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좋겠다!”
후배들에게 직업이 여행기자라고 하면 십중팔구 돌아오는 감탄사다. 해외 곳곳을 여행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다양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직업이라 부럽다고 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면, 자기도 그런 일을 하고 싶으니 혹시 채용 계획이 있으면 꼭 알려달라고 당부한다. 아주 열정에 가득 찬 눈빛을 보내며.

그런데 막상 회사에 채용 계획이 생겼을 때 그 후배들을 떠올리게 될까 생각하면,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그들은 여행기자의 온갖 좋은 점들을 이야기할 뿐 훌륭한 여행기자가 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여행기자로서 견뎌내야 할 어려움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의 넘치는 의욕은 어쩌면, 이 직업의 실체가 아닌 무지갯빛 환상을 향한 동경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의심을 떨칠 수 없다.

10월, 채용의 시즌이 돌아왔다. 여행업계가 채용과 관련해 가장 골머리를 앓는 부분 또한 ‘환상’이 아닌 ‘실체’를 목표로 하는 인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뜨거운 의욕을 보이던 이들 도 막상 여행사에 입사해 상품 세팅·판매, 고객 응대, 실적 관리 등 실제 여행사 직원의 일을 경험하면 금세 퇴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여행사 직원이 어떤 적성과 역량을 필요로 하는지 알지 못한 채, 막연히 ‘여행이 좋다’는 생각만으로 지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선지 어떤 채용 담당자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여행이 좋아서 지원했다는 사람은 탈락시킨다”는 말도 한다.

여행사 직원은 ‘여행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의 여행을 잘 돕는 사람’이다. 고객의 취향과 주머니 사정을 헤아려 적합한 여행상품을 추천하고, 고객의 마음을 잘 헤아려 불평·불만도 눈처럼 녹일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사람이다. 여행기자 역시 마찬가지. ‘좋은 여행지를 많이 다니는 사람’이 아닌 ‘독자들에게 좋은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사람’이 여행기자다. 새로운 정보를 잘 전달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현장 에서 땀이 나도록 취재하는 시간마저 보람으로 느끼는 사람. 여행사에도 여행 매체에도 환상이 아닌 실체를 좇는 인재들이 많이 모이기를 바래본다.
 
고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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