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중국전담여행사)’ 3곳의 자격을 박탈하고 관리를 강화하는 등 고삐죄기에 돌입했다. 관리강화라는 ‘채찍’과 함께 중국전담여행사 문턱을 낮추는 ‘당근’도 함께 제시했다. 중국 인바운드 시장의 양적 성장 기조를 유지하면서 그에 걸맞은 질적 개선도 이루겠다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편집자주>

-화청 등 3개사 지정취소 철퇴…명의대여 적발
-분기별 1회 신규지정, 저질상품 등 집중 점검
 

행정소송까지 간 명의대여 행위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4일 “중국전담여행사에 대한 실태조사에서 관광경찰 단속으로 적발된 3개 여행사의 명의대여 행위가 확인돼 8월4일부로 중국전담여행사 지정 취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에 중국전담여행사 자격이 취소된 업체는 화청여행사, 일진국제, 서울국제여행사 3개 여행사로, 지정취소 공문발송일 2주 후인 8월18일부터 중국전담여행사 업무정지 효력이 발생한다.

문관부에 따르면 이들 3개 업체는 중국전담여행사 명의로 중국인 관광객의 비자를 발급 받고 실제 행사 진행은 다른 비지정 업체에 맡겼는데 이는 중국전담여행사 제도에서 금지하고 있는 명의대여 행위에 해당된다. 중국측 송출여행사와 계약을 체결한 후 실제 국내여행 진행업무는 직접 수행하지 않은 채 중국전담여행사로 지정받지 않은 타 여행사에 명의를 대여해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으며, 저가덤핑의 주범으로 지적돼 왔다고 문관부는 설명했다. 해당 업체들은 명의대여가 아니라 업무협력 관계로서 업무 일부를 하도급 내지 위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행정소송에서 ‘방한 중국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금지하고 있는 명의대여 행위에 포함되며, 중국전담여행사 지정 취소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면서 이번에 철퇴를 맞았다. 또 중국전담여행사의 업무범위는 비자발급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치단체에 대한 국내여행 진행과 관련된 업무 일체를 포함한다고 판결했다.
 
 
퇴출당한 대형업체, 그 공백은?
 
과거에도 중국전담여행사 관리지침을 위반해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있지만 유독 이번 사례에 관심이 큰 이유는 이들 업체가 중국 인바운드 시장에 미친 여파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도에 기반을 둔 화청여행사의 경우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요를 ‘싹쓸이한다’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했다. 초저가 덤핑으로 관광객을 유치해 시장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한 중국전담여행사 대표는 “지난해부터 이 업체의 시장질서 흐리기 행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지정취소 처분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한다.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는 중국 인바운드 업계에 경종을 울리고 정화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 역시 “월 4~5만명에 이를 정도로 유치규모가 큰 업체였기 때문에 과연 그 업체가 담당했던 물량이 어디로 갈지도 관심사로 부상했다”며 “쇼핑센터와 가이드 등 이해당사자가 많고 이미 유치한 단체도 있어 당분간 혼란이 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후속 관리와 점검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번 ‘강수’에 대해 관련 업계 대부분이 지지하고 있는 셈인데, 이는 그만큼 중국 인바운드 시장이 심각하게 혼탁해졌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상비를 받기는커녕 중국 측 송객여행사에 관광객 1인당 일정 액수의 돈을 주고 단체를 유치하는 사례로까지 변질됐다. 처음부터 마이너스에서 시작하니 질 좋은 일정 진행보다는 쇼핑과 옵션 강요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상적 유치활동을 전개하는 업체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쳤던 것은 물론이다. “다른 한국 업체들은 다 이렇게 (마이너스 지상비 조건으로) 하는데 너희는 왜 못하느냐며 협박 아닌 협박을 받은 적도 많다”는 토로에서부터 “받아봤자 손해만 커진다고 솔직하게 얘기하고 거절이라도 할 수 있는 업체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는 하소연까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채찍과 당근 정책 꺼내들어
 
행정소송으로까지 번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중국전담여행사 제도에 대해 ‘채찍과 당근 정책’을 병행하기로 했다. 중국전담여행사가 되는 문턱을 낮춰 신규진입을 활발하게 하는 동시에 관리감독도 한층 강화해 자격미달 업체 퇴출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맞춰 8월1일부로 중국전담여행사 업무시행지침을 개정하고 시행에 돌입했다. 

우선 기존에 2년에 1회였던 중국전담여행사 신규지정 기준을 분기별 1회로 대폭 늘렸다. 전년대비 50%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인바운드 부문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현장의 신규지정 확대 요청에도 부응하기 위한 조치다. 현재 중국전담여행사는 이번에 3개사가 퇴출돼 178개사로 줄었다. 적지는 않은 수준이지만 중국 인바운드 시장 성장세가 워낙 가파르다보니 현장의 신규지정 요청도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이다. 2013년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432만명으로 전년대비 50%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 역시 6월까지 상반기에 267만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찾아 전년동기대비 54% 늘었다. 
 
분기별 신규지정…관리감독 강화
 
신규진입 장벽을 낮춘 대신 관리감독 수위를 한층 높인다. 상시모니터링은 물론 관광경찰과 연계한 집중단속, 2년 주기의 전담여행사 자격 갱신제를 통한 엄격한 재심사 등을 통해 자격미달 업체 퇴출시스템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집중 점검 대상은 명의대여 행위, 무자격 가이드 고용, 마이너스 지상비를 통한 저질상품 등이다. 

또 중국전담여행사 비지정 업체의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치 및 행사진행 행위에 대해서도 제재를 강화했다. 기존에는 관광기금 지원 제한, 정부사업 지원 제한에 그쳤지만 여기에 더해 전담여행사 신규지정 제한을 추가했다.(시행지침 12조 2항)  

시행지침 제5조에서는 사업 양수 등으로 인한 중국전담여행사 재지정 심사 대상도 구체화했다. ▲개인사업자가 법인사업자로 변경된 경우 ▲사업장의 양도 또는 인수합병 또는 대표자 사망으로 인해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사업자의 대표자가 변경된 경우, 해당 업체는 변경사항을 보고하고 재지정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여기에는 퇴출된 업체가 다른 전담여행사 인수 등을 통해 손쉽게 시장에 재진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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