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주가 지났다. 여전히 나라 전체가 깊은 슬픔에 잠겨 있다. 피우지 못한 꽃들은 바다 속에 잠들었고 어른들은 뒤늦게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며 시간을 허비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동안 세월호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가지각색의 문제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중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이 수학여행 존폐 논란이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하루가 지난 4월17일, 경기도 교육청은 경기도 소재 모든 학교의 현장체험학습을 중단·보류하라고 지시했다. 뒤이어 강원, 광주, 전남 교육청 역시 잇따라 수학여행을 잠정 보류 또는 중단 결정을 내렸다. 수학여행의 중단·보류가 이어지자 일부에서는 ‘수학여행을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수학여행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자 지난 1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대규모 수학여행의 존폐여부의 의견수렴을 거쳐 상반기 중으로 수학여행 안전 가이드 마련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반기다. 이들이 과연 상반기 안에 또 다른 화를 불러오지 않을,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수학여행을 폐지하자는 주장을 하는 대다수는 슬하에 아이들이 있는 학부모다. 적게는 몇 십 명에서 많게는 몇 백 명이 함께 움직이는 대규모 수학여행에 항상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한다. 단체로 유명 유적지를 돌며 잠시 ‘들렀다’만 오는 수학여행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그들이 느꼈을 걱정과 불안이 충분히 수학여행 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학여행은 아이들에게 ‘여행’을 통해 자연과 문화 등 새로운 지식을 넓힐 수 있는 기회다. 말 그대로 ‘학문을 닦는 여행’인 것이다. 더불어 학업에 지친 아이들이 학창시절의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몇몇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 기회조차 빼앗아 버린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일까. 

수학여행을 폐지하지 않고도 충분히 아이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소규모 집단으로 움직이고 아이들과 함께 할 인솔자 선생님들이 다수 동행하면 된다. 아이들이 체험하고 싶은 여행지를 직접 선정하도록 하고, 처음부터 함께 준비하는 수학여행이라면 아이들에게 더 오래 기억될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더 이상 어른들의 잘못으로 애꿎은 아이들이 피해보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이슬 기자 ys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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