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신문 조사 ‘삼겹살 & 소주’ 지수] 나가면 입맛도 애국자? 해외서 더 땡기는 ‘삼겹살에 소주 한잔’
[여행신문 조사 ‘삼겹살 & 소주’ 지수] 나가면 입맛도 애국자? 해외서 더 땡기는 ‘삼겹살에 소주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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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0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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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출장 중 하루일과를 마치고 나면 삼겹살 한 점에 소주 한잔이 사무치도록 땡긴다. 그러다 일행 중 누구 한명이라도 ‘가자’라고 외치면 그곳이 어디든 문제랴. 수소문에 수소문을 거듭해 한식당을 찾아낸다. 자글자글 구워낸 삼겹살 한점과 달디 단 소주 한잔. 그리고나면 어김없이 ‘어디에서는 삼겹살을 파는데 직접 불판을 두고 구워 먹을 수 없어 구워 나오더라. 가격은 얼마더라’며 삼겹살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맥도날드 대표버거 빅맥의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각국의 상대적 물가 수준 및 통화가치를 비교하는 ‘빅맥지수’가 있다면, ‘삼겹살&소주 지수’라고 못만들리 없다. 여행신문이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조사한 세계 각국 삼겹살 이야기! <편집자 주>

신지훈 기자 jhshin@traveltimes.co.kr
 

삼겹살은 한류를 타고
 
삼겹살의 인기는 비단 한류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을 다녀온 일본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한국 ‘본토의 맛’을 맛본 사람들을 위주로 예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음식들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오사카에서 호떡집을 만나는 것이 이젠 그리 신기한 일도 아닐 정도. 그중에서도 일본 사람들이 최고로 꼽는 음식은 ‘삼겹살’. 삼겹살 전문점까지도 쉽게 눈에 띄니, 일본에서 삼겹살 인기를 체감하기란 어렵지 않다. 사실 그저 돼지의 한 부위를 불에 구우면 그만일 뿐인지라 삼겹살을 한국의 대표 음식으로 소개하기도 어색한 부분이 없지 않다. 일본 JTB 신주쿠 본사에서 근무하는 일본인 모리타 유우키씨는 “일본인들은 돼지고기를 야채와 함께 볶아먹거나 샤브샤브 또는 카레 등에 넣어 먹는다. 일본에서는 돼지고기를 돌 판에 얹어 직접 구워먹는 삼겹살 자체가 낯선 풍경이다. 숯가마에 석쇠 등을 얹어 한 점 한 점 먹을 만큼만 고기를 구워먹는 일본식에 비해 무거운 대형 돌 판에 두꺼운 생 돼지고기를 얹어 척척 잘라먹는 한국식은 일본인에게 ‘신기한 광경’이며, 그것이 인기의 비결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에서 삼겹살 부위는 기름기가 많아 상대적으로 등급이 낮은 편이다. 거래하고 있는 한국 레스토랑의 삼겹살 가격은 평균 100그램을 기준으로 160엔 정도다. 다른 부위와 비교에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만들다 못해 가짜 소주까지?
 
의외로 삼겹살을 많이 먹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요리에서 돼지고기는 대단히 폭넓게 쓰이고 있기 때문에 이는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 가장 널리 알려진 중국식 삼겹살 요리는 ‘동파육’이다. 
그렇다면 한국식 삼겹살 요리는? 삼겹살 부위를 즐기는 중국이지만, 이곳에서도 한국식 삼겹살은 흔치 않은 조리법이라고. 중국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는 박동규씨는 “최근 <별그대>를 비롯한 한류 드라마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며 한국 삼겹살을 전문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하고 있다. TV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삼겹살+소주’의 조합은 중국인들이 최근 한번쯤 꼭 먹어보고 싶어 하는 메뉴로 통한다. 최근에는 어느 삼겹살집을 가더라도 30분 이상은 족히 기다려야한다. 가격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상해, 북경 등 대도시에서의 가격은 한국과 별반 차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놀라운 사실은 가짜 한국 소주도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 박 가이드는 “중국에서는 한국어로 표기된 ‘참일슬’이 판매되는 곳도 있다. 물론 가짜다. 한류에 소주의 인기가 많아지며 판매되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은 이 술이 한국에서 수입된 진짜 소주인줄 아는 경우가 많다”며 걱정하기도 했다. 

