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중국인 여행객들에 대한 이야기가 부쩍 많이 떠돈다. 대체로 부정적인 일화들이다. 어떤 도시는 중국인 여행객이 많아서 시끄럽더라, 어느 호텔에선 중국인이 벽걸이TV를 떼어갔다더라, 어느 여행지에선 중국인을 안 받기로 했다더라 등등. 그러면서 꼭 한 마디씩 덧붙이는 말이 있다. “그들의 시민의식이 경제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서 그래.” 기자 역시 이런 대화의 화자였던 적이 많았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거듭 나눌수록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찔려왔다. ‘나는 얼마나 떳떳한 여행객이었기에?’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거다. 기자 또한 해외여행지에서 동행들과 길을 막고 서있거나 달리는 기차 칸 안에서 크게 웃고 떠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모습을 본 외국인들이 한국인 여행객에 대해 가졌을 인상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한국인들의 여행 매너 또한 아직 자랑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얼마 전 유럽의 한 호텔 관계자가 한국 여행사 관계자에게 “한국인들은 삶은 계란과 바나나를 껍질째 먹느냐”고 비꼬듯 물었다고 한다. 호텔 조식 식당에 계란과 바나나가 동이 났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껍질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인 여행객들이 계란과 바나나를 잔뜩 싸들고 나온 탓이다. 그 뿐만 아니다. 편의점에서 산 음료수나 술을 레스토랑에 갖고 들어가 당당하게 꺼내 마시는 사람들도 현지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이한 점은 이런 사람들도 한국에선 뷔페에서 봉지에 음식을 싸들고 나오거나 편의점에서 산 맥주를 레스토랑에 가서 마시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보다 비싼 물가 때문에 돈을 절약하려고 그런 것인지, 다시 만날 일 없는 이방인들 앞에선 염치없이 행동해도 된다고 생각한 탓인지, 여러 가지 추측을 해 보지만 이해할 수는 없는 행동들이다.

이런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면 중국인들의 여행 매너를 흉보았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 해외여행 중 현지인들에게 ‘I am Korean’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으려면, 지금보다 더 하나하나의 행동에 그곳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조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중국 여행객들의 모습을 거울삼아 우리를 반성해야 할 때다.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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