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행시장은 향후 20년, 30년, 50년 뒤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 일본은 한국보다 한참 앞선 1964년 해외여행자유화 조치가 이뤄졌다. 올해로 해외여행자유화 50주년을 맞은 일본 여행업계는 지나온 반세기를 짚고 앞으로의 또 다른 반세기에 대한 구상으로 분주하다. 여행신문의 일본 제휴사이자 여행신문과 함께 ‘아시아 여행전문지 얼라이언스(MATIA)’를 구성하고 있는 일본 트래블저널(Travel Journal)도 올해 창간 50주년을 맞았다. 트래블저널은 6월16일자 창간 50주년 기념특집호를 통해 일본 해외여행자유화 50주년을 짚고 새로운 반세기를 전망했다. 관광리서치 전문회사인 포커스라이트 우시바 하루오(Ushiba Haruo) 일본대표가 전망한 글로벌 여행시장의 미래모습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포커스라이트
일본대표 우시바 하루오 Ushiba Haruo

일본항공에서 주로 사업계획, 국제여객마케팅을 담당했다. 2005년 퇴직 이후 현 포커스라이트 일본대표 이외에 항공경영연구소 부소장을 역임했다. 또 해외 여행유통과 항공사업과 관련해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TD학습회’를 조직했다.
 
20년 뒤 아웃바운드 2.4배로 확대
 
UN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전 세계 아웃바운드 여객 수는 2012년 기준 12억명이다. 여기에서 아웃바운드는 자국에서 타국으로 취업 이외의 목적으로 출국하는 사람(여행자)이 출국한 횟수로 정의하고 있다. 한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12년 전 세계 정기 국제선 여객수가 11억5,700만명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서의 여객 수는 출발·도착을 각각 세기 때문에  UNWTO의 단위와 맞추기 위해 출발횟수만을 반영하면, 그 반수인 약 6억명이 된다. 즉, 아웃바운드 총수 12억명의 50%가 항공을 이용하고, 나머지 50%인 6억명은 육로 또는 해로를 이용해 출국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세계 인구는 현재 72억명. 2030년에는 84억명, 2050년에는 96억명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인구가 증가하면 그에 비례해 아웃바운드 규모도 커진다. 관광산업을 21세기 최대 성장산업 중 하나로 보는 이유다. 에어버스사는 연평균 4.7%씩 증가해 20년 후인 2032년에는 국제항공여객 수요가 2.4배가 될 것으로 예측했으며, 보잉사는 연평균 증가율을 5%로 내다봤다. 에어버스사의 장기예측에 따라 계산하면 2032년의 항공여객 수는 29억명(출발·도착 각각 반영)에 달한다. 성장세가 두드러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구성비는 유럽(42%)에 이은 26%로 확대된다. 신흥국가의 새로운 중산층이 강력한 증가세를 보이며 아웃바운드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다.
 
환경수용력 기준과 인프라 정비 필요 
 
과연 20년 후의 급증하는 아웃바운드 여객 수(2012년의 2.4배, 29억명)에 여행목적지의 환경수용력은 대응할 수 있을까. 세계무역기구(WTO)가 세계무역 질서를 만든 것처럼 UNWTO도 전 세계 여행목적지의 환경수용력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 UNWTO는 특정 여행목적지에 동시에 방문할 수 있는 최대 여행자 수를 그 여행지의 수용능력으로 하고 있다. 여행목적지의 물리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그 지역 주민 커뮤니티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는 동시에 여행자의 만족도 역시 떨어뜨리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한 수용력을 환경수용력으로 보고 있다.

항공기 제조사는 향후 20년 동안 3만기의 제트여객기(연간 평균 1,500기)를 제조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항공기 증가에 대응해 공항도 다수 정비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230개의 공항 신설 계획이 수립돼 있으며, 기존 공항에서는 활주로 증설과 터미널 확장 등의 개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미 4,000억 달러 이상이 투자돼 있다. 이와 같은 하드인프라 정비와 병행해서 조종사와 항공정비사도 대량으로 공급돼야 한다. 이른바 소프트인프라 정비가 필요한 상황으로, 향후 20년 동안 세계에서 조종사와 항공정비사 각각 50만명 이상 새롭게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FSA와 LCC 구분 의미 사라져
 
당연히 항공사의 비즈니스 모델도 크게 변할 것이다. 저비용항공사(LCC)는 단거리에서 장거리 노선으로 진출해 버짓 투어리스트(Budget Tourist)의 ‘다리’가 된다. 현재 세계 LCC의 점유율은 약 25%인데 2032년에는 50%를 넘어설 기세다. 동남아시아 역내는 이미 60%에 육박해 과연 어느 수준까지 오를지 흥미를 끌고 있다. LCC의 점유율 확대는 FSA(Full Service Airline)에게 점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LCC와 FSA와의 경쟁 결과 서로 상대의 장점을 받아들이게 되고 결국 양측의 경계선은 서서히 소멸될 것이다. 20년 후에는 LCC와 FSA를 구분하는 의미 자체가 사라지고 말 수도 있다.

인기 여행지에서는 숙박시설 건설 러시가 시작될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현재 유행하고 있는 공유경제에 의해 개인이 보유한 주택 일부와 별장을 빌려주고 빌리는 사례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유시장에서 온라인 예약 플랫폼을 제공하는 에어비앤비 등의 중개사업자가 증가해 기존 숙박시설의 비즈니스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 항공운송업계와 마찬가지로 숙박업계에서도 신규 진입자가 전통적 사업자에 경쟁을 거는 형국이다. 지상 숙박시설이 필요 없는 오션크루즈와 리버크루즈 시장도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소셜트래블 시대의 도래
 
기본적으로 영리목적의 숙박시설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VFR(Visit Friends and Relatives, 친구 및 친지 방문) 시장도 확대된다.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국제유학생(현재 약 400만명)과 국제노동자(수 천 만명으로 추정) 증가가 VFR시장 확대의 추진력이다. 세계 각국의 사증 규제완화도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 

또 하나 잊어서는 안 될 현상은 의료관광과 다세대 가족여행의 부상이다. 저렴하면서도 첨단인 해외의 의료서비스를 추구하는 환자가 이미 세계 각지를 이동하기 시작했다. 건강진단과 가벼운 치료인 경우에는 동반자와 함께 여행까지 즐긴다. 현재는 세계 아웃바운드 시장의 30% 가까이 점하고 있지만 20년 뒤에도 더 큰 존재감을 갖게 될 것이다. 

또 인구증가와 함께 평균수명(건강수명도 늘어난다)도 늘어난 결과, 세계는 서서히 장수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 조부모+양친+자녀(손자)로 구성된 3세대 가족여행이 일반화된다. 그리고 우주여행도 부유층 중심에서 점차 확산될 것이다.

여행자도 변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 친숙한 밀레니엄세대(1980~2000년 탄생 세대)가 2032년경에는 30~50세로 성장해 아웃바운드의 중핵을 구성할 것이다. 디지털세대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스마트폰은 물론 웨어러블도 몸에 착용하고 네트워크에 상시 접속한다. 자신의 개성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세대다. 동료들과 상담해 여행계획을 짜고, 여행지 숙박시설은 동료들과의 회합장소로 삼을 것이다.

숙박객의 개인적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부티크호텔처럼 특정 소셜커뮤니티에 대응한 소셜호텔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공유경제 이용자의 중심이기도 하다. 관광명소나 유적을 돌아보는 지금까지의 단순한 여행에서 이제부터는 체험을 중시하는 여행이 주류가 된다. 소셜트래블의 개막이다.

번역 및 정리=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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