 타이완에 정이 들었다. 적어도 그들은 나와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 대한 정이 우리보다 두터운 것이 아닌가. 조금 힘들고 번거롭더라도 모두가 함께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란 게 아닌가. 한 번도 제대로 타이완 사람들과 대화해보고 소통한 적은 없었지만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샘 솟았다. 

타이완 사람들이 친절하다고 하는 얘기는 수없이 들었지만 친절하다 한들 얼마나 친절하랴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도 무표정으로 걷다가 누가 길을 물어보기라도 하면 나름대로 상냥하게 응대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들의 친절이라는 것은 어디선가 습득한 것이 아니라 생활에서 묻어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친절에 넘어간 여행자가 여기 있다. 왜 그토록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자에게 친절하라고 당부하는 것인지 깨달은 여행이었다. 
 
 
차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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