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면서 좋은 상품을 가져가세요’는 흔히 있는 일이었는데 ‘돈 벌면서 여행도 다니세요’가 최근 다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최근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 ‘월드벤쳐스(WorldVentures)’가 이슈다. 가입 후 6명만 모으면 수익이 떨어지고, 여행 상품도 반값 이하로 절약할 수 있다니 혹할 법도 하다. 업계 종사자들 중에도 이미 사업자가 돼 수당을 받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그러나 문제는 적법성이다. <편집자 주>

-6명만 모으면 월회비 면제, 수익 지급
-공정위 등록 안돼, 사업자 활동 불법
-‘여행’ 아닌 ‘수익’ 위한 다단계 모델
 
인원 많이 모으면 수당까지 유혹
 
월드벤쳐스는 네트워크 마케팅을 통해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미국계 회사다. 2005년 발족해 지금까지 24개 국가 12만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네트워크 마케팅을 좀 더 쉽게 말하면 소위 말하는 ‘다단계’다. 본인의 하위 그룹을 만들어 그 대가로 수당을 지급받는 구조다. 하위 그룹이 많을수록 수당은 많아지고 혜택도 늘어난다. 월드벤쳐스가 제공하는 혜택은 자체 패키지여행 사이트인 드림트립스(DreamTrips)와 자유여행 사이트인 로비아(Rovia)의 여행 상품이다. 멤버십 회원으로 가입된 사람은 두 사이트의 상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멤버십의 구조다. 월드벤쳐스는 일반회원과 사업자회원 두 그룹으로 나뉜다. 일반회원은 회원권 200달러와 월회비 50달러를 내면 가입할 수 있고, 사업자회원은 회원권 300달러와 월회비 60달러를 내고 가입하게 된다. 회원권은 포인트로 변환돼 가입과 동시에 쓸 수 있고, 월회비 중 10달러(회사 귀속)를 제외한 금액은 1년 뒤부터 포인트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멤버쉽 하나로 4인 가족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익을 내고 싶다면 사업자 회원으로 시작해야 한다. 가입 후 4명을 모으면 월회비가 면제되고, 6명 이상을 모으면 그때부터 약 670달러의 수익이 생겨난다. 모집하는 인원에 따라 직책을 얻게 되고, 월마다 받을 수 있는 수당의 한도가 정해진다. 

드림트립스와 로비아의 여행상품은 같은 상품에 계속 인원을 채우는 방식이 아니라 할당된 인원을 채우면 마감된다. 날짜마다 갈 수 있는 여행이 달라지는 셈이다. 상품의 가격은 일반적인 가격보다 40~70% 저렴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용자가 다국적이라는 이유에서 항공권은 따로 구매해야 한다. 4성급 이상의 호텔, 식사 제공, 투어 등 여행 상품으로서 구색을 갖췄다. 
 
 
공정위 “피해 사례 접수, 수사 진행 중”
 
인원만 모아지면 수익이 생겨나고, 혜택도 보장되니 입소문을 타는 것은 금방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월드벤쳐스를 검색하면 웹페이지에서부터 블로그까지 회원을 모집하는 홍보글이 빽빽하게 줄을 선다. 일부 웹페이지는 월드벤쳐스의 공식 한국 사이트인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러나 문제는 적법성이다. 미국에서는 네트워크 마케팅, 즉 다단계가 합법적으로 인정되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니다. 다단계 회사면서 본사가 외국에 소재하고 있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을 해야만 한다. 허나 월드벤쳐스는 공정위에 등록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업자 활동은 원천적으로 불법이 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측에 확인한 결과 “월드벤쳐스의 구조는 다단계임은 분명해 보인다”며 “이미 두세달 전 경찰에게 월드벤쳐스에 대한 수사 의뢰를 한 상태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경찰의 수사가 끝나면 검찰에 송치되고, 이후에 기소 여부가 판단된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더라도 월드벤쳐스 컨트롤타워가 한국에 공식적으로 들어오지 않은 상태이므로 피해구제가 어렵다는 문제 또한 지적할 수 있다. 여행 중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본사에 등록되지 않은 사업자가 행세를 하더라도 확인하기 어렵다. 한국 마켓만을 위한 상품이 아니니 현지에는 한국인 여행자의 사건사고를 해결해 줄 직원이 없다.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여행자의 신원조차 확인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실제로 이런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특수거래과 관계자는 “이미 공제조합 쪽으로 3~4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며 “주로 사전에 약속한 대로 여행상품을 이용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런 경우는 여행 상품을 이용해 보기도 전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사업자로서 하위 그룹을 만들어가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할지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완전한 부분이 많은 것이다. 
 
알선 수익 아닌 인두세가 목적
 
사실 여행사의 생존은 모객, 곧 모객을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유통채널 확보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여행을 보내주는 대가로 알선 수익을 얻는 사업이자, 필요한 인원을 채워야 수익이 남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잘 갖춰진 유통채널이 있다면 상품 판매의 부담도 비교적 덜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도 과거 네트워크 마케팅을 활용한 여행 마케팅이 이뤄진 적이 있었다. 2006년 경, 다단계 회사와 협력을 맺고 개별 사업자들을 통해 여행 상품을 판매한 전례가 있다. 당시 아이디어를 냈던 관계자는 “초반 1년에는 수익이 억대에 이를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커미션이 줄어들고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사라지게 된 모델이긴 하지만, 네트워크를 여행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네트워크를 통한 수익 모델이 소개되면서 불경기와 사건 사고로 위축된 여행업 종사자들까지 월드벤쳐스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국 각 지역에서 설명회가 개최되고 수익성을 강조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극단적으로 여행사 직원이 고객들을 월드벤쳐스로 유도하는 상황까지도 그려볼 수 있다. 그러나 월드벤쳐스가 앞선 사례처럼 여행상품 판매를 위해 네트워크 마케팅을 활용한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월드벤쳐스의 사업 모델은 결국 ‘여행을 통한 알선 수익을 얻는 구조’가 아니라 ‘여행을 수단으로 인두세를 얻는 구조’다. 때문에 월드벤쳐스를 ‘여행사’로 정의내리기도 힘들어 보인다. 수익을 얻기 위한 미끼로 여행이 쓰인다고 보는 것이 좀 더 합당할 것이다. 한국에서 사업자 활동을 벌이고 있는 웹사이트나 블로그를 보더라도 여행을 가는 행위보다 사람을 모으는 행위에 집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저렴하게 여행을 다니고 싶어 가입한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물론 합법성이 인증되지 않아 수사 중이므로 사업자로 무작정 뛰어드는 것 또한 위험할 수 있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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