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김병만만 달인이더냐? 여행업계에도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달인이 있다는 사실. 점심 약속 장소를 기막힌 맛집으로 예약한 그분, 일본의 일자만 나와도 방언터지듯 술술술 썰 풀어내는 그분, 술 한잔 안하고도 술자리 흥 돋구던 그분, 시즌마다 때맞춰 고객관리법 들고 오던 그분.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하는 이분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우리 여행인, 모니터만 바라보는게 다가 아니라구요.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모두투어 일본팀 조규식 과장
 
아무리 본인의 담당 지역이라고 한들, 여권에 그 지역 입국 도장 10번 찍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출장 기회가 많지도 않을뿐더러, 개인적으로 가려고 해도 실행에 옮기는 데 여러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 그런데 여권 하나에 빼곡하게 일본 입국 도장이 찍혀있는 여행인이 있다. 여권 페이지가 모자를까봐 스티커를 나란히 나란히 줄을 세우기까지 했단다. “몇 번이나 다녀오신 거예요?” 질문에 “90번 이후로 세보진 않았다”는 모두투어 조규식 과장. 족히 100번은 넘는다는 얘기다. 
 
“일본에 내 발자국이 가득해”
 
 
조규식 과장이 일본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십여년 전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시즌, 한일국제교류단체에서 한중일청년교류사업을 했는데 운 좋게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 전역 후에는 가깝고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 50만원 남짓의 경비로 14박15일 동안 혼자 일본을 여행했다. 그때부터다. 본격적으로 일본 구석구석을 조 과장만의 방식으로 여행하기 시작했다. ‘한번 간 길은 똑같이 가지 않는다’는 철학 아래 철도로, 렌트카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길을 개척하며 여행을 다녔다. ‘하늘에 뿌린 돈이 3,000만원’이라는 별명이 생긴 건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조 과장이 강점을 가진 부분은 철도다. 일본 곳곳으로 뻗어있는 철도를 따라 철도여행을 다녔다. 인기있는 좌석을 뺏기지 않기 위해 미리 여행일정을 짜놓고 철도 구간을 정리해 인기있는 노선 순서대로 예매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노선별로 팔고 있는 에키벤(열차도시락) 통을 모으는 재미도 쏠쏠했다. 현지인과 친구가 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그가 모두투어에 들어오게 된 것도 결국 일본을 좋아해서였다. 일본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자연스레 여행업으로 흘러들어온 것. 그리고 입사 후 3년 만에 일본사업부로 발령을 받았으니 물 만난 고기가 된 셈이다. 여행사 직원으로서 그룹 좌석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고, 다양한 일본 업체들과 연락할 수 있는 연결 포인트가 생기다 보니 직접 원하는 여행을 짜 볼 수도 있었다. “현지 업체를 직수배하고 일정을 짜서 여행하는 과정이 피곤하기보다는 즐거웠다”고 말하는 조 과장. 그는 지금 일본사업부에서 상품기획을 담당하면서 여행 경험들을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일본 최북단에서부터 최남단까지 조 과장은 구석구석 발을 옮겼다. 그리고 지금은 일본여행을 함께 가기 위한 작은 사내 동아리를 만들어 회원을 받고 있다. 평소에는 문화나 일본어 공부를 함께 하고, 시간을 맞춰 일본여행을 가려고 한다고. 앞으로도 조 과장의 여권에는 일본 도장이 찍힐 예정이다. 
 
 
●다다서치트래블 이성윤 대표
 
‘잘 먹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허기를 채우려 먹는 것이 아니라 미식의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꼭 미식가가 아니어도 먹음직스러운 모양을 갖추고, 맛도 좋은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그렇다고 미슐랭 스타를 받은 곳을 찾아가야 하느냐고?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숨은 맛집이 가득하다는 사실. 전국 맛집을 꿰고 있는 이성윤 대표와 함께라면 오지에서도 맛집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맛집 명함 450개, 음식은 활력소”

비즈니스 미팅 자리와 겸한 점심시간. 딱딱한 대화와 함께 음식을 먹다보면 음식의 맛은 뒤편이고, 그마저도 소화불량에 시달리기 일쑤다. 하지만 음식은 비즈니스를 원활하게 해주는 최상의 윤활류가 될 수도 있다. 이성윤 대표는 “음식에 대한 스토리텔링은 서로 간의 대화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요소”라고 설명한다. 

여행업계에 35년을 몸담으면서 거의 10여년 동안을 ‘맛집’이라는 단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지낸 이성윤 대표. 그 별명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은 직접 모아둔 국내 음식점 명함 약 450여개에서 증명된다. 한식에서 양식까지, 서울 도심에서 강원도 오지까지, ‘이왕이면 맛있는 음식을 먹자’는 목표 아래 찾아낸 곳이다. 맛집을 증명하는 방법은 쉽다. 사람들과 함께 가서 직접 맛을 보고 결정을 짓는 것. 여러번의 임상실험을 거치다보면 진짜로 맛있는 곳은 티가 나게 돼 있더란 것이다. 

음식점을 찾는 데는 온갖 방법이 동원된다. 실패율이 높지만 검색도 많이 하고, 때로는 지인의 소개도 받는다. 특히 자주 찾기 어려운 지방일 경우에는 그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지인들에게 도움을 구한다. 혹 이런 방법으로 마땅한 곳을 찾을 수 없을 땐, 그 지역에 내려가 무작정 아무나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성공률은 100%다.

