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뜩이는 여행 사업 아이디어를 가졌지만 창업방법을 몰라서 혹은 사업자금이 부족해 망설이고 있는가? 여행 스타트업 창업의 길,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일례로 한국관광공사는 창조관광사업공모전을 통해 관광벤처를 발굴·육성하고 있다. 이 공모전에 선정돼 안정적으로 사업을 꾸려가고 있는 여행벤처기업들을 만났다. <편집자 주>

-IT기술·디자인·공연 등 타 산업과 융합 활발
-한국관광공사, 공모전 통해 자금·멘토링 지원
 
앱 개발부터 파티기획…분야·특징 다양
지난달 25일 한국관광공사 건물 지하 1층 TIC. 또렷한 눈빛을 한 젊은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2014년 한국관광공사 창조관광사업공모전에 선정된 관광벤처 기업가들이었다. ‘2014 창조관광콘서트’에 발표자로 나선 이들은 자신이 창업한 회사의 현황과 비전을 당차고도 진지하게 소개했다. 여행 관련 앱 개발 업체, 기념품 제작 업체, 한국 전통공연 파티 기획 업체, 집밥 공유 소셜네트워크 업체 등 분야도 특징도 다양했다.
 
■‘모던.한(Modern.韓)’은 국악, 한복패션쇼 등 한국 전통공연과 서양식 파티를 접목한 행사를 기획·진행하는 업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국악을 전공한 조인선 대표는 우리 전통예술을 대중화, 세계화하겠단 생각으로 이 회사를 창업했다. 150여명의 전통예술 아티스트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파티를 기획하고, 퓨전한식 핑거푸드 케이터링 서비스도 제공한다. 조 대표는 “국악과 전통문화를 잘 접해보지 못한 20~30대 젊은층과 한국을 방문한 유학생,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요 타깃”이라며 “지난 10월엔 한복을 입고 참가하는 할로윈 클럽파티를 개최해 젊은층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www.facebook.com/modernhan 

■‘사운드오브트립(Sound of Trip)’은 한국의 ‘집밥’을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플랫폼 ‘애니스푼(Anispoon)’을 운영한다. 외국인에게 집밥을 대접하고 싶은 한국인 가정과 한국식 집밥을 경험하고 싶은 외국인을 연결해 주고 있다. 지난 8월말 본격적으로 창업해 이제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일본 주요 언론에 소개되는 등 벌써 유명세를 타고 있다. 곽재희 대표는 “외국에 가서 그 나라 집밥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한마디가 사업으로 연결됐다”면서 “일본, 타이완, 홍콩 여행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www.anispoon.com 

■‘메모리얼(MemoReal)’은 코레일 ‘내일로’ 기차여행객이 여행 중 스탬프를 찍고 여행기를 기록할 수 있는 다이어리인 ‘내일러리’를 제작해 판매한다. 유민재 대표는 “여행을 다녀와서도 평생 간직하고 싶은 여행기념품이 뭘까 고민하다가 맞춤 제작 다이어리를 만들게 됐다”며 “지난 2월 첫 출시해 코레일과 공동 프로모션을 통해 많이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전국 10개 도시의 게스트하우스와 제휴를 맺고 다이어리를 들고 찾아가면 할인을 해주는 이벤트도 시작했다. 조만간 유럽여행 다이어리인 ‘마이 트래블로그’도 출시할 예정이다. minjae0125@naver.com 

■‘위버(Weebur)’는 직장 워크숍에서 또는 MICE 여행객들이 즐겁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문화체험을 제공하는 업체다. 각 분야 전문가,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나만의 향수 만들기, 와인 만들기, 전통주 만들기, 10초 초상화 그리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위버 이수아 대표는 “100명의 직장인들에게 워크숍이 기다려지느냐고 물었을 때 70명은 반강제적인 것, 하기 싫은 것이라고 답했다”며 “워크숍 문화를 즐겁고 재미있게 바꿀 수 있는 1일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해 한글 별명 짓기, 퓨전한식 핑거푸드 만들기, 한류 메이크업 배우기 등 참신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weebur.com 

