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하다 보면 ‘가격 경쟁이 너무 심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어느 여행사나 상품이 비슷비슷하니 손님을 끌어오려면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많이 팔아도 남는 것이 없다’고들 한다.

얼마 전 <중소기업뉴스>에서 이런 칼럼을 읽었다. “기업한테 경쟁은 운명이다. 그런데 하위그룹, 중위그룹, 상위그룹은 경쟁의 양상부터가 다르다. 하위그룹에선 가격 경쟁이 화두가 된다. 누가 더 싸게 만드느냐에 기업 간 경쟁의 승패가 갈린다.” 당황스러웠다. 여행업계에서 가장 많이 하는 ‘가격 경쟁’은 사실 하위그룹의 경쟁 방식이었다. 글은 이어진다. “중위그룹으로 가면 품질 경쟁이 화두가 된다. 상위그룹에선 브랜드가 경쟁의 화두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이 경쟁자보다 한 발 앞서나간다.”

여행업계에도 분명 하위, 중위, 상위 그룹이 있는데 왜 하나같이 가격 경쟁에 매달리고 있는 걸까?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진 우리나라 양대 여행사도 서로 가격 경쟁을 하고, 소비자에게 존재감이 없는 여행사들도 가격 경쟁을 한다. 품질을 높인 상품을 내놓으면 ‘가격이 비싸서 안 될 걸?’이란 시선을 보낸다. 경쟁 양상으로만 보면 업계 전체가 하위그룹에 머물고 있는 듯하다.

지난달, 캐나다의 성공한 여행사 ‘G어드벤처’의 브루스 푼 팁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그가 24년 전 신용카드 두 장으로 빚을 내 시작한 여행사는 지금 연매출 3억 달러(한화 약 3,140억원)를 기록하고 있다.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꾸는 여행’이라는 경영철학으로 브랜드 가치를 확립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소비자들은 G어드벤처의 상품이 아닌 가치를 구매한다는 생각으로 지갑을 열었고, G어드벤처의 로고를 몸에 문신으로 새겨 넣은 직원도 생겼다. 이런 것이 ‘브랜드의 힘’이다.

우리나라 여행업계에 브랜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한진관광은 ‘칼팍’이라는 고급여행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비싼 상품가에도 불구하고 두터운 단골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내일투어의 ‘금까기’ 또한 믿을 수 있는 자유여행브랜드로 인식되며 젊은층에게 꾸준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가격 낮추기’가 아닌 ‘브랜드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브랜드 경쟁은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모두 확보한 기업만이 벌일 수 있는 최후의 전투’라고 한다. 여행업계에서 가격 경쟁보다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지는 날을 기다려 본다.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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