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에서 시작, 고객층 다양해져
-여행사 ‘반응 좋다’ 상품에 적극 반영
-무등록 촬영업체 난립, 저질화 우려도

▲ 31세 새신랑 B씨는 지난 12월 하와이로 허니문을 다녀왔다. 혼수로 준비한 DSLR 카메라를 들고 아름다운 하와이 해변에서 둘만의 추억을 가득 담고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허니문을 다녀온 후 B씨는 아내에게 호되게 혼나고 말았다. 사실 B씨는 DSLR 카메라를 전혀 다룰 줄 몰랐다. 얼굴은 그늘졌고, 색감이 맞지 않아 피부톤은 아예 하얗거나 어두웠기 때문이다. 

▲ Y여행사는 기존 유럽자유여행 상품에 현지에서의 스냅촬영을 해주는 서비스를 담은 상품을 출시했다. 상품은 신혼부부를 비롯해 여성 싱글여행객들에게 입소문이 나며 지금은 비수기에도 여행상품 판매와는 별도로 사진촬영만으로 월 1,000만원 이상의 부가 수입을 올려주고 있는 효자 상품이 됐다. 
 
인터넷과 SNS의 급속한 확산으로 유발된 ‘아름다운 피사체가 되고 싶다’는 한국인들의 욕망이 여행업에도 새로운 업종과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데이트 스냅 촬영이 해외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최근 파리, 프라하, 로마, 하와이 등 한인회가 발달한 대도시를 중심으로 화보 촬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대거 생겨났으며, 자유 허니문여행 시장을 중심으로 현지 스냅촬영이 하나의 필수 사항으로 포함되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해외 스냅촬영 시장을 들여다봤다.
 
선택옵션에서 필수옵션으로
 
과거에도 사진작가가 동반하는 상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신혼여행을 떠나는 부부들이 팀을 이뤄야하는 패키지 상품이 대부분이었고, 사진작가의 기본 출장비 외에도 치러야했던 비용이 만만치 않아 고객 입장에서 부담감이 상당했다. 이 같은 점을 역이용해 해외 거주 포토 그래퍼들을 고용한 업체들이 등장하고, 허니문을 자유여행으로 떠나는 신혼부부들이 많아지는 최근 추세가 맞아떨어지며 해외 스냅촬영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스냅촬영 업체 리얼스타일의 황태연 대표는 “SNS 소통이 일상인 고객들의 니즈에 맞춰 생겨난 해외 스냅 촬영은 결국 웨딩과 여행 트렌드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최근 동향을 전했다. 또한 여행사들도 허니문 상품에 스냅촬영을 포함한 상품들을 속속들이 출시하면서 고객의 선택의 폭도 다양해지고 있다. 

여행박사 유럽팀 홍종건 팀장은 “최근 유럽으로 허니문을 떠나는 허니무너들의 스냅사진 촬영 가능여부에 대한 문의가 굉장히 늘고 있어 상품에 적극 반영 중”이라고 전했고 유럽을 전문으로 하는 블루여행사 주명구 대리는 “커플 10쌍 중 7쌍은 스냅촬영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오스 여행사는 한국에서 전문 작가를 채용해 그리스 산토리니 섬에 파견을 보내 직접 사진촬영을 관리하고 있다. 

