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미국 자본인 라스베이거스 샌즈 그룹(Las Vegas Sands)은 중국 정부로부터 마카오 카지노 영업권을 따냈다. 1999년 포르투칼에서 중국으로 마카오 주권이 반환되면서 중화인민공화국 특별행정구로 편입된 지 3년만의 일이다. 중화인민공화국과 글로벌 카지노 제국은 서로를 뜨겁게 얼싸안았고 그 후 10년이 흘렀다. 마카오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샌즈 마카오의 10년을 돌아봤다.<편집자 주> 

마카오 글·사진=travie writer 박준 envoyage@daum.net
 
 
샌즈 그룹의 셀던 아델슨(Sheldon Adelson)회장은 2004년 샌즈 마카오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3만 명 이상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사실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었죠. 기다림을 참지 못한 사람들이 문을 부수고 입장했거든요” 
 
2004년 5월18일, 카지노 호텔인 샌즈 마카오가 영업을 시작했다. 289개의 럭셔리 스위트룸을 보유한 샌즈 마카오는 미국 자본에 의해 중국에 건설된 첫 번째 카지노 호텔이다. 이 때부터 라스베이거스 샌즈 그룹은 마카오의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했다. 

지난 5월16일 샌즈 마카오 오픈 10주년 기념행사가 샌즈 마카오 극장에서 열렸다. 마카오 행정자치지구 페르난도 추이 사이 온(Fernando Chui Sai On)수반, 중국인민협상회의 국가위원회 에드먼드 호 하우 와(Edmund Ho Hau Wah)부회장 및 라스베이거스 샌즈 그룹의 셀던 아델슨 회장 등이 참석한 기념식장에서 샌즈 차이나 에드워드 트레이시(Edward Tracy)CEO는 인사말을 통해 “샌즈 마카오로 인해 마카오는 세계관광산업과 레저산업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스포츠, 영화, 음악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마카오에 선보이기 위해 샌즈의 복합 리조트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카오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한 샌즈 마카오

2004년 라스베이거스 샌즈 그룹은 2억6,000만 달러를 투자해 샌즈 마카오를 건설했다. 샌즈 그룹은 겨우 9개월 만에 투자금을 사뿐히 회수했다. 미국을 제치고 구매력 기준 세계 1위 경제국으로 발돋움한 중국 덕분이다. 샌즈 그룹의 라이선스는 2020년까지이니 남은 시간 동안 돈을 퍼 담을 일만 남은 셈이었다. 샌즈 그룹은 이후 더욱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쳐간다. 셀던 회장은 샌즈 마카오에 이어 마카오 반도 남쪽의 두 개의 섬, 타이파 섬과 콜로안 섬 사이를 매립하고, 그 위에 복합리조트 단지인 ‘코타이 스트립(The Cotai Strip)’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스트립? 맞다. 카지노가 밀집한 라스베이거스의 중심거리다. 코타이 지역에서 카지노가 밀집한 거리에 셀던 회장은 라스베이거스처럼 스트립이란 이름을 붙였다. 샌즈 그룹은 스트립을 중심으로 2007년에 더 베니션 마카오를, 2012년에 포시즌, 홀리데이 인, 콘래드, 쉐라톤을 합친 샌즈 코타이 센트럴을 오픈했다. 2016년에는 3,000개 객실을 가진 파리지안을 오픈할 예정이다. 마카오 반도 남쪽의 변두리 바닷가는 명실상부한 샌즈 마카오 제국으로 변신 중이다. 그중에서도 ‘아시아 최대의 실내공간’이란 더 베니션 마카오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객실 공간을 제외하고 MICE, 쇼핑, 카지노 공간만 13만 평, 카지노를 잠깐 구경하다보면 어느 새 길을 잃고 말 정도로 광대하다. 

코타이 스트립에 대한 셀던 회장의 비전이 현실화된다면 샌즈 제국은 2만개의 호텔 룸, 수백만 스퀘어 피트의 컨벤션 시설과 이벤트 공간, 그리고 라이브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3만개의 객석을 갖추게 된다. 이 원대한 계획은 전체 면적 5,300만 스퀘어 피트에 걸쳐 펼쳐진다. 샌즈 그룹은 이 청사진이 완성되면 “카지노는 전체 면적의 2% 미만을 차지하게 되고, 18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바다를 메우고 건설한 샌즈 마카오 제국의 ‘샌즈 효과’는 놀랍다. 카지노가 오픈한 2004년 1,670만 명이었던 마카오 방문자수는 지난 해 2,900만 명으로 175% 증가했다. 2013년 통계를 보면 중국에서 1,863만2,204명, 홍콩에서 676만6,041명, 타이완에서 100만1,189명이 마카오를 찾았다. 같은 기간 마카오를 방문한 한국인은 47만4,269명으로 전년도 대비 6.6% 증가했다. 중화권을 제외하고 마카오를 방문하는 외국인으론 한국인이 제일 많다. 반면 일본 관광객은 29만622명에 불과하다. 
 
