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중국 시장은 때로 우리에게 위협적이기도, 때로는 우리에게 기회가 되기도 한다. 몇해전, 인바운드 여행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일본 여행객들이 안보 문제 등으로 대폭 감소했을 때, 싸늘하게 식을 뻔 했던 명동을 다시 뜨겁게 부채질 한 것은 중국인 여행객들이었다. 배로, 비행기로 우르르 몰려온 중국인 여행객 덕분에 인바운드 시장에 활기가 돌았다. 중국인들의 여행이 급속히 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중국인 여행자들 탓에 우리나라 여행자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었다. 물량으로 밀고 들어오는 중국 시장에 주요 여행지 호텔의 객실이 꽉꽉 찼다. 한때는 한국 시장에 너그러웠던 호텔들은 더 큰 손님들을 맞이하기에 바빴다. 객실을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도 생겨났고 예전보다 까다로운 조건을 내미는 호텔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말레이시아에 한국인 여행자들이 늘어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3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이 실종된 것이 이유다. 중국인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줄어들자 한국 시장에는 기회가 생겼다. 빈 객실을 채워야 하는 호텔이 있고, 빈 좌석을 채워야 하는 항공사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말레이시아를 찾은 한국인은 지난 4월 전년대비 41.5%가, 5월에는 50.2%가, 6월에는 55.7%가 늘었다. 

베트남도 비슷하다. 남중국해를 두고 중국과 베트남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인 여행자들이 줄어들었고, 차선으로 한국이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마카오의 경우엔 중국 정부에서 ‘부패와의 척결’을 내세우는 바람에 중국인으로 바글바글하던 카지노가 텅 비어버렸다고 한다. 아마 마카오도 빈 자리를 채워줄 ‘누군가’가 필요할 거다. 

중국 여행 담당자가 아니더라도 중국 시장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중국은 어디서든 만나게 되고, 객실을 가지고 경쟁해야 하는 상대다. 어떤 정책을 펼치고,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알게 되면 변화를 예측하기가 좀 더 쉬워진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은 조금 어려울 것 같고 적어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진 않을까.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