이는 곧 여행사의 부수적인 매출증대로 이어졌다. Y여행사 유럽팀 팀장은 “스냅촬영만으로 한 달 최대 1,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여행사의 흐름과 관련해 월드스냅 전응식 이사는 “초기엔 여행사에 우리가 먼저 연락해 제휴를 제안했으나, 지금은 여행사에서 먼저 제휴를 제안해오고 있다”며 “이제는 대형여행사에서부터 중소여행사까지,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스냅촬영 예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고객층은 신혼부부가 압도적으로 많다. 젊은 신혼부부들은 과도한 비용과 판에 박힌 스튜디오 촬영을 탈피하고 싶어하며 해외 스냅촬영 업체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최근 스냅촬영이 포함된 허니문을 다녀온 회사원 유재연씨는 “먼저 결혼한 친구의 파리 스냅촬영사진을 보고 단번에 반했다”며 “무엇보다 청담동 스튜디오에서 얼굴만 바뀐 천편일률적 포즈의 사진으로 일생한 번의 결혼을 기념하기는 싫었다”고 스냅 촬영을 한 이유를 밝혔다. 신혼부부만큼은 아니지만 최근엔 가족단위 여행객의 사진 촬영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어렵게 시간을 맞춰 온 가족여행이니 만큼 전문가가 찍어준 사진으로 기념하고 싶은 가족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친구와의 여행,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 여행객들 중에서도 스냅촬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고객층은 주로 여성이다. 

해외 스냅촬영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은 프라하, 파리, 피렌체다. 로맨틱한 영화나 드라마, 소설 속 배경도시로 자주 등장한 데다 낭만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확고해 허니무너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들이기 때문이다. 월드스냅 전 이사는 “파리는 워낙 많은 신혼부부들이 찾고 있어 인기가 많은 지역”이라며 “파리도 좋지만 야경을 배경으로 하는 프라하와 도시자체가 워낙 예뻐 사진의 결과물이 좋은 피렌체도 인기가 굉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객들은 스냅촬영을 할 때 마치 길거리에서 자신이 피사체가 된 줄 모르는 듯 자연스러운 사진을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명 파파라치 컷이다. 연예인처럼 해외에서 멋진 화보 사진을 촬영하고 싶은 고객들이 증가하며 포즈를 취하고 찍은 사진보다는 파파라치 컷을 더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위해선 포토그래퍼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얼마 전까지 이탈리아에서 포토그래퍼로 일했던 Y씨는 “아무리 사진에 익숙한 고객들이라도 촬영 초반에는 긴장해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어렵다”라며 “적어도 30분은 고객들과 친해지며 긴장을 풀어주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업체들의 최소 촬영 시간 기준이 2시간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이대로 가다간 또 사장(死藏) 되기 십상
 
하지만 데이트 스냅 촬영이 갑자기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생긴 문제점도 있다. 흐름에 편승하기 위해 준비도 채 되지 않은 업체들이 정식 허가를 내지 않은 채 운영을 하고 있는 것. 이들 업체는 사진교육을 받아본 적 없는 현지 한인 유학생, 가이드, 식당 운영자 등을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고용 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사진 퀄리티에 있다. 촬영 후 보정을 거쳐 앨범형식으로 제작해 증정하거나, 앨범을 증정하지 않더라도 후 보정을 필수로 하는 전문업체들과는 다르게 현지 촬영이 마무리 되자마자 촬영한 파일을 USB에 바로 담아 주는 경우가 많아 사진의 퀄리티를 장담 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1월 프라하로 허니문을 다녀왔던 B씨는 미등록 업체를 통해 스냅 사진촬영을 진행했지만 사진 파일을 확인하고는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B씨는 “도저히 돈을 지불할 만큼의 퀄리티가 아니어서 환불을 요청하려 했지만 한국에도 현지에도 지사가 없어 어찌 할 방법이 없다”며 “정해진 촬영 시간이 끝나고 촬영자가 식당 명함을 주며 식사하러 오라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며 하소연했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소비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지에 본사를 두고 한국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는 R사 대표는 “후려친 가격도 문제지만 저질스런 운영 행태로 사진가협회에 등록된 포토그래퍼를 채용해 운영하는 우리 같은 회사들의 이미지 타격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대로 가다간 시장가격이 무너져 내려 여행사도 업체들도 모두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H사 자유여행팀 팀장은 “여행사들 중에서도 간혹 저렴한 가격에 혹해 이 같은 업체와 거래하고 있는 곳이 있다”며 “오랜만에 하나의 좋은 선택 옵션이 등장해 반가웠는데 불량 업체들 때문에 이대로 사장돼 버릴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신지훈 기자 jhshi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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