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부쩍 더워졌다. 장마도 시작됐다. 여행사 사람들은 한여름 더위를 등에 얹고 사무실에 틀어박혀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총액표시제가 한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따로 표기해왔던 유류할증료를 더하고, 가이드 비용을 더하고, 필수관광과 선택관광을 분류하는 작업을 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일정표도 다듬어야 할 것이고 기타 등등 새로운 제도에 정착하기 위한 시행착오들을 겪어야 할 것이다.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조하면서도 판매자 입장에서는 불리한 부분이 있다는 불만도 터지곤 한다. ‘너무 소비자 입장만 고려한 제도가 아니냐’는 생각도 할 수 있다. 그동안 저렴한 가격에 유입됐던 여행자들이 20~30만원 높아진 가격에 발걸음을 돌릴 거란 예측도 있다. 5,000원, 심지어는 몇백원에도 마음이 훽훽 돌아서는 것이 소비자니 걱정이 안 될 리가 없다. 

한참 브라운관에서 사라졌던 배우 김보성이 최근 ‘으리(의리)’로 붐이 됐다. 수년 전부터 줄기차게 외치던 의리로 식혜음료 광고를 따냈고 온라인 상에서는 ‘개나으리’, ‘꽹과으리’ 등 각종 패러디물이 양산되고 있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라는 뜻의 의리가 갑자기 신드롬이 되어 번진 건, 단순한 흥밋거리여서가 아니라 대중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일 것이다. 

다른 건 떠나서, 여행업계에서도 소비자에 대한 ‘으리’가 필요한 때가 지금인 것 같다. 분명히 오랜 기간동안 눈속임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질타가 있어왔다. 개인적으로도 저렴한 상품가에 혹해 클릭했다가 자꾸 올라가는 가격에 실망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199만 보고 설레던 마음이 진짜 가격에 뒷통수라도 맞은 듯 얼얼해졌다. ‘즐거움을 판다’고 하는 여행사들이 즐거움을 주기 전에 알량한 미끼부터 던지니 화도 났었다. 

총액제는 여행사와 여행자 모두를 위한 제도다. 비정상적이던 가격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다. 시간은 앞으로도 있을 테니 판매자 입장이 왜곡됐다면 계속 싸워가면 된다. 하지만 우리를 찾아주는게 여행자인데, 얼마나 감사한가. 여행자와의 ‘으리’를 저버리진 말자.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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