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경춘선을 이용해 가평을 가던 길이었다. 삼삼오오 모여 등산을 가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바닥에 둘러앉아 있었다. 지하철의 좌석이 부족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들 가운데는 갖가지 술이 자리하고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대낮의 경춘선 술자리는 이어졌고 며칠 후 비슷한 상황으로 보이는 사진이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와 크게 이슈 된 적이 있었다. 이후 야외활동을 하기 좋은 봄·가을만 되면 어김없이 반복해서 뉴스거리가 되는 일 중 하나가 됐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년보다 10도 가량 상승한 기온으로 평년보다 유난히 일찍 꽃이 폈고, 어김없이 기차 안에서 술판을 벌인 봄꽃 등산객·여행객들에 대한 뉴스가 보도됐다. 아침 7시에 출발한 봄꽃 기차여행은 밤11시가 넘어서야 되돌아 왔고, 16시간 동안 서울을 떠나 여행의 목적인 ‘봄꽃’을 볼 수 있던 시간은 단 한 시간뿐이었다.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술잔은 연신 오고갔다. 그들 중 일부는 만취해 기내의 기물을 파손하고, 심한 경우 폭력까지 휘둘렀다. 조용히 봄꽃을 맞이하고 싶은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다른 칸으로 옮기려 하자 이를 가로막기까지 했다. 그날, 그들과 동행했던 다른 여행객들에게 화창한 날의 봄꽃기차여행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을 리는 만무하다.

여행 중 음주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적당량의 음주는 여행을 더욱 생기 있게 만들어주는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함께 여행을 떠난 일행 일부의 과한 행동으로 인해 다수가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패키지여행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다수다.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며칠을 함께 얼굴 맞대고 지내야 한다. 대부분의 일정과 교통수단 등을 공유하는 패키지여행에서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에티켓을 지키지 않고 행동하는 ‘제멋대로의 여행’은 타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게 된다. 만약 그 여행이 누군가에게는 일생에 단 한 번, 큰맘 먹고 간 해외여행이라면 얼룩진 여행의 기억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누구나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좋은 기억, 간직하고 싶은 추억을 만들고자 한다. 혹시나 나의 과한 행동이 다른 사람의 여행을 얼룩지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혹은 그런 적이 있었던 건 아닌지 한번쯤은 생각해보길 권하는 바이다. 
 
양이슬 기자  ysy@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