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마카오에 한해 6천만명, 동남아 성장 거세
-인원·자본 물량공세에 한국시장은 뒷방 신세
-고급화 상품, 현지 사무실 운영 등 전략 필요해
 
명동 거리의 간판들이 중국어로 가득한 것이 이제 자연스러워 보인다. 거리에는 중국인들이 빽빽하고, 노점상을 펼친 상인들도 중국어로 호객행위를 한다. 대폭 늘어난 중국인 여행자를 맞느라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세계가 바쁘다. 늘어나는 중국인 덕분에 우리나라 인바운드 시장은 호황이지만, 아웃바운드 시장은 경계에 여념이 없다.   <편집자주>
 
 
108만명 vs 4,030만명의 대결
 
한해 약 1억만명, 우리나라 아웃바운드 시장의 약 9배에 달하는 중국인 여행자들이 한해 동안 여행을 떠난다. ‘물량으로 밀어붙인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숫자다. 
중국여유국의 아웃바운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중국인여행자는 총 9,818만명으로 1억만명에 조금 못 미치고 있다. 2012년 대비 약 18%가 성장한 숫자다. 이 많은 중국인들은 어디로 여행을 떠날까. 중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여행지는 가까운 홍콩과 마카오였다. 홍콩은 총 4,030만명(동기대비 15.3%성장), 마카오는 2,523만명(17.4%)이 찾았다. 425만명(42%)을 기록한 한국, 401만명(78.8%)이 찾은 태국이 뒤를 이었다. 

동기대비 성장률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주로 동남아 지역에 집중돼 있다. 한국 수요가 많지 않은 기니비사우를 제외하면, 가장 성장률이 높은 곳은 78.8% 늘어난 태국이며 뒤를 이어 필리핀이 64% 늘어났다. 몰디브는 45.1%, 한국이 42%, 베트남이 32.3%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늘어나는 중국인 여행객 덕분에 각 여행지는 호황이다. 한국 또한 인바운드 수지가 좋아졌다. 하지만 반대로 아웃바운드 시장에서는 중국인 여행객들에 치이는 상황이다. 가장 기본적인 호텔 수배부터, 현지 옵션 이용이나 관광지 입장 등에서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물량에서부터 큰 차이가 나다 보니 현지의 우선 순위는 중국이 됐다. 

각 지역별로 2013년 중국과 우리나라의 여행객 수를 비교해 보면 이런 상황을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다. 홍콩의 경우 한국이 108만명, 중국은 4,030만명이며 마카오는 한국이 47만명, 중국이 2,523만명이다. 각각 한국인의 37배, 52배가 넘는 중국인들이 찾고 있는 셈이다. 주요 동남아 지역을 보면 태국은 한국인이 127만명, 중국인이 401만명이 찾았다. 필리핀은 한국인이 116만명, 중국인은 44만명이 찾았고 몰디브는 각각 2만명, 30만명이다.
 
규모의 경제 앞에 옵션도 못해
 
볼륨 차이로 인해 현지 사정도 많이 바뀌었다. 여행 상품의 가장 기본이 되는 호텔 수배가 전보다 어려워진 것이 첫번째다. 패키지로 들어갈 수 있는 대형 호텔들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물량이 많은 중국인 여행자들도 함께 받게 된 것이 원인이다. 한국인 여행자 볼륨이 컸을 때는 객실 잡기가 수월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한국인의 몇배에 달하는 중국인들이 객실을 차지하고 나면 우리 시장에는 남는 방이 없다.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것이다. 

일례로 예약을 한 객실이더라도 호텔에 늦게 체크인을 하는 경우, 먼저 도착한 중국인 여행자들에 방이 배정돼 기존에 예약한 카테고리의 객실 대신 다른 카테고리의 객실이 주어지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특히 카지노가 있는 지역은 더하다. 중국인이 카지노의 큰 손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중국 여행자 모시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홍콩 마카오의 호텔들이 대표적이며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월드센토사 등도 ‘한국 시장을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란다.

한 여행사 호텔 수배 담당자는 “괌의 경우, 중국인이 늘어나면서 물량으로 밀어붙이다 보니 블록을 잡기가 힘들 정도다”라며 “예약이 많이 들어오는 성수기 전 2~3개월 전에는 중국 시장에서 잡아놓은 블록 때문에 방이 없어서 예약을 받지 못한다. 그러다 막상 여행일 즈음이 돼서 중국 여행자들이 다 차지 않으면 객실이 풀리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여행을 2~3일 전에 결제하는 비율이 높지 않은 만큼, 이런 경우엔 판매도 쉽지 않다. 

현지 옵션 이용이나 관광지 입장도 만만찮은 문제다. 선택관광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푸켓 산호섬의 경우엔, 옵션을 이용하려다가 중국인 대기자가 200여명이 넘어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내년 여름 객실, 지금부터 준비
 
그러나 한국 시장의 입장만을 호소할 수만도 없다. 볼륨이 큰 시장에 현지가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꾸준히 중국 여행 수요가 성장하고 있어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지의 원활한 수배를 위한 전략도 필요해졌다. 하나투어는 아예 가격을 높인 ‘클래식 상품’을 늘리고 있다. 현지 호텔 계약 시 기존보다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됨에 따라, 저가 보다는 질 높은 고급 상품으로 승부하는 전략이다. 하나투어 동남아팀 관계자는 “가격에 맞춰서 시내와 떨어진 외곽 호텔을 잡는 것보다 조금 더 비용을 쓰고 시내 호텔을 잡아 고급화를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현지의 영향력 있는 파트너를 두거나 현지 사무실을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상황에 따른 빠른 대처는 물론, 호텔이나 투어업체 등과 꾸준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좀 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왔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과거 2~3개월 전에 선작업을 했다면 지금은 3~4개월 전에 선작업을 시작하기도 하고, 내년 여름 성수기 작업도 지금부터 준비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안일하게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영업을 하다보면 수배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말이기도 하다. 

중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에 좀 더 예민해질 필요성도 대두됐다. 현재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베트남, 필리핀과 항공기 실종 사고로 소원해진 말레이시아 등은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는 중국 대신 한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중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미리 관계를 다져놓는 치밀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