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잖아요, 어려운 거.” 패키지 여행사에 찾아가 요즘 호주 시장은 어떠냐고 물을 때마다 이런 답이 돌아왔다. 20년 동안 상품이 똑같으니 리피터가 없다,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싶어도 쇼핑 때문에 안 된다, 일정을 조금만 바꿔도 상품가가 확 오른다…. 다 같은 얘기다. 

그리고 덧붙인다. “바뀌어야 하는데…”라고. 솔깃해져 어떻게 하면 바뀌겠느냐 질문하면 또 그런다. “어려워요. 쇼핑 없는 상품을 만들면 상품가가 뛰고, 그러면 모객이 안 돼요.” 회사 측에선 각 시장의 사정과 관계없이 매달 실적으로만 평가하기 때문에 당장의 모객 감소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거다. 그 입장도 백분 이해가 갔다.

그런데 이번에 변화의 빌미가 생겼다. 시드니 가이드들이 마이너스 지상비를 쇼핑 수수료로 메꾸는 시장 구조를 정상화하겠다고 파업에 나선 것. 이 파업의 세부 내용에 대해선 고운 시각과 아니꼬운 시각이 공존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대다수가 공감한다는 점이다. 가이드협회는 행사를 전면 거부하는 총파업을 할지, 쇼핑센터 방문을 거부하는 부분파업을 할지에 대해 아직 논의 중이다. 어떤 쪽이 되든 지상비 인상에 따른 상품가 상승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고, 여행사들이 걱정하는 모객 감소도 필연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멀리 보면 긍정적인 변화지만 당장 굶어죽게 생겼다”는 한 여행사 관계자의 말이 실감나는 이유다.

그러나 채우기 위해선 비워야 한다. 그동안 무기처럼 갖고 있던 ‘저렴한 상품가’라는 허물을 벗어버려야 호주 시장이 새롭게 탄생할 수 있다. 허물을 벗는 동안 상처도 생기고 아프기도 하겠지만, 후에는 그 비워낸 자리에 많은 것들을 채우게 될 것이다. 

지난 5월, 2014 호주관광교역전(Aus tralian Tourism Exchange)에 참가했었다. 그곳에서 본 호주는 말 그대로 무궁무진한 여행 매력을 가진 드넓은 나라였다. 야생 캥거루와 왈라비가 해변에 자유롭게 노니는 생태의 섬 ‘태즈매니아’, 거리에 예술이 살아 숨쉬는 미식의 도시 ‘멜버른’, 최고급 와이너리가 모여 있는 ‘서호주’ 등 소개하고 싶은 요소들이 차고 넘쳤다. 여행업의 참된 가치는 여행자들에게 좋은 여행지와 여행상품을 발굴해 소개하는 것 아닌가. 호주에 그 기회가 가득하다. 허물에 가려 보지 못하고 있을 뿐.
 
고서령 기자 ks@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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