미국의 완전 한국식 삼겹살
 
이곳은 한인사회가 가장 잘 발달한 만큼 한식당도 많다. 최근 미국에서는 한국에서 체류하다 본국으로 돌아간 미국인들을 중심으로 삼겹살의 인기가 많다고. 그들에게 한국에 머물며 먹어본 음식 중 가장 생각나는 게 뭐냐고 물으면 비빔밥이나 김치가 아니라, 삼겹살과 소주라는 대답이 가장 많이 나온다고 한다. 미국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 주에서 한국음식점 ‘꿀돼지’를 운영하고 있는 김미경 사장은 “영어강사 등으로 한국에 머물다 온 미국인이 한국인보다 삼겹살을 더 많이 찾고 있다. 우리 가게 들어오면 ‘와, 디스 이즈 코리아’라 그러면서 너무 좋아한다. 가게 자체를 한국적인 분위기와 한국적인 맛, 그리고 손님과의 친밀함을 한국식으로 표현해서인지 더욱 좋아한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삼겹살은 흑돼지 삼겹살과 똥돼지 삼겹살을 공수해 제공하고 있다. 흑돼지 삼겹살은 1인분에 16.99달러, 똥돼지 삼겹살은 18.99달러다. 소주 안주로 제격인 돼지 껍데기(11.99달러)와 꿀돼지 국수(8.99달러)도 인기”라고 덧붙였다.
 
 

●한국보다 빅맥 20%, 삼겹살 2배 비싼 유럽

삼겹살…‘아직 친숙하지 않아요’
 
유럽에서는 현지인을 중심으로 한 한국식 삼겹살의 인기는 덜한 편이다. 일단 대부분의 나라가 삼겹살을 대하는 식문화가 없다고 하지만, 있어도 거의 먹지 않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한국과 취향이 정반대다. 삼겹살은 철저히 기름 추출용으로 쓰인다. 먹는다 하더라도 돼지 뱃살을 염장해 향신료로 풍미를 더한 후 바람에 말려먹는 이탈리아식 베이컨 ‘판체타’ 가공에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식 삼겹살은 그들에게 더더욱 익숙하지 않은 식문화다. 이탈리아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는 여진구씨는 “로마를 중심으로 한식당이 많다. 삼겹살의 가격은 약 14유로이며, 소주는 약 10유로정도다. 가끔 손님들이 요청한다거나 한국음식이 먹고 싶어 찾아가면 대부분이 한국인이다. 간혹 이탈리아인들이 찾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삼겹살을 즐기는 사람을 본적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독일에서 삼겹살은 소시지 부산물에 불과해 버리던 부위였다. 유럽 랜드사 코리아나 한 관계자는 “과거 어느 한국인 관광객이 소시지 공장에 견학을 갔다가 버려지던 삼겹살을 보고 놀랠 만큼 삼겹살은 독일에서 버려지던 부위라고 한다. 지금은 이 부위를 대부분 한국에 수출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슐라흐테플라테’라는 요리에 삼겹살이 조금 들어가긴 하지만 즐기지 않는다. 현지 식당에 확인해 본 결과, 독일에서는 삼겹살을 100g에 약 800~1000원 선이면 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이 제일 싸다구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한국보다 저렴하게 삼겹살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동남아시아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다보니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한식당도 많다. 

해외에서 살고 있는 한인들이 그렇듯, 필리핀에 살고 있는 한인들 또한 한국슈퍼를 통해 삼겹살을 구매한다. 필리핀에서 랜드사를 운영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필리핀에서는 한국슈퍼 또는 마트에서 삼겹살을 구하기가 쉽다. 가격은 500g에 180페소(한화 약 4,500원) 정도다. 한국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나, 일반 로컬 시장보다는 약 2배정도의 가격이다. 한국에서 온 손님을 모시고 자주 찾는 한식당의 경우, 대패 삼겹살과 일반 통 삼겹살을 판매하는데 대패삼겹살은 1인분에 230페소(한화 약 5,800원), 통 삼겹살은 보통 250페소(한화 약 6,200원)정도”라고 전했다. 