■‘숨비소리’는 한국의 청년 예술가들이 디자인한 여행 기념품을 제작한다. 김민 대표는 “한국여행을 온 외국인들이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닌 ‘메이드 인 코리아’ 기념품을 사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며 “젊은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해 줄 수 있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해녀’와 ‘진돗개’를 주제로 첫 작품을 제작해 호응을 얻었다. 내년엔 ‘광부’와 ‘태권도’를 주제로 다양한 문화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www.artsoombi.com 
 
“관광공사 공모전 활용하니 수월했어요”
관광공사 공모전을 통해 자리를 잡은 관광벤처들은 ‘관광공사의 멘토링과 교육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위버 이수아 대표는 “여러 기관에서 창업 지원을 받으면서 총 200시간 정도 교육을 받았는데, 그 중 관광공사에서 단 한번 들었던 PR교육이 가장 실용적이었다”며 “담임 멘토 한명을 지정해 한달에 한 번씩 해주는 컨설팅도 사업을 키워 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디자인 여행기념품 제작업체 ‘숨비소리’의 김민 대표도 “관광공사는 초기 자금만 지원해 주는 것이 아니라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멘토링을 제공해 준다”고 말했다.
스타트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인 홍보, 고객확보, 제휴업체 모집 등을 할 때도 공모전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메모리얼 유민재 대표는 “스타트업 기업은 신뢰도를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휴 업체·기관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관광공사 공모전 수상기업이라고 말하면 제휴 이야기를 나누기가 수월했다”고 설명했다. 모던.한 조인선 대표도 “관광공사가 외부에 회사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틈틈이 만들어 준다”며 “최근엔 중국인 크루즈여행객을 대상으로 한국 관광상품을 소개하는 박람회에 참가해 사업 아이템을 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속성 있는 수익모델 확보가 관건
공모전에 당선돼 지원을 받는다고 해서 모든 관광벤처가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관광공사공모전의 경우 3년 사이 총 250개 스타트업이 발굴됐지만 이 중 창업에 성공한 건 144개 기업이다. 많은 지원을 해 준다는 정보가 알려지면서 경쟁률도 점점 오르고 있다. 80팀을 선발하는 공모전에 2013년엔 1,004개팀이, 2014년엔 1,470팀이 지원했다. 올해 기준 약 10:1의 경쟁률이다.
모던.한 조인선 대표는 “한 해 80팀이 공모전에 선정돼 지원을 받지만 모두 다 살아남지는 못한다”며 “얼마나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면서 회사 규모를 키워갈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숨비소리 김민 대표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적절한 창업 타이밍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너무 준비 없이 창업하거나, 걱정이 많아 준비를 지나치게 오래 한 뒤 창업할 경우 성공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내년엔 40팀 선정…글로벌기업 육성 집중
한국관광공사는 2012년부터 창조관광사업공모전을 통해 매년 80팀씩 여행 스타트업 기업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이 공모전에 선정되면 각 3,000만원 내외의 사업자금과 함께 멘토링 프로그램, 마케팅교육, 홍보기회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관광공사 강규상 관광벤처팀장은 “관광 창업은 제조업, IT 분야 창업과 달리 연구개발비 지원, 전문인력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 창업가들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며 “관광산업의 특성과 각 기업의 성장단계에 맞춘 지원을 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광공사는 내년도부터 공모전 선정 기업 수를 절반 수준인 40팀 정도로 줄이는 대신, 일정 수준의 규모·경쟁력을 갖춘 여행 스타트업들이 국제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투자유치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관광공사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국, 실리콘밸리 등으로 나아가도록 돕는다는 방침이다. 또 150억원 규모의 창조관광펀드를 조성해 그 중 60%를 관광벤처 기업 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벤처팀 02-729-9631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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