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연일 화제다. 외부 변수에 민감한 여행업계이다보니 국제유가 추이에 눈길을 두지 않을 수 없다. 항공사들은 최대의 비용항목인 연료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돼 쾌재를 부르고, 여행객들은 1년 사이 60% 이상 하락한 유류할증료에 반색하고 있다. 여행소비 심리를 자극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여행사들도 신난 표정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름 값은 계속 하락곡선에 있다. 이런 추세면 내년 1월 6단계 수준으로까지 내려간 유류할증료가 아예 면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행비용 부담을 키우는 요소라며 항공사만 빼고 모두들 불만이었으니 반겨야 마땅하겠지만 솔직히 불안하다. 유류할증료 제로(0)가 불안한 게 아니라 그것이 대변하는 상황이 두려운 것이다.

2005년 4월에 도입됐으니 올해로 유류할증료 제도도 꼬박 10년을 채운다. 10년 동안 단 한 번 유류할증료가 면제됐던 시기가 있었다. 2009년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 동안이다.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사의 파산신청으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의 여진이 계속됐던 시기였다.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로 국제유가가 급락을 거듭했고, 급기야 유류할증료가 면제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그 수혜를 만끽할 여유는 없었다. 2007년 1,300만명으로 최고치에 올랐던 해외여행자 수가 2008년 1,200만명으로 줄더니 2009년에는 949만명으로 주저앉았다. 여행사 폐업과 부도가 잇따랐고 일부 항공사는 한국에서 철수했다.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 이러니 지금의 상황이 반가울 리 없는 것이다.

실제로 불안 징후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 금융 불안이 심화됐고 신흥국 화폐가치가 폭락하는 등 ‘저유가의 역습’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자칫 당시 금융위기 사태가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다행히 여행수요 동향에는 아직까지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어 보인다. 유류할증료가 하락세로 전환된 10월에도 내국인 출국자 수가 15% 증가했으니 말이다. 그 기세 그대로 유지하기를 바랄 뿐이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여행업계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것도 물론이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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