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란 단어조차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웠다. ‘배’를 연상시키는 것이라면 어떤 것도 시장에 꺼내 놓을 수 없었다. 지난 4월16일 비극적인 세월호 사건 직후 크루즈·페리 업계의 이야기다. 이제 두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크루즈와 페리 시장의 현황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크루즈

홍보·마케팅 전면 중단
성수기 예약 ‘뚝’
 
세월호 참사의 직격탄은 롯데관광 크루즈사업본부가 맞았다. 5월 중순 총 2항차로 예정됐던 전세선 모객이 완전히 어그러진 것이다. 출발을 1달 앞두고 참사가 발생한 탓에 대책 마련에 손쓸 겨를도 없었다. 결국 지난달 21일과 27일 진행을 마친 전세선의 모객률은 55%에 그쳤다. 작년 전세선 모객률이 93%에 달했고 손익분기점이 85%인 것을 고려하면 큰 타격이었다. 롯데관광 크루즈사업본부 김원경 차장은 “회사의 손해는 컸지만 무사히 전세선 진행을 마쳤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면서 “올해 예정된 다른 크루즈 상품은 변동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기 외 일반 크루즈 상품의 경우 업계가 우려했던 것보다 예약 취소가 적었다. 크루즈 상품의 특성 상 출발일에 임박해 취소할 경우 높은 수수료가 부과된다는 점, 크루즈 안전관리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있는 단골 고객이 많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H여행사 크루즈팀 관계자는 “알래스카 1팀, 지중해 1팀씩 예약 취소가 된 것 외에 다른 단체는 영향이 없었다”며 “안전에 대한 문의가 예전보다 늘어났을 뿐 대부분 취소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크루즈 업계가 지난 두 달 동안 마케팅, 홍보 활동을 전면 중단함에 따라 7~8월 성수기 예약을 거의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동남아, 일본 등 단거리 크루즈는 여름 휴가철이 대목인 만큼 타격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스타크루즈 한국사무소 성경영 이사는 “성수기 모객을 해야 할 시점에 참사가 일어나 신규 예약 문의가 거의 없었다”며 “7~8월 예약이 부진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로얄캐리비안크루즈 한국사무소 윤소영 부장도 “기존 예약 고객의 취소는 많지 않았지만 그 이후 신규 예약과 문의가 끊겨 여름 성수기 시즌에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6월부터 활동재개 움직임, 긍정적 전망 많아
 
크루즈 업계는 이달 중순부터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사들은 6월 중순을 기점으로 다시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시작했고, 여행사들도 오는 7월부터는 크루즈 상품 관련 광고를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로얄캐리비안크루즈 윤소영 부장은 “지금부터 준비하면 가을시즌부터는 살아나고 겨울에는 확실히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롯데관광 김원경 차장도 “가을~겨울 크루즈 시장은 오히려 작년보다 성장할 것으로 본다”면서 “작년에 국내 최초로 진행한 세계일주 크루즈를 올해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보와 프로모션도 다시 시작됐다. 프린세스크루즈가 지난 5월 초 20여개 미디어를 초청해 진행했던 팸투어 관련 기사도 6월 중순 이후부터 하나 둘씩 보도되고 있다. 프린세스크루즈 한국지사 김연경 마케팅실장은 “세월호 사고 이전부터 계획한 팸투어여서 취소 없이 진행했지만, 언론 보도는 당분간 보류가 불가피했다”며 “이제 기사화도 조금씩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고, 프린세스크루즈의 다양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프린세스크루즈는 지난달 크루즈 선사 최초로 한국국제관광전(KOTFA)에 참가한 데 이어 오는 9월엔 부산국제관광전(BITF)에도 참가한다는 계획이다. 

가을·겨울 시즌 크루즈시장을 살릴 프로모션과 행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로얄캐리비안크루즈는 이달부터 상위 크루즈 라인인 ‘셀러브리티크루즈’의 B2C 여행 지원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크루즈 여행 계획을 만들어 응모한 커플 중 10월까지 매달 1쌍씩을 선정해 무료 크루즈 여행을 보내주는 이벤트다. 노르웨이지안크루즈는 올가을 여행업계 대상 팸투어를 준비하고 있다.

●페리

세월호 여파 여전, 성수기가 보릿고개로
 
회복세가 완연한 크루즈 업계와 달리 페리 업계는 아직 회복이 요원한 모습이다. 한국-일본, 한국-중국 페리 업체들은 성수기 예약이 전년 대비 절반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큰 비중을 차지했던 학생단체 수요가 사라졌을 뿐 아니라 일반 단체 고객들의 예약 문의도 저조하다는 설명이다. 

대인훼리 관계자는 “원래 여름철 한-중 페리는 백두산 단체여행 수요가 많은데 올해는 작년의 5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기존에 들어와 있던 예약도 3분의2는 취소된 상태”라고 토로했다. 훼리투어 관계자도 “성수기 학생 단체와 공무원 단체가 전혀 없고 전체 예약 인원은 작년 성수기 대비 절반정도”라며 “9·10월 연휴 인센 문의가 조금씩 들어오곤 있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아직 많이 침체돼 있어 언제 회복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전 문의 부쩍 늘어…
“안전 관리·교육 강화 중”
 
페리 예약 고객들의 안전 관련 문의가 크게 늘어난 것도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진 점이다. 이에 따라 페리 업체들도 선박점검 횟수를 늘리고 안전 교육을 신설하는 등 안전 관리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훼리투어 관계자는 “항공 승무원들이 안내하는 것처럼 페리 승무원들이 구명조끼 이용법과 대피 방법을 알려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배가 기울어지거나 가라앉더라도 물품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식탁, 의자 등 물품을 선체에 고정시키는 작업도 했다”고 설명했다.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크루즈 안전교육, 이렇게 이뤄집니다”
  프린세스크루즈 김연경 마케팅실장

-출발 전 40분간 전 승객 대상 체험 교육
-옷장마다 구명조끼, 개인별 대피지점 있어

대형 크루즈선사들에는 국제 선박 안전 기준이 매우 엄격하게 적용된다. 크루즈에 승선한 모든 승객은 출발 전 약 40분 동안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모든 캐빈의 옷장에는 구명조끼가 그 캐빈 이용객 수의 2배로 구비돼 있고, 각 캐빈의 문 안쪽에는 이동해야 할 대피 지점이 지도로 안내되어 있다. 수천명이 넘는 인원이 한 곳으로 몰리지 않도록 각각 대피 구역을 다르게 지정해 놓은 것이다.

안전교육이 시작되면 각 승객은 구명조끼를 착용하거나 가슴에 안고 자신의 대피 지점으로 이동해야 한다. 곳곳에 방향 표시가 자세히 안내되어 있고, 가까운 곳에 배치된 승무원들이 어느 방향으로 가면 되는지 안내해 주기 때문에 길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대피 장소에 도착하면 승무원이 하는 대로 직접 따라하며 안전 교육을 받는다.

크루즈 내에는 어린이를 돌보는 시설이 있는데, 시설 내 선생님들은 각 아이가 어느 캐빈에 속해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위험 상황 발생 시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각 대피지점에 빠르게 데려다 준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를 찾으러 갈 필요 없이 자신의 대피 지점으로 가면 아이를 만날 수 있다. 
승무원들은 배가 기항지에 정박했을 때 정기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가장 중요한 건 이 모든 안전 교육이 형식적인 것이 아닌 실제 상황에서의 대처법을 교육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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