23%였던 여행업 비중 10년 만에 43%로

샌즈 효과때문일까? 마카오 GDP에서 여행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23.4%에서 2013년 43.1%로 증가했다. 여행업이라곤 했지만 수익의 대부분은 카지노에서 비롯된다. 마카오의 거의 모든 특급호텔 투숙률은 매우 높다. 90%, 95%를 넘어 종종 100%에 육박한다. 1년 내내 이렇다. 하지만 정작 호텔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샌즈 그룹 전체 수익의 25%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75%는 카지노에서 온다. 참고로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카지노에서 오는 수익이 전체 수익의 50%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샌즈 그룹은 카지노 산업의 한계 또한 잘 알기에 단순한 카지노가 아닌 복합리조트, 메가 리조트를 지향하고 있고, 도박 산업 외에도 호텔, 쇼핑, 식도락, 오락시설 등 모든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 베니션 마카오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이 리조트는 3,000개의 스위트 객실, 330개의 매장, 그리고 다양한 수준의 마이스(MICE) 시설과 함께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코타이 아레나도 갖추었다. 롤링 스톤즈, 비욘세, 소녀시대 등 세계적 스타들이 이곳을 찾았다. 궁극적으로 샌즈 그룹의 관심은 카지노를 중심에 둔 마이스 산업으로 향한다. 마이스 산업은 미팅, 인센티브, 컨벤션, 전시를 포괄한다. 샌즈는 마카오를 넘어 중국과 인도의 26억 인구를 품은 아시아 마이스 산업의 본거지를 꿈꾼다. 
 
라스베이거스보다 화려한 금사(金沙) 마카오 

샌즈 그룹의 이 같은 꿈은 1999년으로 거슬러간다. 셀던 회장은 라스베이거스에 더 베니션을 오픈하면서 도시의 개념 자체를 바꾸어 버렸다. 라스베이거스를 카지노 센터에서 국제적인 비즈니스와 레저의 목적지로 변화시킨 것이다. 그는 마카오에서도 카지노 일변도의 사업을 마이스 산업으로 확장하며, 마이스와 결합된 복합리조트를 건설 중이다. 2013년 말 기준, 샌즈 마카오 그룹의 83만3,000평방미터의 전시공간에선 1,000개의 이벤트가 열렸고, 200만 명이 참가했다. 연 8%의 성장률이다. 셀던 회장은 혁신과 창조를 통해 거대자본을 주무른다. 결과는 놀랍다. 샌즈 그룹에 따르면, ‘게임 산업 총생산은 2004년 423억 파타카(Patacas, 한화 약 5조5,700억원)에서 2013년에는 3,607억 파타카(한화 약 47조5,000억원)로 853% 증가’했다.

현재 마카오에 있는 샌즈 그룹을 위시한 37개 카지노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다만 천문학적인 금액일 거라고 추정할 뿐이다. 단적으로 2014년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부자 순위를 보면 셀던 회장은 세계부자 랭킹 8위다. 80개의 카지노를 소유한 그의 재산 총액은 400억 달러다. 올해 81세인 셀던 회장은 세계 곳곳에 3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이는 어쩌면 전 세계 관광산업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지도 모를 액수다. 참고로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129억 달러로 세계부자 순위 102위다. 

중국 정부가 샌즈 그룹을 마카오로 끌어들인 이유는 명백하다. 마카오는 더 이상 ‘아시아판 라스베이거스’가 아니다. 상전벽해라더니 마카오는 라스베이스거스보다 더 화려하게 변했다. 마카오 카지노 산업은 2006년 매출 69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65억 달러를 기록한 라스베이거스를 이미 추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샌즈 마카오를 위시한 마카오의 37개 카지노는 수익의 35%를 세금으로 낸다. 카지노로부터 걷어 들이는 막대한 세금 덕분에 마카오 당국은 지난 해 모든 마카오 영주권자들에게 9,000 홍콩달러를 지급했다. 이 같은 현금 지급은 2008년 이래 지속되고 있다. 
 
아시아 각국, 카지노+MICE 각축

지난 2010년, 싱가포르에서도 카지노가 문을 열었다. 싱가포르는 카지노와 융합된 아시아 마이스 산업의 절대 강자인 마카오 모델을 좇고 있다. 싱가포르의 복합리조트 마리나베이 샌즈 역시 셀던 회장의 작품이다. 마리나베이 샌즈는 이제까지 셀던 회장이 꿈꿔온 복합 리조트 사업의 전형을 응축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에서는 작년 12월 복합리조트 법안이 제출되었고 이달 말부터 국회에서 심의가 시작될 예정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달 말께 싱가포르의 카지노를 시찰할 거라고 한다. 

2020년 샌즈 그룹의 마카오 카지노 라이선스는 종료된다. 샌즈 그룹이 라이선스를 갱신하기 위해 중국 정부에게 보내는 구애는 열렬하다. 샌즈 그룹은 우리나라에도 이미 10여 년 전부터 진출을 모색해왔다. 우리나라에 코타이 스트립 같은 복합리조트 단지가 세워질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2014년 아시아 MICE 시장은 이렇게 전개되고 있다. 샌즈 그룹은 금사(金沙)라는 한자를 제 이름으로 쓴다. 금모래 제국, 샌즈. 하지만 샌즈 제국은 쉬이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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