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와 FIT 성격 합쳐진 새로운 시장
-자유일정 길어지고, 선택관광 많아지고
-옵션 가격경쟁력 어떻게 갖출지가 고민

요즘 하이브리드가 대세다. 자동차부터 카메라, 카드까지 서로 다른 성격을 결합해 다양한 타깃을 공략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여행도 그렇다. 패키지와 함께 자유여행이 주류로 자리잡은 지금, 성격이 다른 두 여행자들을 잡기 위한 여행상품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자유여행에 뿌리를 두고 파생된 에어텔, 그리고 패키지에 뿌리를 두고 있는 세미패키지가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늘어나는 자유여행자들을 잡기 위해 패키지 여행사들이 앞다퉈 선보이고 있는 세미패키지에 대해 알아봤다. <편집자주>
 
자유일정 포함한 세미팩 성장 빨라
 
항공과 호텔이 접목된 에어텔이 좀 더 자유여행의 성격에 가깝다면, 세미패키지는 패키지의 성격에 기울어져 있다. 자유여행자들이 늘어나고 젊은 여행자들의 유출이 생기다보니 패키지만 판매하던 여행사들도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패키지 일정 중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 일정을 빼놓고 자유시간을 주는 ‘세미패키지’였다. 

몇시간이던 일정 중 자유시간이 포함되면 대부분 세미패키지로 나뉘지만 지금의 세미패키지는 과거와 비교해 좀 더 과감해졌다. 전체 일정이 3박4일이라면, 첫날과 마지막날을 제외한 둘째날과 셋째날이 모두 자유일정일 정도로 자유시간이 길어졌다. 여행자들은 패키지처럼 항공과 호텔, 그리고 픽업서비스까지 누릴 수 있고, 남은 시간엔 휴식이나 관광 등 자신이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현재는 주로 파타야, 푸켓, 보라카이 등 동남아 휴양지 중심으로 세미패키지가 자리잡고 있다. 하나투어 동남아팀 주난수 부장은 “에어텔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상품으로 기획했다”며 “세미패키지를 계속 늘려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호응도 좋은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여행사에서 세미패키지를 늘려가는 것은 여행자의 선호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정이 줄어든만큼 여행사 자체적으로도 관리가 편하다는데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일정 중 옵션이 모두 빠지기 때문에 지상비가 내려가 상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 총액표시제 실시로 전반적으로 상품가가 올라간 상황이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편으로 세미패키지가 늘어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용자와의 접점 만들기가 관건
 
세미패키지의 진짜 진화는 자유일정에서 두드러진다. 과거, 일정 중 주어졌던 자유시간은 말 그대로 여행자가 혼자 채워야하는 ‘자유시간’의 의미일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자유일정은 자유로운 시간이기도 하면서 판매자가 선택관광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일반 패키지에서 기본 일정으로 포함되는 각종 투어, 식사 등을 선택관광으로 돌려놓기 시작한 것이다. 필수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구조로, 여행자는 자유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여행사가 제공하는 선택관광을 이용할 수도 있다. 

보통의 세미패키지들은 여행자들이 선택관광을 이용할 때 추가 비용을 내도록 한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세미패키지는 여행사의 수익은 보장되지만 랜드사의 수익은 상대적으로 적다. 랜드가 수익을 낼 수 있는 현지 일정이 모두 빠지고 쇼핑센터 방문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행자에게 선택관광을 하게끔 유도하는 가이드의 재량이 중요해진다. 첫째날 여행자와 만나는 순간부터 가이드는 적극적으로 선택관광을 홍보하고 계속 가이드를 찾을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선택지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굳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이드가 접점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쇼핑이다. 쇼핑센터의 경우 일반적인 패키지가 3박5일 일정에 3~5번을 방문하지만, 세미패키지일 경우 2~3번으로 줄어들어 절대적인 방문량에 차이가 난다. 자유일정 때는 쇼핑을 갈 수 없으므로 대부분 마지막날로 쇼핑센터 일정을 모두 몰아놓게 된다. 그러나 일정 중 가이드와 접점이 적었던 여행자들은 마지막날 쇼핑센터를 방문해도 구매에 소극적일 수 있다.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수인 셈이다. 

최근에는 좀 더 파격적인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모두투어에서 출시한 ‘프리N초이스투어’는 기존 한정적이었던 선택관광의 폭을 최대한 넓힌 것이 특징이다. 그 지역에서 즐길 수 있는 대부분의 오락거리와 먹거리를 모두 포함하고, 가격대에 상관없이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모두투어 유경민 과장은 “가장 비싼 쇼, 호텔식 뷔페까지 포함했지만 선택관광에 있어서는 추가비용이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어텔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충분히 자유여행을 좋아하는 여행자도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1일 론칭한 방콕-파타야 프리N초이스투어는 7월 말까지 약 250여명이 예약한 상태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옵션 개별 예약하는 여행자 잡아야
 
그러나 세미패키지에도 명암이 존재한다. 판매자가 원하는 것처럼 여행자가 마냥 따라오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패키지와 FIT의 사이에서 세미패키지의 정체성은 아직 모호한 상태다. 자유여행을 원하는 여행자들이 쇼핑일정과 불편을 감수하고 세미패키지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도 많다.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선택관광은 마진이 붙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이용하는 로컬 가격보다 비용이 비싼 것도 문제다. 때문에 요즘의 소비자들은 굳이 여행사를 통해 선택관광을 하기보다 자체적으로 예약하는 경우가 많다. 하나투어 주 부장은 “선택관광을 이용하는 비중이 예상보다 적은 편”이라며 “가격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나다보니 알아서 예약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때문에 최근엔 옵션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보라카이의 경우 옵션비를 내리고 경쟁력을 키웠다”며 “상품가가 조금 오르더라도 선택관광을 유도하기는 쉬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 필리핀 전문 여행사 팀장은 “자유여행자들은 마진이 붙지 않은 옵션을 스스로 검색하고 예약한다”며 “결국 세미패키지 성공의 관건은 선택관광의 가격의 경쟁력에 달려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랜드사의 부담도 만만찮은 걸림돌이다. 모든 것이 ‘선택’되기 때문에 현지에서 랜드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많고, 상품 판매마다 떨어지는 기본적인 수익도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옵션의 경쟁력을 위해 가격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진퇴양난일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총액표시제가 실시되면서 예전같은 저렴한 가격을 홍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세미패키지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표면적인 가격이 일반 패키지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여행자들이 실제 현지에서 옵션을 할 수 있도록 잘 유도하기만 하면 일반 패키지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 여행사의 휴양지 상품군을 살펴보면 대부분 자유일정이 포함돼 있고, 그 대신 선택관광을 나열해 두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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