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행업협회(KATA) 양무승 회장은 얼마 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과연 여행사가 항공사의 대리점인지 아닌지를 따져 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여행사 스스로 ‘OO항공 판매대리점’이라고 소비자에게 홍보하고 있는 판국에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는 항공사와 여행사 간의 관계정립에서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는 개념이어서 가볍게만 받아들일 문제는 아니다. 

법률적 정의상, 대리점(Agency)은 위탁자의 위탁을 받아 위탁자 명의로 매매거래를 하는 업체다. 위탁자로부터 매매수수료를 받지만 매매가격이나 조건 등에서 위탁자의 지정을 받기 때문에 종속성이 강하다. 과거에는 항공권 판매대리점으로서 여행사의 역할과 기능도 이 정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대리점인지 아닌지 따져보겠다는 식으로 항공사-여행사의 관계에 의구심을 품는 일도 없었는지 모른다. 

이제는 환경이 변했다. 제로커미션 시대다. 위탁과 대리의 기본 전제가 돼야 하는 매매수수료, 즉 항공권 판매수수료(커미션)가 사라졌다. 이제는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아니지만 그나마 커미션을 지급하던 일부 외항사들도 4월1일부로 제로커미션을 선언했다. 둘을 이어주던 결정적 고리가 끊어진 마당에 항공사는 여전히 여행사를 대리점으로만 상대하려고 하니 반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비록 커미션은 사라졌지만 항공좌석과 가격을 제공하니 여행사는 항공사의 대리점으로서 충실히 업무를 수행해야한다고 항공사가 주장한다면, 여행사도 할 말이 많아 보인다. 여행사 판매요금보다 저렴한 항공사 직판 항공권은 무엇이냐는 지적은 기본이다. 항공사 몫인 유류할증료를 수수료 한 푼 받지 않고 소비자로부터 대신 받아주는 것도 항공사에 종속된 대리점이라면 몰라도 동등한 관계인 여행사가 할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더 나가면, 여행사에게 불리한 ADM 정책이나 어드민피(Admin fee) 부과제도 등으로까지 꼬리를 문다.  

‘항공사-대리점’은 상하 종속의 관계지만 ‘항공사-여행사’는 상호 동등의 관계다. 여행사가 항공사의 대리점인지 아닌지를 따져보겠다는 말은, 환경변화에 걸맞은 양측간의 새로운 관계정립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할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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