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이 태국 여행을 다녀왔다. 계엄령, 쿠데타 등의 이유로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통금을 시행하는 시기였다. 지인과 일행은 하는 수 없이 며칠 밤을 호텔에만 머물러야 했고 약간의 음주와 함께 흡연을 하게 됐다. 문제는 그 호텔의 전 객실은 금연이었다는 것. 다행인지 아닌지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호텔 관계자 아무도 그들의 흡연을 알아채지 못했고 일행은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담배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주말에 찾은 명동. 언제나 그렇듯 외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나가기조차 힘든 명동 한복판에서 사람들 사이로 담배연기를 내뿜으면 당당하게 걸어가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기자는 그 흡연자 뒤에서 고스란히 담배연기를 맡았고. 한 번 담배연기를 맡으니 의식적으로 주변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찾게 됐다. 심심치 않게 보이는 길거리 흡연자를 보면서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최근 ‘담뱃값 인상’에 대한 논쟁이 흡연자 뿐 아니라 비흡연자 사이에서도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12일, 보건복지부가 세계보건기구(WTO)의 담뱃값 세금 인상 권고를 받아들여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004년 이후 담배가격을 전혀 인상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재 평균 담뱃값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2,500원. 보건복지부는 인상 시기를 내년 초로 밝혔고, 이로써 내년 초 다시 한 번 담뱃값이 사람들의 화두로 떠오르지 않을까 예상한다.

담뱃값 인상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뭐가 있을까. 세계보건기구는 모든 나라가 담뱃세를 50% 인상하면 3년 안에 흡연자가 4,900만 명,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1,100만 명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담뱃값 인상의 효과가 이토록 좋다면 담뱃값 인상을 적극 환영한다. 흡연자가 줄어들면 자연히 공공장소에서 ‘떳떳하게’ 흡연을 하는 사람도, 금연구역에서 ‘몰래’ 흡연을 하는 사람도 줄어들지 않겠는가. 최소한 한국인이 다녀간 호텔에 담배 냄새만 남는 일도, 한국 관광지에서 담배 냄새를 떠올릴 일도 줄어들 것이라 기대한다.
담뱃값 인상 3년 후, 담배 연기 없는 명동 거리를 기다린다.
 
양이슬 기자 ys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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