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조금 다른 시선에서 보면 그 학생도 무례한 면접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갑을론’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일 그 학생이 ‘나도 밖에선 당신들 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거라면 말이다. ‘고객이 갑’이라는 생각도 ‘면접관이 갑’이라는 생각과 별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 널리 퍼진 ‘고객이 왕’이라는 인식은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데 크게 일조했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폐단도 낳았다. ‘내 돈 주고 내가 하겠다는데…’같은 물질 만능주의적인 말을 내뱉으며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진 게 그 중 하나다.
여행업계 종사자들도 이런 일로 곤욕을 겪을 때가 많다. 50만원에 터키 여행을 다녀와서 200만원대 상품 일정과 비교하며 컴플레인을 쏟아 놓는다든지, 그룹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면서 음식과 호텔이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불평을 한다든지. “고객님, 그러면 자유여행을 가지 그러셨어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와도 꾹 참아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고객님’을 응대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들이 여행사 직원들일 것이다.
그런 일로 힘이 쭉 빠질 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한번 가져보는 건 어떨까. 혹 자신도 어디에선가 지나친 고객 행세를 한 적은 없는지 말이다. 가진 권리는 행사하되 지나친 요구나 무례함은 일삼지 않는 합리적인 소비자가 되기 위해, 기자도 스스로 노력할 생각이다. ‘내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는 말을 되뇌면서.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