맛집을 간다는 것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만족감도 주지만 업무상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 이 대표에게 많은 기회를 주기도 한다. 외부에서 만나 ‘아무데나 가자’고 하는 것보다 예약한 곳을 찾아감으로써 좋은 인상을 남길 수도 있고, 여럿이서 회합을 할 때도 주도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다고. 서먹서먹한 관계에 음식에 대한 이야기로 물꼬를 터서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도 있단다. 그러나 이 대표가 맛집을 사랑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비슷비슷한 음식에 지쳐있는 직장인들에게 맛있는 음식 한 젓가락이 생활의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다.  오늘 점심은 회사 앞 맛집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 
 
 
●하나투어 판매총괄팀 김득수 과장
 
여행사의 생명은 여행자가 아닐까. 모객이 저조하면 화창한 날에도 얼굴엔 어둠이, 모객이 잘 되는 날에는 천둥번개가 쳐도 싱글벙글한 것이 여행사 사람들이다. 언제나 마음먹은 대로 여행자를 모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나투어의 김득수 과장 또한 그렇다. 올해 월 평균 2,000명의 여행자를 모으고 있는 김 과장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5개월 동안 여행자 1만명 모객”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김득수 과장은 1만명의 여행자를 모객했다. 평균적으로 보면 한달 2,000명이다. 법인사업부 등 제휴사업을 빼고 세일즈만으로 일궈낸 수치다. 하나투어 내 1위다. 김 과장에게 모객이 쉬웠던 것일까? 아니다.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을 예측하기 위해 수없이 고민하며 만들어낸 성과다. 

김 과장은 현재 6곳 정도의 하나투어 대리점과 3곳의 하나프리 대리점을 관리하고 있다. 결국 그의 일은 대리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리점이 여행자를 모을 수 있게 조력하는 일이다. 중간자적 입장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수치와 싸우는 셈이다. 지역 특성에 따라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기존 인센티브 고객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게끔 대리점을 경각시키는 일, 새로운 일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일 등이 그의 주요 업무다. 대리점이 경쟁이 붙었을 때, 상품과 가격에서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도록 시기적절하게 지원도 해야 한다. 

모객을 잘 할 수 있는 매뉴얼이라도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한 김 과장은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수많은 변수도 있고 갈대같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바로바로 성과가 드러나는 일이 아니라는 데서 김 과장도 힘이 빠지기도 한다. 매너리즘에 빠질 때도 있다. 하지만 꾸준히 팀원들과 회의를 하고 새로운 방식을 연구하면서 다시 도전의식을 불태운다. 

상품을 판매하는 실제 판매자의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수십년 상품을 봐왔던 대리점주들은 어떤 상품이 잘 될지, 경쟁사와 비교해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금방 알아 본다는 것.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상품을 강화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행자들이 먼저 찾아온다. 시간이 흘러 대리점의 모객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제대로 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고. “숫자도 중요하지만 열심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김 과장의 말이 와닿는 순간이다.
 

●여행신화 엔투어 허신영 과장
 
1차, 2차, 3차…. 우리에겐 모두 폭탄주를 물처럼 들이켜야 하는 순간이 있다.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마시고 가끔 기억도 잃어버리는 술자리, 그러나 여기 ‘무無주가무’로 새로운 지평을 연 여행인이 있다. 여행업계 9년, 수많은 유혹에도 단 한방울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엔투어 허신영 과장이 그 주인공. 그렇다고 술자리에서 망부석처럼 앉아 분위기를 깨는 사람을 연상해서는 안된다. 술자리 분위기메이커는 그의 몫, 애주가보다 더 흥겹게 놀 줄 아는 사람이다. 

“술은 한 방울도 허락하지 않겠다”

허신영 과장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은 ‘술이 몸에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오해도 많았다. 신입사원 때는 무려 사장님이 주시는 술을 거절하기까지 했으니 ‘건방지다’는 뒷말을 피할 수 없었다. 으레 그렇듯이 술을 아무리 정중하게 거절한다 한들 일순간에 ‘술자리 분위기 깨는 사람’으로 찍힐 수도 있었다. 하지만 허 과장은 그런 술자리를 빠져나가려고 하기보다 본인만의 끼로 헤쳐나갔다.

노래방 첫 곡에 도전해 분위기 뜨겁게 달구기는 물론, 위화감 없이 어울릴 수 있을 만큼 흥겹게 술자리를 즐겼던 것. 물론 몇가지 노하우도 가지고 있다. 노래방 번호수 6자리인 곡(최신 아이돌 곡) 최소 한가지 알아두기, 첫곡은 모두가 잘 알고 신나는 노래로, 시키면 빼지 않고 적극적으로. 억지로 꾸며내는 것이 아니다. 허 과장이 어릴적부터 갈고 닦아온 가무를 그 자리에서 발산하는 것 뿐. 고등학교 땐 댄스부 단장을 연임했고, 당시 HOT 장우혁이 스카웃 되기도 했던 댄스대회에 나가서 인천지역 3위를 거머쥐기도 했다. 여행업계에 들어온 이후로는 여행사 장기자랑이나 회사 워크숍에서 우승 트로피를 휩쓸었으니 ‘놀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은 증명된 셈이다.

거기에 허 과장의 ‘긍정성’까지 더해졌다. “다른 사람이 놀러가는 일을 도와주는 일인데, 여행사 사람이라면 ‘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 똑같은 업무에 지치고, 컴플레인에 힘들어도 즐거움을 잃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여행자에게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피규어를 모으고, 항상 멋지게 차려입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받게되는 일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그만의 방법인 것. 술자리도 그렇다. 신나게 먹고 (콜라를)마시다 보면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허 과장은 “술자리에서도 지혜로운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술을 못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모두가 즐기는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깰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이 여행인들인데, 무작정 싫은 자리를 피하기보다 센스있게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그 덕일까. 6군데 모임에서 총무로 활동 중이니 허 과장의 무주가무 실력이 예사롭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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