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출발일 30일 이전이면 위약금 없이 여행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됐고, 여행사는 여행상품 광고시 유류할증료를 포함한 상품가를 표기해야 한다. 여행 출발 전 여행계약 해제와 여행에 하자가 있을 경우 대금감액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민법 개정안도 지난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소비자 권익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자칫 여행사 발목을 잡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가짜 때문에 실수요 피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여행개시 30일전까지이면 위약금 없이 여행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마련하고 지난 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기존에는 여행개시 20일전까지면 여행요금의 10%를 배상해야 했다. 여행사 역시 30일 이전까지이면 소비자에게 별도의 배상금 지급 없이 계약금만 환불하면 된다. 규정상으로만 보면 여행사와 소비자 간 상호 동등하지만, 여행사보다는 소비자가 이 기준을 활용해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이 규정 때문에 쉽게 예약하고 쉽게 취소하는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한 여행사 업무증가는 물론 가짜예약 때문에 자칫 실수요자가 피해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개정 기준은 소비자 귀책사유 없이 여행일정 중 이행되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경우 그에 해당되는 금액을 환불하도록 했다. 여행사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이에 대해 입증을 해야만 여행사는 환불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편 이번 개정기준은 항공사의 지연운항에 대해 기존에는 4시간 이상인 경우 지연구간 운임의 20%를 일률적으로 소비자에게 배상하도록 했지만, 이를 2시간 이상 10%, 4시간 이상 20%, 12시간 이상 30% 배상으로 세분화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분쟁조정의 기준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여행약관에서도 별도 기준이 없을 경우 이 기준을 준용하고 있다.
 
여행사 광고 대폭 손질 불가피
 
여행상품 광고시 유류할증료를 포함한 총액 기준으로 표기해야 하며, 선택관광 등의 선택경비 유무와 대체일정 등에 대해서도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전망이다. 공정위는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중요한 표시·광고 사항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동안 유류할증료는 여행상품가에 반영하지 않고 별도로 표기했지만 오는 7월15일부터 항공운임총액표시제를 골자로 한 항공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데 맞춰 공정위도 유류할증료를 여행상품 가격에 반드시 포함해 광고하도록 개정한 것이다. 그러나 매월 변동하는 유류할증료를 처음부터 상품가에 반영하는 데 따른 혼선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또 12개 여행사가 참여한 가운데 이르면 6월말부터 시행될 예정인 ‘국외여행상품 정보제공 표준안’ 제도와의 통일성을 갖추기 위해 가이드 경비, 선택관광 및 미참여시 대체일정, 소비자의 선택에 따른 가이드 팁 등에 대한 표기 방식을 한층 구체화했다. 가이드 경비를 현지에서 지불해야 할 경우 ‘가이드 경비 00$ 현지에서 별도 지불’과 같은 방식으로 표기해야 하며, 선택관광 경비가 있는 경우에는 ‘선택관광 선택시 00원 별도 부담, 선택관광 미참여에 대한 불이익은 없음. 선택관광을 하지 않을 경우 자유시간입니다’ 등의 방식으로 안내해야 한다.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가이드 경비와 구분해 소지자의 선택에 따라 자유롭게 가이드 팁을 지불할 수 있다는 점도 안내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오는 31일까지 이번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받을 예정이지만, 항공법 개정안과 국외여행상품 정보제공표준안 시행에 맞췄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정내용 그대로 조만간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여행사의 신문광고 방식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며, 유류할증료가 포함된 액수로 여행상품 가격을 표시하는 데 따른 초기 혼선도 벌어질 공산이 크다.
 
소비자 보호에만 치우친 민법
 
국회 의결 과정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지난 18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여행자 보호 및 보증제도 개선을 위한 민법 개정안’도 성사될 경우 여행업계에 상당한 여파를 미칠 수밖에 없다. 법무부는 민법에 ‘여행계약편’을 신설, 여행자가 여행 개시 전에는 언제든지 여행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했으며, 여행에 하자 가 있는 경우 시정청구권, 대금감액청구권,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여행자에게 불리한 계약은 아예 그 효력을 상실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여행계약 내용이 여행사의 약관에 따라 사실상 일방적으로 결정됐지만, (이번 법률 개정을 통해) 여행자들이 출발 전에 언제든지 여행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되고 여행사가 일방적으로 계약내용을 변경하는 게 어렵게 된다”는 설명이다. 마치 위약금 없이 언제든지 여행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것처럼 비쳐져 여행업계의 불만이 높다. 이번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 최종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법무부가 지난해 입법예고한 내용에는 ‘여행자는 여행계약 해제로 상대방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었던 만큼 향후 여행업계 차원에서라도 소비자에게 정확한 내용을 알릴 필요가 높다는 지적이다. 민법 개정안의 경우 2004년에도 개정이 무산된 바 있는데다가 이번 역시 국회 의결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종 성사될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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