태국은 필리핀과 비교해 삼겹살이 비싼 편이다. 태국 방콕에 위치한 한식당 아리랑 관계자에 따르면 삼겹살은 1인분에 300바트(한화 약 1만원), 소주는 220바트(한화 약 7,500원)로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태국 랜드사를 운영하고 있는 한 대표는 “한식당은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진을 크게 붙여 판매하고 있는 경우가 다수이며, 태국 테스코 등 마트에서 삼겹살을 구매할 경우에는 500g에 약 80바트(한화 약 2,800원)면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소주는 별 따기, 삼겹살은 금값
 
중동 대표국 아랍에미레이트. 삼겹살은 둘째치고라도 소주 찾기는 정말 어렵다. 이슬람국가인 아랍에미레이트에서는 기본적으로 술을 마실 수 없으며 외국인들에 한해 음주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 실재로 이곳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은 술을 팔수 있는 라이센스를 발부받은 지정 술판매점에서만 술을 살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아부다비에 위치한 한 한식당에서는 한국으로부터 공수한 소주를 비밀리에 판매하기도 한다. 병째 내오는 것이 아닌, 주전자에 담아서 말이다. 이 식당 관계자는 “맥주도 주전자에 담아 판매한다. 라이센스를 받아야하지만 받기가 매우 까다롭고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그것도 모든 사람에게 판매를 하지는 않는다”며 “삼겹살은 1인분에 현지 가격으로 60디르함(한화 약 1만8,000원)에 판매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한국에서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브라질산 삼겹살은 브라질 현지에서는 매우 비싸다는 사실. 브라질 현지 한 레스토랑에 따르면, 이 레스토랑은 삼겹살 1인분에 95레알(한화 약 3만9,000원), 소주는 1병에 30레알(한화 약 1만3,000원)에 판매 중이다. 그나마 저렴하게 판매 중이라는 또 다른 한식당에서도 삼겹살은 2인분을 기준으로 80레알(한화 약 3만1,000원)에 판매 중이다.
 
 
▶ 재미로 읽는 삼겹살 
한국인은 삼겹살을 언제부터 먹었을까 
 
 
한국인들이 언제부터 삼겹살을 먹기 시작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지금처럼 삼겹살이 널리 보급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 한반도에서도 돼지고기를 구워먹는 문화 자체는 고구려 때부터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그 당시 돼지고기는 양념이 된 형태였으며 지금처럼 생고기를 굽는 형태는 아니었다. 조선시대에도 보통 삶거나, 찌거나, 국으로 끓이거나 만두처럼 다른 음식에 첨가해 먹었으며 구워 먹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언론에서 삼겹살이 처음 언급된 것은 1934년 11월3일자 ‘동아일보’ 4면이다. 이때는 ‘세겹살’이라고 했다. 삼겹살이라는 어휘는 1959년 1월20일자 ‘경향신문’에서 처음 언급됐다. 
삼겹살이 널리 보급된 계기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이 없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설은 1980년대에 강원도 탄광촌의 광부들이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으면 목의 먼지가 씻겨나가겠거니 하며 먹었다던 설이다. 이 외에는 1960년대에 소주 값이 떨어지자 그에 맞는 안주로 값싼 돼지고기를 먹게 되었다는 ‘소주 가격 하락설’, 1960년대에 건설 노동자들이 슬레이트에 고기를 구워먹다 퍼졌다는 ‘슬레이트설’, 1970년대 말 우래옥이라는 식당이 처음으로 삼겹살을 메뉴에 올림으로써 보편화되었다는 ‘우래옥설’, 개성상인들이 값싼 돼지고기를 그나마 비싸게 팔기 위해 고안해냈다는 ‘개성상인설’ 등이 있다.

한편 북한에서는 삼겹살을 저질 음식으로 치부한다. 북한 돼지의 대부분이 촌충에 걸린 상황이라서 위생상 좋지 않을뿐더러, 특히 일반 돼지용 사료가 아닌 인분을 먹여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그렇기 때문에 도축할 경우 심한 비린내로 인해 권력층에서는 이를 매우 기피한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 따지면서 먹는 권력층이나 저질 음식으로 치부할 뿐이며 일반 주민들은 돼지고기 구경조차도 할 기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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